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 경쟁과 순위 그리고 외국어
키즈 카페
우리나라에서 돌아다니다보면 카페도 많지만, '키즈 카페'라 불리는 곳들도 꽤 많다. 특히 아이들이 많이 사는 동네 근처의 무인 키즈 카페부터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 안에 위치한 대규모 키즈 카페까지 입맛대로 골라 놀러갈 수 있다.
나 이번주 주말에 키즈 카페 간다
키즈 카페라고 하면, 어린 유아들이 자그마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곳을 생각하겠지만 요즘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어른까지도 갈 수 있는 곳들이 많아졌다.
바운스 트램폴린파크 삼성센터
챔피언더블랙벨트 메가박스 코엑스몰점
캘리클럽 역삼점
캘리클럽 청담점
대치동 가까운 키즈카페 중 초등학생들도 가기 좋은 곳들은 세네군데가 있다. 이번 주말 아이가 좋아하는 캘리클럽을 갔었는데 그곳에서 마저 아이가 경쟁구도를 느끼며 열심히 최선을 다해 노는 것을 보면서 묘한 기분을 느꼈다.
팔찌를 태그하면 포인트가 쌓인다
바운스, 그물 장애물, 벽타기, 달리기 존 등 수많은 기구들 사이에 태그할 수 있는 작은 전광판들이 있다. 그곳에 입장시 받은 팔찌를 태그하면 아이 이름으로 포인트가 쌓이는데, 색깔별로 점수가 다르고 미션 존은 훨씬 많은 포인트를 준다.
매 순간 천장에 달려있는 커다란 모니터에 현재 순위가 계속 업데이트되며 키즈카페 전체 아이들의 등수가 게시된다.
등수를 확인하기 시작하면 열심히 달린다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초등학생들은 갑작스레 순위를 확인한 후 위기감과 함께 긴장감을 느끼며 매사에 최선을 다하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를 포함해서.
승부욕이 없는 나조차 도대체 왜이렇게 다들 열심히 하고 있나 싶다가도, 문득 아이가 10위권 안에 들어와 5위, 4위, 3위까지 등수가 올라가니 갑자기 속이 타고 전략을 짜게 되는 놀라운 의식의 흐름을 깨달았다.
달리기하면 포인트가 많네! 한 번 달려봐.
갑자기 그 경쟁에 동조해 아이를 밀어붙이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무척이나 놀랐는데, 옆에 남자아이 둘이 현재 순위 1위가 된 아이를 경쟁상대로 여겨 달리기를 미친듯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왜 이러는걸까' 생각했지만 이미 그 치열한 경쟁에 나는 관찰자가 되어 마음을 조마조마하며 키즈카페의 전광판을 자꾸면 흘깃 보고 있었다.
순위와 경쟁 그리고 성취
사실 처음 청담 캘리클럽에 왔을 때 미묘하게도 머나먼 딴 세상 느낌을 받았다. 아마 영어유치원을 다니는 아이들의 생일 파티였던 것 같은데, 저마다 화려하게 꾸민 학부모들의 모습과 파티 용품들 그리고 들려오는 영어 대화들이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나는 먼 나라 사람인 것만 같고, 우리 아이는 외국에 놀러온 한국 사람인 것 같은 이상하리만큼 느껴지는 낯설음. 아이들은 온통 영어로만 대화했고 그것은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큰 아이들은 대부분 그러지 않았지만 미취학 아동들의 경우 거의 영어로 자연스레 대화하며 서로의 의견을 묻고 놀고 있었다.
더 놀라운 점은, 일본인 아이 둘이 놀고 있었는데 점원 분이 유창하게 일본어로 아이들과 놀아주며 응대하는 장면이었다. 세상에나 이렇게 글로벌한 키즈카페라니.
외국어 구사 가능 키즈카페
영어, 일본어가 들리는 키즈카페에 있자니 굉장히 어색한 기분이었는데 심지어 부모와 유창하게 대화하는 어린이들 사이에 있자니 내 자신의 영어 실력이 자꾸만 초라하고 심장이 통닥거렸다.
물론, 우리 아이는 그 사이에서 순수하게 우리말을 꿋꿋이 사용하며 자기 혼자만의 놀이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자꾸만 남들의 모습에서 부러움과 대단함이 느껴지다니.
여긴 어디, 나는 누구인가
씁쓸하게도 키즈카페에 놀러와서 경쟁의 구도와 어린이들의 영어 구사 능력에 감탄하며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될 줄은 몰랐다. 재미로 모으는 포인트를 경쟁 구도로 해석하는 것이 과대해석일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놀 때도 경쟁의 요소를 가미해야 더 재미있고 인기가 있는 모양이다.
다음에 키즈카페에 올 때는 나도 아이도 외국어 구사 능력을 좀 키워와야겠다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