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안의 나와의 조우
2024.5월 어느 날 지인과 방문한 중정갤러리에서 우연히 최영욱의 검은색 카르마(Karma) 달항아리를 마주했다. 하얀색의 달항아리를 볼 때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검은색 달항아리를 마주하자마자 걸음을 멈추었고 그것에 압도당했다. 미술작품을 많이 접해보지는 않았는데 격한 감동을 받은 것은 이중섭의 ‘소’ 이후로 두 번째다. 눈물이 왈칵 쏟아진 건 처음이었다. 그 느낌을 잊어버릴 것 같아 집에 오자마자 생각나는 대로 적어 놓았다. 그렇게 4줄이 남았고 그 이상으로 생각나는 표현은 없었다. 얼마 후 그 글을 담아 조그만 카드에 적어 전해드렸다.
꾸--------욱
담아놓은 애달픈 어둠
일렁이던 마음
이제 겨우 잠들었구나.
작가님에게 닿았을까?
내가 검은색 달항아리에서 받은 위로와 무언가가 짓누르고 있었던 것으로부터의 해방감이 몇 개의 단어로 전달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감사함을 전하고 싶었다. 그 날 이후로 나는 조금 더 따뜻하고 여유롭고 적극적인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다. 검은색 달항아리 사진을 검색하다가 2024년 5월에 삼원갤러리에서 했던 최영욱 개인전 <Karma- 달항아리와 조용히 만나본 적이 있는가> 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그 포스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많은 것을 말하지 않지만 많은 것을 품고 있는,
지극히 단순해 보이지만 극도로 세련된
그 피조물을 먹먹히 보고 있노라면
그것은 이미 내 안에 들어와 내가 되어 버렸다.
“내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그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떠올리고 그 자신 속에 얽혀있는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소통하기를 바란다.” 최영욱 작가의 말이다. 작가의 의도가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어 더 확장된 삶을 향유 할 수 있도록 영향을 미쳤다. 이로 인해 나는 또 다른 이에게 선한 영향력을 전해줄 것이다. 예술의 위대함을 다시금 느낀다.
기회가 되면 달항아리와 조용히 마주해보시라.
달항아리
커다란 검은색 달항아리
흐릿한 경계
텅 빈 듯하다.
어둠 속을 헤매는 시선
잠시 후
뚜렷이 보이는
그 안의 나와의 조우
조용히 흐르는 눈물
검은 어둠의 끝없는 포옹
마침내
엉킨 실타래의 응어리가
풀어진다.
ⓒ감성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