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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아바 Aug 28. 2024

Guava HR 입문기 2

예상치 못한 여정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HR 세계로


2010년, 나는 삼성물산 건설부문 빌딩사업부의 경영지원팀에 발을 들였습니다. 사업부 인사팀인 경영지원팀은 기술직과 관리직 출신이 반반씩 섞여 있었고, 부서를 일정기간이 지나면 옮기는 (특히 본사 <-> 현장) 순환근무 제도가 한창인 시절이었습니다. 저는 1편에서 이야기를 한대로 교육/채용 소파트에서 채용이 메인으로 담당을 하는 인원이었습니다.


그 시절은 어느 팀이던 야근이 일상이었는데,  HR 팀의 특히나 더 빡빡한 야근의 연속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웃음이 나오는 에피소드 하나가 있습니다. 한 HR 직원의 아내가 그의 직속상사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를 했습니다.

"왜 제 남편을 안 보내주시나요? 하루 정도는 일찍 보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 상사의 대답이 더 재밌습니다.

"제가 OO보다 더 늦게 갑니다. 매일 그를 먼저 보내고 있어요. 저도 가족이 보고 싶습니다."

그렇게 특별한 일이 있는 날이 아니면, 야근이 당연하던 나날들이었습니다.



채용 담당자로서의 새로운 도전


제 주 업무는 채용이었습니다. 당시는 대형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경력직을 뽑던 시기였습니다. 매주 수백 건의 이력서를 1차 필터링하고, 각 직무에 맞게 해당 부서로 검토 요청을 보내야 했습니다. 면접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것이 제 몫이었습니다. 유명 잡 포털사이트에 담당자: 김구화 주임 (내선번호)가 늘 떠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는 HR 담당자에게는 정말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저는 이를 깨닫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건축직으로, 현장으로 빨리 돌아가야 한다. 나는 계속 동기들보다 뒤처지고 있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인생은 Connecting Dots의 연속이다"라는 말을 그때 유념하고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지금은 중요해 보이지 않는 사소한 경험이라도, 그것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것을...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워하기보다는 모든 경험을 배움의 기회로 삼았어야 했었지만 그 시절 구아바는 철이 없고 어렸었습니다.



면접장에서의 특별한 경험


실무진, 임원 PT 면접의 진행을 담당하면서 저는 아주 소중하고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루에 6~8건의 면접이 진행되었고, 각 분야의 경력직 지원자들의 자기소개와 경력 발표를 면접실 안에서 계속 지켜봐야 했습니다. 면접관으로 오시는 임원, 본부장, 파트장, 팀장님들은 바쁜 와중에 겨우 시간을 내어 오셨기에, 저는 이력서와 발표자료를 미리 숙지를 하고 있어야 했고, 면접자가 들어오기 전에 여러 가지 질문을 하면 요약을 해서 답변을 드려야 했습니다. 또한, 면접자의 발표 PPT를 숙지해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임원들이 질문할 때 페이지 번호가 아닌 내용을 언급하며 질문하셨고 그럼 그 화면이 바로 띄워져야 했기 때문이었죠.

이렇게 수백 건의 실전 면접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은 HR 담당자에게는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귀중한 경험이었다고 지금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구아바는 전혀 그 가치를 깨닫지 못했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전환점: GML 프로그램


2011년 가을, 경력직 채용이 소강상태에 접어들 무렵, 나는 생각지도 못한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삼성의 지역전문가 제도의 축소판인 GML(Global Market Leader) 프로그램 4차 선발에 참여하게 된 것입니다.

폴란드, 방글라데시, 필리핀 등 4개국의 시장조사와 잠재적 프로젝트 발굴이 목적이었던 4차였는데, 많은 사업부의 동료들이 업무 과중 및 도저히 부서에서 빼주지 못하는 상황으로 지원을 못 하는 상황에서, 제가 운 좋게 폴란드 GML로 선정되었습니다.



새로운 세계로의 도약


폴란드에서의 GML 경험은 나에게 또 다른 세계를 보여주었습니다. 글로벌 마케팅 부서의 한 선배가 나를 챙겨주며 국가 시장조사 방법, 외국 고객사 응대 요령 등을 하나하나 가르쳐주었습니다. 겨울 폴란드를 제대로 경험하고 돌아와 건축 현장으로 돌아가기 전 GML 발표 준비를 하던 중, 예상치 못한 제안을 받게 됩니다.

"구화야, 외국인 임원 채용과 경력직 채용 면접을 다시 조금 진행하는데, 네가 와서 잠깐만 도와줄 수 있겠니?" 그 순간, 저는 전혀 깨닫지 못했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건축 엔지니어의 길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시작점이 될 줄은요.


인생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마련입니다. 그 순간에는 몰랐지만, 지나고 보니 모든 경험이 의미 있었습니다. 이렇게 HR 업무를 계속하고 있을 줄 알았을까요? 그 당시에 예상치 못했던 순간들을 불평하지 않고,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감사해하며 더 열심히 살았다면 어땠을까요?  여러분의 인생에서도 그런 예상치 못하던 순간들이 있지 않으셨나요? 여하튼 그렇게 구아바는 건축 엔지니어의 길은 멀리 날려버리고, HRer의 길로 깊이 빠져들어가고 있었습니다.


To Be Continue.......


- Total HR / 사파 감성 HR 구아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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