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에서 사람으로
기존 프롤로그에서 2015년 HQ의 HR에서 각 해외 건설현장의 첫 시작 또는 이슈 발생 시 해결사 역할을 담당하는 GHR, 선제적 채용팀으로의 전환에 대해서 살짝 언급을 했었습니다. 건축 엔지니어에서 HRer로 직종이 변경이 되었고, 현재까지 HR 전문가로 살고 있는 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18년의 사회생활 중 15~16년을 HR 업무에 몸담고 있지만, 사실 어린 시절이나 사회 초년생 때 HR을 꿈꾼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HR이 천직인 것 같다는 이야기는 주변에서 많이 듣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꿈을 좇아서 하나하나 이루어왔던 사람은 아니라서 인사팀장으로서 직원 면담을 하거나 조언을 건넬 때는 속으로는 살짝 부끄럽습니다. 저는 어떻게 HRer로 살게 된 것일까요?
건축과를 졸업하고 건설 현장에서 시작한 제가 어떻게 HR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 그 여정의 시작을 함께 돌아보겠습니다.
건축과를 졸업해서 삼성물산 건설부문 빌딩사업부로 입사, 2007년 성북구청사 현장에서 공사담당으로 OJT를 시작했습니다. 여느 신입사원과 마찬가지로 "다시 다 배워야 한다.", "밥값 하려면 멀었다.", "틈틈이 찾아서 공부해야 한다."라는 애정 어린 조언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으며 정신없이 계단을 오르내리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야심한 밤에 콘크리트 타설하는 것을 멍하니 지켜보면서 건설업이 이런 거구나.. 때려치울까? 할 때 월급이 입금되는 것을 보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래! 다시 열심히 일하자! -> 때려치울까? 의 무한반복을 하다 보니 어느새 2년이 지나있었습니다.
건설현장은 가장 중요하고 경력 있는 사람이 마지막에 남아있습니다. 또는 Key Person은 이미 다른 현장에서 데려가거나, 본사의 주요 부서로 가게 됩니다.
저는 당시 가진 거라고는 튼튼한 두 다리밖에 없던 김기사 시절이라 불러주는 곳이 없어서, 현장에서 다른 OJT 동기와 함께 가장 빨리 방출되었으며, 본사에서 두바이를 가기 위해 대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첫 현장이 일찍 끝난 동기 몇 명은 두바이 현장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간간히 무용담을 늘어놓으면서 국내 현장은 휴양지라며 각오를 하라는 엄포를 놓고 있었고, 그래도 먼 훗날 부르즈칼리파 같은 초고층 현장에서 뭔가 역할을 하기를 꿈꾸면서 "그래 젊어서 고생해야지"라며 주변 친구들에게 몇 년 뒤에 보자는 술자리를 가지며 잠시 대기 중 방치를 즐기고 있을 때.. 두바이 모라토리엄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건축직이라면 공사 또는 공무의 업무를 쭉 하다가 현장소장이 되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했는데 조금씩 제 커리어가 틀어지기 시작합니다.
본사에 대기하고 있던 첫 현장을 마친 저와 마찬가지로 방출된 사원들에게 인사팀 직원이 찾아와서 물었습니다. "안전기사 있는 사람 손들어 보세요!" 영문을 모르고 현장 동기와 함께 손을 들었고, 그렇게 저는 또 한 번의 방출을 당합니다.
여하튼 이제 저는 플랜트 현장의 안전관리자로 커리어를 쌓는구나 하고 1년 이상의 생활을 하고 있을 때, 서산 아파트에서 독곶리 현장으로 봉고차를 교대로 운전하는 출퇴근이 익숙해질 무렵 저를 방출했던 친정인 빌딩사업부에서 다시 저를 불렀습니다. 건축 경력이라고는 OJT 경력뿐인데, 건축직 인원이 부족해서 불렀던 것 같습니다. 원래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현장으로 가기로 되어있어서, 현장 근처에는 절대 집을 구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여서 경기도 오리역에 오피스텔을 구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여의도 현장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하늘을 절대 저를 편하게 두지 않았습니다. 여하튼 그렇게 2010년 가을? 여의도 Y22 파크원 초고층 오피스 현장에 가게 됩니다. 그런데 현장에 부임한 지 3개월 만에 발주처 사정으로 중단이 됩니다.
다른 동기들이 착실하게 공사업무, 공무업무, 견적업무 등에서 경력을 쌓아가며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들을 때 저는 여기저기 방출을 당하며 우리 둘째(4살)가 아무 색깔이나 막 칠하는 크레파스 그림처럼 엉망이 되고 있었습니다.
삼성교육 6개월,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 공사업무 1년 반, 플랜트 안전관리 1년 반, 다시 공사관리 3개월을 하려던 때 중단... 다시 저는 본사에서 두 번째 방치(발령대기)를 당할 위기에 있었습니다. Y22 현장 여기서도 저는 가장 빨리 현장을 떠나야 하는 직원이었습니다.
두 번째 방출 이후 처음으로 HR을 만났습니다. 본사 경력직 채용업무입니다. 2010년 11월, 당시 인사팀 담당과장님이 "지금 마땅히 갈 현장이 없으니, (니 경력으로 불러주는 곳이 없으니) 너 본사 와서 채용업무 1년 하다가 좋은 현장 나오면 가렴~"이라고 제안을 주셨는데...
이렇게 시작된 HR과의 인연. 그저 1년만 할 거라고 생각했던 이 일이 어떻게 14년째 이어지고 있는 걸까요? HR이 정말 제 천직일까요? 그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 계속 함께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