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이야기
마지막 이야기는 경력이나 성과가 아닌, 제가 만난 소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KL118 프로젝트를 위해 JV를 맺은 말레이시아 대형 건설회사 UEM의 직원들과의 추억입니다.
당시 제 메모장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있었습니다.
- Checking the Pre-acquired Talent pool (gathered by UEM) 1)
- Checking Key Person(16) pool :
Replacement of less competent KP or new hire 2)
- Checking UEM staff pool amongst JV talent pool (199 staff) : Interviewing
UEM의 HR 담당자였던 이스마디(Ismadi)와 딘(Din)과의 협업은 저의 첫 외국 기업 HR 경험이었습니다. 성격이 급한 제가 말레이시아 특유의 여유로운 문화와 부딪히며 배운 것들이 참 많았습니다.
매일 반복되던 대화들:
"그화~, 캄다운~~~~"
"우린 아직 시간이 많아. 서두르지 말자~~~~"
"나 기도하러 가야 돼~"
"퇴근 시간이야, 내일 하자~~~"
처음에는 이런 그들의 태도가 게으르고 열정이 없어 보였습니다. "얘네들 답답해서 일 못하겠어!"라고 뒷담화를 하기도 했죠.
어느 날, 제가 실수로 노트북 화면을 깨뜨린 사건이 있었습니다. 급한 마음에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여유롭게 모닝커피를 마시며 들어온 이스마디가 간단한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화면만 고장 난 거 아니야? 그럼 모니터 연결하면 되잖아?"
이 단순한 해결책을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게 부끄러웠습니다. 이스마디는 자랑스럽게 말했죠. "그화~ 여유를 가져야 아이디어가 떠올라!"
그날 우리는 함께 전자상가를 뛰어다니며 모니터를 구했고, 무사히 업무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제가 감사 인사로 술자리를 제안했을 때, 이스마디는 "나 전통 무슬림이야. 술 안마셔!"라며 웃었습니다.
2015년 11월 파리 테러 사건 이후, 무슬림 동료들과 어떻게 대화해야 할지 조심스러워하던 제게 딘이 먼저 다가왔습니다.
"괜찮아. 이야기해도 돼. 그화야~ 너무 민감하게 생각하지 마."
"무슬림은 그런 종교 아니야. 부정적인 것은 긍정적인 것보다 더 강하게 기억되고 빠르게 퍼져."
"너가 무슬림을 들었을 때, 총격사고가 아닌 나를 떠올렸으면 좋겠다."
이 말은 지금도 제 가슴에 깊이 남아있습니다.
돌아보면 제 주변은 늘 좋은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모두가 저에게 소중한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최근 1-2년간 자책하고 남과 비교하며 좌절했던 제 모습이 부끄러워집니다.
이제 다시 그 시절의 뻔뻔했던 모습, 하룻강아지처럼 두려움 없이 도전하던 그 시절의 제 모습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나는 멋지고, 귀하고, 소중한 Super Guava다."라고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깁니다.
긴 여정 동안 이 부족한 HR 입문기를 끝까지 읽어주신 소중한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HR 여정에도 이런 특별한 만남과 깨달음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