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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채원 Oct 07. 2021

인생은 초콜렛 상자와 같다

Life is like a box of chocolates. You never know what you’re gonna get.

인생은 초콜렛 한 상자와 같다. 무엇을 얻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포레스트 검프 中>


더 이상 찡찡거릴 수도, 자랑스러워할 수도 없었다. 휴게소까지 가는 길이 험난했기 때문이다. 고속도로에서 걷는 것은 불법이다. 누가 고속도로에서 걸을까 싶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 때문에 만들어진 법인가 보다. 히치하이킹이 공짜라서 좋아했는데 벌금으로 교통비를 쓰고 싶지 않았다. 도로와 숲을 가로막는 150cm과 160cm 남짓인 우리보다 큰 펜스를 넘었다. 고속도로 옆의 숲을 따라 걸었다.


아름다웠던 시작점과는 달리 잡초와 갈대가 허리만큼 솟아있었고, 벌레가 달려들었으며, 모기를 막으려고 입은 비닐 재질의 잠바는 끈적이게 달라붙었다. 펜스를 넘을 때까지만 해도 모험 같다며 실실거렸는데, 지쳤다. 얘기를 하며 걷다가, 조용해졌다가, 나란히 걷다가, 뒤쳐졌다가, 손을 잡고 걸었다가, 멀어졌다가, 주저앉았다. 결국 H가 화를 냈다. “Who cares?! 누가 신경 쓰겠어?!” 그냥 고속도로 위로 걷자고. 우리는 한참을 고속도로와 숲의 경계 위에 앉아있었다.


노란색의 반짝반짝 차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경찰인가? 경찰이라 하기엔 너무 노랗고 해맑다. 노란색 조끼를 입은 아저씨가 내려 차 문을 활짝 열어주었다. 휴게소까지 태워주겠다고. 차 안에는 청소도구들이 있었다.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았지만 모든 것을 이해해주었다. 건네준 물 한 병에 안도감이 밀려왔다. 금세 커다란 2층짜리 맥도날드가 있는 휴게소에 도착했다.


“징쿠엥! 징쿠엥!” 말도 안 되는 발음이 분명하겠지만 "감사합니다"를 몇 번 외치고 붕붕 손을 흔들었다. 한참을 걸어가다가 H가 우뚝 멈췄다. 이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야 한다고. 돌아가서 아저씨들과 사진을 찍자고. 이미 마지막인 것처럼 격하게 인사했는데 다시 돌아가서 인사를 하라니 뻘쭘했지만 이 순간을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었다.


1년이 지나 H를 한국에서 다시 만났다. H가 선물로 뽑아온 사진에는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아저씨들의 얼굴이 있었다. 일상 속에서 마주할 법한 평범한 인상의 사람들. 그때는 마냥 친절한 얼굴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오밀조밀 뜯어보니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는 안다. 스쳐 지나가는, 내게는 이름 없는, 어쩌면 인상을 쓰고 있을지도 모르는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다정하다는 것을. H가 뽑아온 사진 밑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Life is like a box of chocolates. You never know what you’re gonna get. 인생은 초콜렛 한 상자와 같다. 무엇을 얻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상한 운전자 덕분에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래서 나는 또 히치하이킹을 꿈꾸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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