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오리온 베이비

재회

by 나로살다

일주일을 폐인처럼 살았다.



내 아이가 실종되었는데

어디에 하소연을 하지도 못하고

끙끙 앓아야만 하는 것 같은 좌절감이었다.


현실에서 오리온의 아이를 키우는 것을 밝히는 것은

꽤나 민감한 일이었을 뿐 아니라,

애초에 오리온과의 계약에 NDA 가 있었다.


오리온에서 내가 누구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안전상의 이유로 공유가 금지되고 있었다.


내가 오리온에 접속해 있는 동안

누군가 내 집에 침입하여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철저한 익명성, 기밀성은 오리온을 자유롭게 하는 특징이기도 했다.


숨겨진 욕망을, 오리온에서 마음껏 펼쳐볼 수 있다.

누구의 시선도 신경쓸 필요가 없다.

아무도 나를 판단하지도 지적하지도 않고, 그럴수도 없다.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곳.

그래서 자유로운 곳.


끝없이 자유로운 것은

동시에 너무나 고독하기도 했다.

누구에게도 나의 기쁨과 슬픔을 말할 수가 없었다.


아이를 키우며 무엇이든 공유하고 위로를 받았던 '메맘모'도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커뮤니티였다.


마치,

원래부터 지후는 없었던 것 같았다.

민준씨도.

오리온의 아늑한 우리집도.



- 지후가 캠프를 갔다고 생각하자. 아빠와 둘이 가는 캠프.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애를 써 보았지만,

오리온에서 느낀 매일 매일의 알찬 충만감은 채워지지 않았다.


그야말로 거대한 공허가 나를 집어 삼킬 것 같았다.


나는 병원에 휴가를 내고 하루종일 이메일만 체크했다.

혹시 오리온에서 조기 수리가 되었다는 메일이 오는지,

그것만이 나의 희망이었다.


그러나 오리온의 계정으로 날아오는 메일들은 죄다, 광고 뿐이었다.

지후에게 필요한 옷과 음식과 장난감과, 그리고 교육 프로그램들.

새로운 침대와 자전거, 학원 카달로그 등등.


나는 일주일간 집을 떠나 돌아가는 엄마들이 그렇듯이

엄청난 선물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후가 좋아할만한 것들을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를 하는 것이

나의 하루 중 가장 신나는 시간이었다.


그러다 강렬한 허기에 배달음식을 시켜 허겁지겁 먹고

다시 인터넷을 들여다보고,

그러다가 지쳐 쓰러져서 잠드는 일상이었다.



하지만 시간은 약속대로 잘 흘러갔다.

드디어 7일째가 되었고

하나님이 이 세상 만들기를 완성하신 그 날이었다.


나에게도 새 세상이 왔다.


수리된 니보 11은 세탁까지 마쳤는지 향기로웠다.

이 멋진 수트가 나를 나의 멋진 세계로 데려가 줄 것이다.


가슴이 뛰었다.

나의 가족을 만난다 드디어.

교도소에 구금되었다가 드디어 출소하는 전과자처럼

니보를 입는 손이 흥분으로 파르르 떨려왔다.



들어왔다, 오리온!!!



우리집 울타리를 여니

문 앞에 잔뜩 쌓여있는 택배가 보인다.

내가 일주일동안 주문한 지후의 선물들이다.

현관문 손잡이를 잡고 밀어보았다.

수리된 촉각이 더욱 정교해졌는지, 손잡이의 차가운 느낌마저 리얼하다.


- 지후야~ 엄마왔다~


집안은 조용했다.


엄마!!!! 를 외치며 전력질주 달려오는 지후를 수없이 상상했다.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나를 반기는 지후 아빠도 생각했었다.

그러면 나는 그 애를 꼭 끌어안고 주저앉아,

고소한 냄새가 나는 정수리와 뺨과 눈과 이마에 끝도 없이 뽀뽀를 해주어야지.


너무 보고싶었어 우리아가,

너무 보고싶었어, 라고 수도 없이 말해주어야지.

내 사랑,

나의 보물.


그런데 다 어디갔지?



거실 쇼파에 앉아 잠깐 생각을 해본다.


아직 유치원 끝날 시간이 아닌가? 아닌데, 지금 시간이면 집에서 간식먹을 시간인데...


한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조용한 집.

결국 오리온에 연락을 해보기로 했다.

눈앞에 투명 디스플레이를 띄우고 고객 센터 버튼을 누른다.


- 네, 고객님 오리온입니다.

- 네 저, 저희 집에 왔는데 아이와 남편이 없어서요.

- 신연재 고객님이시죠?

- 네 맞아요.

- 잠시만요, 아, 니보 수리로 일주일간 접속이 없으셨네요.

수리 후에는 재접속 설정을 해주셔야 하는데,

그냥 접속하셔서 지금 설정이 안보이시는 것 같아요.

- 네? 설정이요?

- 네, 고객님 환경 설정이요.

제가 바로 재접속 설정 도와드리겠습니다. 전화 끊으시고 잠시만 대기해주세요.

- .......



머릿 속이 텅 빈 것 같았다가,


가슴 속도 비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져나가는 것 같다.


마음 속에 힘들게 쌓아올린 행복과 사랑의 조각 조각 들이


스르르,


흘러내리고 있다.






멍한 상태로 1분 여의 시간이 지났을까?

갑자기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 엄마!!!!!!!


지후다.



- 연재씨, 왔어요?


민준씨다.


그들은 내가 상상하고 그려왔던 그 모습 그대로 나에게 다가왔다.

지후는 전속력으로 달려와 내 품에 안겨 나를 쓰러뜨렸고

민준씨는 그런 지후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내가 그리워했던, 내 가족이다.


어색한 손길로 지후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린다.

부드럽고 연약한 아이의 머리카락.

정수리에서는 내가 그리워했던 고소한 아이 냄새가 난다.



그런데 이 이질감은 무엇일까.

왜 이렇게 낯설까.



내 머릿속에 아직, 상담원의 목소리 조각이 날카롭게 남아있다.


- 고객님 환경 설정이요.




환경 설정


지후라는 설정.

민준씨라는 설정.



엄마,

라는 설정.




신이 나서 택배를 뜯어보는 지후를 소파에 앉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비활성 시간이 된 민준씨가 다가온다.


- 연재씨, 오랜만에 반가웠습니다.

내일 다시 뵙죠.


정중하고 다정한 인사를 마친 후 현관문을 나가는 민준씨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창문으로 그의 뒷모습을 찾는다.



없다.


방금 우리 집 현관문을 나선 그가


없다.



- 엄마, 엄마!!!!

이건 뭐야????



지후가 새 장난감을 들고 와서 묻는다.

나는 그 아이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찬찬히 바라보았다.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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