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의 짐 덜어내기
고만고만한 건물들이 즐비한 어느 동네 한 구석
건물과 건물들 사이 6층짜리 건물이 있다.
각층에 난 창문 사이로 짐이 빼곡히 쌓여 있다.
가장 높은 층 옥상에는 위태롭게 쌓인 갖가지 물건들이 정돈되어 있지만 언제 무엇이 바닥으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모습이다.
괜히 지나가다 물건의 습격을 받을까 싶어 그 건물 옆을 지나가는 것을 꺼리게 된다.
내 마음에도 한층 한층 물건들이 쌓여 있다.
집 안에 쌓아두다 공간이 부족해 옥상에도 짐이 한가득이다.
집 안에 든 걱정들은 문을 닫고 불을 끄고 커튼을 닫으면 어느 정도 감출 수 있는데,
옥상을 가득 채운 걱정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드러난다.
옥상까지 켜켜이 쌓인 짐으로 인해 집은 금이 가기 시작한다.
지지직~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린다.
나의 집이 무너질까 초조해진다.
현관 근처의 짐부터 밖으로 꺼낸다.
매일 조금씩 조금씩 지치지 않도록 꺼낸다.
마지막으로 현관에서 가장 먼 옥상의 짐들까지 덜어내면
붕괴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해진다.
커튼을 젖히고 문을 열고 집을 환기시킨다.
비로소 산소가 집안에 가득하다.
보통의 집으로
안전한 집으로 다시 돌아온다.
보통의 집을 유지하기 위해
늘 집안의 짐이 얼마나 있는지 돌아보자.
안전한 집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조금씩 청소하자.
이제 나의 집은 나에게도 너에게도 안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