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등골브레이커 3대장

성장 주사, 치아 교정 그리고 드림 렌즈

by 대치동 비둘기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


교육 관련 도서라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 문장은 아프리카 속담이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의 노력 뿐만 아니라 주변의 도움이 필요함을 그러니까 지역사회, 정부, 학교 등 다양한 기관의 도움으로 성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늘 해마다 기사에는 '사교육비'에 대한 내용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그런데 비단, 아이를 교육하는 비용만이 드는 것일까?



우스갯소리로 부모의 등골브레이커, 그러니까 주머니 사정을 가볍게 만들어버린다는 3대장은 전설처럼 내려왔다. 바로 성장 주사, 치아 교정 그리고 드림렌즈이다. 비용은 저마다 다 다르겠지만 성장 주사의 경우 1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 치아 교정은 아이에 따라 천차만별의 비용을 부른다는 점, 드림 렌즈 역시도 밤마다 끼기에 주기적으로 바꿔줘야된다는 점으로 인하여 소위 '싯가'에 해당하는 비용을 감내해야 한다.


뭘 그런 걸 해.
있는 그대로 키우면 되지



등골브레이커 3대장 중 몇 개의 퀘스트를 깨느냐, 그러니까 우리 아이는 몇 개를 하고 있고 그 치료 과정은 어떠한지에 대한 정보들은 자조적인 슬픈 어조로 인터넷에 후기와 함께 오늘도 업로드되고 있다. 막상 아이가 어리거나 해당이 없는 사람들은 요즘 애들은 너무 과하게 키운다며, 뭐 그런걸 시키냐고 손가락질하기 쉽다. 나 역시도 아이가 건강한 편이라 병원 진료를 받는 경우는 장염이나 감기가 다였다. 키도 또래에 비해 평균 이상이어서 당연히 생각하지 않았건만 점차 학령기에 들어가고 아이의 몸에 변화가 오니 괜시리 자꾸만 알게 되는 정보들을 메모해놓거나 심각히 고민한다.



성 조숙증 검사
여아 만 8세 미만
남아 만 9세 미만



최근 친구 엄마들이 성장 검사를 받았냐고 물어봐서, 그런 검사는 뭔가 찾아보다가 깜짝 놀라 동네 병원에 예약을 잡았다. 성장 과정에서 성호르몬이 활성화되어 있거나, 전문의가 치료가 필요하다가 판단할 경우 치료 주사 비용과 검사 비용에 대해 나라에서 정한 시기에만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아이는 이번 생일 이전에 검사를 받아야하는 것이었다.



아이의 성장이나 생활 습관 등 전반적인 면을 알아볼 겸, 검사를 했는데 먼저 뼈 검사 후에 의사 소견 상 필요하다 생각될 경우 피 검사를 동반하게 된다. 보통 왼쪽손 엑스레이 검사에서 현재 나이와 비슷한 나이를 보일 경우 피 검사까지는 하지 않는다. 피 검사를 할 경우는 뼈 나이가 1~2살 더 많을 경우에 실시한다. 피 검사는 꽤 비용이 비싸서 20만원 전후이지만, 보험 처리가 될 경우 반 이하로 부담이 내려간다.



정말이지 뼈 검사만 받고 아이의 성장 척도를 확인하러 간 나의 앞에 보여준 아이 손 엑스레이 사진을 보며 갑자기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아이의 뼈 성장 속도가 빠르고 현재보다 1년을 훌쩍 넘겨 빠르기 때문에 뼈나이 12세가 되면 생리를 시작하게 되고 성장이 멈추니 그 요인을 알아보는 게 좋겠다는 설명을 들었다. 입이 바짝바짝 마르고 타들어가는 그 느낌이란. 막상 아이의 성장에 대해 최악의 경우의 수까지 듣고 나니, 온 김에 피검사로 호르몬 때문인지 알고 싶어졌다.



