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권조 May 12. 2024

부산 가는 길 : 15일 차

부산 ▶ 금정산성 ▶ 서울

사진으로 위치를 특정하는 요령이 제법 늘었다.

위치를 알아내기까지 2분 정도 걸렸다


그리고 12시가 되기 전, 등산로에 진입했다. 당연하고 다행스럽게도, 보행자를 위한 등산로가 설치되어 있었다.


지나는 사람들이 보면 추석 다음날 꽤나 본격적인 준비를 해서 산을 오르는 청년들로 보였을 테다.

안-전
마음이 놓이는 풍경과 달리 흔들리는 초점


그리고 드디어 금정산성 서문에 도착했다.


뭐임?
???

그렇다. 금정산성 서문은 무너지고 없었다.


그러고 보면, 처음 도보여행을 떠나던 때에는 유성우를 보겠다는 각오로 춘천에서 영월까지 걸었더랬다. 그리고 도착한 날에는 비가 내려 하늘이 잔뜩 흐렸고 천문대에는 가지도 못했다.
그다음 여행에서는 충주역에 뚜레쥬르가 입점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청주부터 충주까지 걸어서 어릴 적 먹었던 빙수 메뉴인 '아이스 캐슬'을 먹겠다 생각했다. 그러나 이미 해당 메뉴는 판매가 종료되었단 말을 듣고 말았다.


허탈한 감은 있었으나 오히려 도보여행의 완성은 역시 목적지에 목적한 바가 없는 것이지 라는 생각을 하기로 했다.


맛있어서 한창 먹다가 사진 촬영

그리고 처음으로 등산로에서 식당을 만나 식사를 했다. 차림은 시간만 나면 등산할 것만 같은 복장이었으나, 처음은 처음이었다.


꽤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부산역으로 가야겠거니 하던 중에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검색으로 무언가 알게 됐을까? 걷던 중에 다른 안내판을 보았을까?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 = 뭔가 멀쩡하게 남은 곳
표지 후보 2

금정산성 동문에 도착했다. 방문객이 꽤 많았고, 당시에는 주변 사람을 지워주는 AI도 없었는데 운이 좋게도 독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얼결에 여행 목적을 달성하고 말았다.


그리고 산을 내리는 길은 신기하게도, 부산대학교와 이어져 있었다. 당시 부산대학교 교정 내에는 개교 70주년을 기념하는 조형물이 마치 포토존처럼 설치되어 있었다. 부산대학교와 그 어떤 인연도 없는 나와 동료는 그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모처럼 부산에 갔지만, 무얼 먹어야 하는지 몰라 허둥지둥하다 부산역 근처 홍콩반점에서 식사를 했다. 그렇다, 그 홍콩반점이 맞다.

귀환의 기-쁨


부산역에서 서울행 기차를 타면서 그렇게 여행이 마무리되었다.




내게는 8년 전 여행이자, 가장 최근의 도보여행이었다. 타고난 모험가도, 단련된 강심장도 아닌 나로서는 참 알다가도 모를 여정이었다.


덕분에 인생을 살아가는 단단한 힘을 얻었다거나, 인생의 진리를 깨닫지는 않았다. 어쩌면 이럴 시간에 영단어를 조금 더 외우거나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들의 앞날이 더욱 창창할 테다.


남은 것이라고는 언젠가 다시 그 길을 걷고 싶다는, 소박하고 겁 많은 생쥐의 추억과도 같은 기억이 전부다. 이제는 불완전하게나마 기록도 남았다. 사진과 경로 등을 보다 정리해 브런치에서의 글과 별개로 개인 소장용 포토북도 만들 계획이다.




지난 여행을 정리했으니, 이제 언젠가 다음 여행을 떠날 첫 준비는 마쳤을지도 모르겠다.

이전 16화 부산 가는 길 : 14일 차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