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참을 망설였다. ‘걱정하면 어떡하지?’ ‘위험하다고 못하게 하면 어떡하지?’ 그래도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왜 그랬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나 싶어 얘기했다.
“히치하이킹이 하고 싶어.”
“히치하이킹을 하려고.”
“히치하이킹 했어!”
“히치하이킹 해볼래?”
그리고 엄마와 함께 히치하이킹을 하게 되었다. 엄마는 내가 그토록 고대했던 산토리니를 심심해했다. 제주로 이사가 매일 바다를 즐기며 살고 있는 엄마는 '제주도 바다 좋다. 산토리니 바다도 좋네. 둘이 비슷하구먼.'식으로 결론을 낸 것 같았다. 엄마는 타고난 히치하이커였는지 엄지를 올린 지 3초 만에 차가 멈췄다. 엄마는 산토리니보다 히치하이킹을 더 신나 했다. 여행을 좋아하고 도전을 좋아하는 건 엄마를 닮았기 때문인가 보다. 그렇게 산토리니는 내가 꿈꿨던 지중해의 푸른빛의 아름다운 모습보다 휘둥그레진 눈으로 활짝 웃던 엄마와 친절했던 운전자가 더 기억에 남는 곳이 되었다.
“히치하이킹으로 국경을 넘는 여행을 해보고 싶어. 근데 무서워.” 엄마는 여태까지 잘하지 않았느냐고, 할 수 있다고 격려했다. 그래도 이래서 걱정되고, 저래서 걱정되고, 못하면 어떡하냐는 한참을 찡찡거렸다. 엄마가 한마디 했다.
“나는 너를 믿는데, 왜 너는 너를 못 믿냐?”
엄마의 마음은 너무나도 확고했다. 엄마의 진심 덕에 그런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내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여행. 다른 사람들은 왜 다들 사서 고생이냐고 하겠지만, 나는 행복했던, 살아있음을 느꼈던 그런 여행. 이 여행 속에서 나는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있고 싶은 대로 있으면 되었다. 운전자들은 꾸며진 나를 위해 차를 멈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위해 자리를 내어주었다.
사실 아빠에게는 아직까지도 히치하이킹을 했다고 말하지 못했다.
‘아빠, 미안해. 아빠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여직 이야기하지 못했어. 아빠는 내가 택시 타는 것도 걱정했는데, 차마 히치하이킹을 꿈꾸고 있다고 말할 수가 없었어. 이 글들을 읽고 나서도 여전히 걱정되겠지만, 그래도 응원해줄래? 사실 아빠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주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