뼈 나이를 빠르게 하는 요인이 성장 호르몬일 경우, 억제하는 주사로 치료를 하면 되니 다행이지만 오히려 요인이 불분명하면 생활 습관과 환경의 때문이니 그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덜컥 겁이났다. 왜 엄마라는 자리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서부터 다 내 탓인 것만 같은지 모른다. 곱씹어 아이의 식습관에 문제가 없는지, 아무 생각없이 줬던 간식들에는 성장을 촉진시킨 것은 없었는지, 자꾸만 반성에 가득찬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만약에 뼈 성장 나이를 억제시킬 수 있는 주사 치료가 된다면 맞아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남 말하기는 쉽다



정말이지 남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참 쉬운 일이다. 이러쿵 저러쿵. 괜찮을 거라는 주변의 말에도 괜시리 무지한 '엄마' 때문에 할 수 있는 성장만큼 못하게 되는 불상사가 생길것만 같고, 큰 돈이 아닌데 괜히 모른 척 넘어가서 나중에 후회가 될까봐서. 예전에 그런 검사를 해 조마조마하고 치료를 병행한다는 엄마들에게 과하다고 손가락질했던 내 자신을 원망하고 죄송하면서 그렇게 병원을 나왔다.



예전 동네에 드림렌즈 진료만으로 병원을 확장한 엄청나게 잘되는 안과가 있었다. 심지어 눈병이나 다래끼로 진료를 보고자할 때도, 수많은 드림렌즈 교체나 검사의 인파에 밀려나 대기를 해야만 했다. 문득 눈이 나빠 안경을 꼈던 나의 과거를 비추어볼때, 불편해도 눈 안에 넣는거보다는 당연히 안경이 낫겠지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고 안경낀 친구들이 늘어나면서, 잠을 길게 잘 수 있는 저학년일 때 드림렌즈를 하면 좋다는 이야기를 계속 들어왔다.



공부할 양이 많아 늦게 자는 경우에는 드림렌즈의 효과가 없다는 말과 함께 흩날려지나갔던 그 순간들이 떠오른다. 밤마다 하드렌즈를 아이 눈 안에 넣어 재운다는 것이, 그리고 한 번에 50만원 전후 정도인 렌즈를 갈아끼워주면서 애써야하는 모습과 가성비가 왠지 찜찜했던 것은 아마 나는 그 대상이 아닐거라는 오만한 자신감 덕분이었는지도 모른다.



저학년 아이들이 대상이구나



성조숙증 검사를 하고 치료를 받거나 성장 호르몬 주사를 맞는 아이들도, 드림 렌즈가 적절하다는 아이들도 모두 저학년 연령이다. 물론 고학년도 연결해 치료를 받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저학년'이 검사 대상이고 치료 효과가 확실하다. 그러니 '이 시기'를 어떻게 지나느냐에 따라 이후의 안도나 후회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조금 비틀어보자면, 남일 같이 왜 하냐고 쉽게 생각했던 사람 중 하나인 나마저도 마음이 동해 안절부절 못하게 만드는 그 검사들과 과정들에 지갑을 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하는 때가 누구에게나 있다. 나 역시도 그 중 하나가 될 예정인 듯 하지만, 정말이지 등골 브레이커 3대장이라는 이름을 누가 지었는지 정말 대단한 작명 실력이다.



마지막으로 교정은 정말이지 어쩔 수 없이 유전적으로 해야만 하는 것을 유치를 빼러가서 깨달았다. 부모 모두 교정을 했으니, 아마도 해야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백퍼센트 해야하는 아이라는 말에 예외는 없구나 라며 혼자 허탈해했다. 교정을 하는 미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어쨌든 교정 치료의 목적은 기능의 향상에도 있기 때문에 덧니와 부정교합을 바로잡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등골브레이커 3대장은 모두 '치료'에 해당하며, '심미적인 부분'만을 고려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막상 내 자녀가 해당할 경우에는 '기능적인 부분'도 함께 생각하며 '필수적'으로 선택할 수 없게 되는 운명의 데스티니 같은 것이었다.



성장검사 결과에 대해 친구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며 마지막에 동네에 있는 재수 학원들을 보며 애들이 물어보기에 말해줬다고 하면서, 재수 비용이나 고등학교 학원비가 1년에 5천만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도대체 등골이 얼마나 휘어야 자녀가 올바르게 장성할 수 있는 것인지 정말이지 모르겠지만 나도 아마 그 돈을 영끌해서라도 모아 아이를 위해 쏟아붓는 나이가 도래할 것이다.



지금 쉽게 말하고 있지만 반성할 내 자신에게 인생은 겸손하게 살아야한다는 교훈을 새겨본다.

남말을 너무 쉽게 하지말자. 내가 겪으면 그냥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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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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