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윗-리윗 인터뷰#1 : 김아름_작가, 미세기화실 운영자
김아름 Areum Kim
작가, 미세기화실 운영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학부와 석사를 졸업하였다. 2021년 팩션에서 릴레이 개인전《stage mix : 김아름》과 2019년 소쇼에서 개인전 《사랑 마음 주술》, 2021년 아트선재센터에서 단체전 《선셋밸리빌리지》 등 다수의 전시를 했다. 애니메이션과 회화를 주 매체로 다루며, 최근작으로는 <미지의 해골>(2021), <비밀의 배>(2019), <이미지의 영토에서>(2019) 등이 있다.
인스타그램 @AREUM_BEHIND
홈페이지 www.areumkim.com
겨울의 끝 무렵, 미세기화실에서 김아름 작가를 만났다. 따듯한 차를 앞에 두고 앉은 그녀가 가장 많이 이야기한 단어는 '사랑'이었다. 그녀는 신중히 말을 덧붙였다. '미술 안에서 만큼은 사랑이 영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작가는 2016년 프라하에서 교환학생으로 머물렀다. 당시 비셰흐라드(Vysehrad) 공동묘지를 거닐며, 그녀에게 스며든 것은 '삶을 넘어 지속되고 연결되는 마음’이었다. 한 평 남짓한 묘지 아래 묻힌 죽은 자가 산 자의 기억 안에서 다시금 생생해지고, 무덤 위에는 꽃과 편지가 놓인다. 생을 초월한 감응의 감각이 그곳에 있었다.
미술을 통해 세계를 만들 수 있다면
사랑이 영원히 지속되는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작가는 ‘사랑의 영원성’에 대한 물음을 기반으로 드로잉, 회화, 영상 등의 매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다. 그녀가 필사하는 문학 작품의 구절, 쉬지 않고 그리는 드로잉, 자연과 건축 안에서 발견하는 선과 구조는 상상의 원천이 된다. 그녀는 자신을 통과한 이 모든 영감들을 재료 삼아 영원한 사랑이 머물 수 있는 보드라운 세계를 짓는다. 사뭇 따듯하고 황홀해 보이는 그곳의 이야기가 궁금해져, 귀를 기울여 보았다.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영원성과 그 불가능성’을 주제로 ‘사랑’, ‘이별’, ‘죽음’의 키워드를 서로 연결 지으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3D 애니메이션을 통해 가상의 세계와 이를 둘러싼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고, 회화를 통해 사랑의 추상성을 구체적인 이미지로 그려나가고 있어요. 현재는 서재웅 작가와 서울 종로구에 ‘밀물과 썰물’이란 뜻의 ‘미세기 화실’을 작업실로 두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관심사의 중심은 ‘영원’과 그 소망의 대상이 되는 ‘사랑’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한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2016년 체코의 프라하에 교환학생으로 간 적이 있어요. 당시 종종 비셰흐라드(Vysehrad)라는 공동묘지에 갔죠. 무덤에 사람들이 오가며 꽃이나 편지를 가져다주는 모습이 마치 한 편의 이야기 같아 보였어요. 한 평 남짓한 공간을 아름답게 꾸민 모습이 마치 작업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죽음이 마냥 부정적인 게 아니라 또 다른 연결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어요.
제게 사랑은 살면서 가장 큰 이슈였어요. 삶을 뒤흔드는 건 결국 사랑의 경험들인데, 이것에 대해 좀 더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사랑이 영원할 것 같지만 나중에는 감정도 사라지고 관계도 변화하죠. 작업을 해 나가던 중 '내가 사랑을 주제로 이야기를 하지만 근원적으로 뭘 말하고 싶던 거지?'라는 질문이 생겼어요. 감정과 관계들이 영원히 지속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게 사랑은 결국 영원에 대한 이야기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저의 생각을 본격적으로 담아낸 게 《사랑 마음 주술(LOVE HEART SPELL)》(2019) 전시였어요, 프라하에서의 경험을 통해 죽음 이후에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이나 마음이 더 드러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것들을 융합해서 긍정적으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3D 애니메이션과 수채화, 종이 입체물 등 다양한 실험과 생각을 담은 작품을 내놓았는데, 걱정과는 달리 반응이 좋았어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미술로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이미지는 사람의 수명보다 오래 지속되잖아요. 미술을 통해 세계를 만들 수 있다면 사랑이 영원히 지속될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당시 상영한 <비밀의 배>(2019)(*사랑을 경험한 여성들이 배로 변해 신체와 장소를 초월하는 이야기 애니메이션)에서 ‘여성’이 '배'로 변하여 등장하는 부분이 흥미로웠어요. ‘배’라는 것은 원래 노 젓는 사람의 방향에 따라 길을 가는데, ‘배’가 주체가 되어 시공간을 나아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공연 영상 일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바리데기》라는 작품을 접하게 되었어요. 자신을 버린 부모를 구하기 위해 저승을 여행하는 여성의 이야기인데, '죽은 이와 산 사람 사이의 교감'을 작품에서 느낄 수 있었어요. 바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죠. 샤머니즘에도 죽은 이와 산 사람의 연결을 시각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장치가 많아요. 종이배를 기다란 하얀 천에 올려 미끄러져 내려오게 하고 불에 태운다든지, 하는 식으로요. 제게는 이런 행위가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배 자체의 시각적인 이미지도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또, 《무인도를 위하여》(2018) 개인전을 할 때 엄마가 ‘인천에서 배를 타고 무인도까지’라는 방명록을 쓴 거예요. 부모님 댁이 인천이거든요. 어떻게 이렇게 기발한 글을 썼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배'는 제게 여러모로 긍정적이고 아름답게 기억되는 이미지였어요.
<비밀의 배>는 다양한 사랑을 경험한 여자들이 배로 변해 바다 위를 떠다니며 여러 관문들을 마주하는 이야기의 애니메이션 작업입니다. 그 관문들을 통과하는 배들은 바다 위의 풍경을 바라보며 자신들의 과거를 반추합니다. 마지막에 나타나는 '야외의 무도회'에서 노래 'little girl blue'를 부르는 가수가 그녀들을 맞이하고, 어딘가 외로웠을 배들을 향해 위로의 노래를 불러줍니다. 야외의 무도회를 빠져나와 아침을 향해 나아가는 배들은 또, 다시, 함께, 바다 위를 떠납니다. -김아름 작가노트 -
Credit
기획 / 인터뷰 | 리윗-리윗(이재화 이현경)
편집 | 이재화
자료제공 | 김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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