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기가 뇌종양이래요

수모세포종, 수술 그리고 항암치료

by 나로살다

"아기가 머리가 많이 크네요?"

"네...근데 키도 크고 몸무게도 많이 나가니까 머리도 큰거 아닐까요?"

"네 그럴수도 있죠. 그런데 아닐 수도 있어서, 머리둘레가 이렇게 크면 큰 병원에 가보시는게 좋아요"

"아....꼭 가봐야 해요? 아이가 잘 놀고 잘 먹고 아무 문제가 없는데요"

"네 그렇죠 근데 머리는 조심해야 해서요, 소견서를 써드릴테니 가까운 병원으로 가보시죠"


동네 소아과에서 영유아 검진을 하는 중 대학병원으로 가보라는 소견을 받았다.

형식적으로 하는 영유아 검진이니 뭐 있겠나, 무엇보다 아이가 아무 이상이 없는데. 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들렀다가, 가까운 대학병원까지 급하게 외래를 잡아 가보았다.

아이가 어려서 두개골이 다 닫히지 않은 상태니 앞 머리의 숨구멍을 통해 초음파 검사를 하고, CT도 찍어라.

초음파에 CT까지...이 병원들 정말 오바하네...

그때까지만 해도 별일 아니겠지 그래도 불안하니까 하란대로 하자는 생각이었다.

CT 결과는 일반적인 뇌실보다 훨씬 크고 물이 차 있는 것으로 보여 수두증 의심된다. 어린이 병원이 있는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아는 후배가 있으니 바로 예약을 해주겠다. 가서 전문의의 의견을 들어봐라.


회사 후배 중 뇌수술을 경험한 후배에게 이야기 하니

세브란스 예약이 누구로 되어있는지, 가능하면 경험이 많은 나이 많은 교수님으로 예약을 하라고 한다.

별일 아니겠지만 혹시라도 수술을 하게 되더라도 뇌수술은 경험이 많은게 최고더라.

홈페이지를 보니 소아신경외과에 명의로 불리는 교수님이 계신다. 그 분으로 해라.

'그렇게까지 해야하나? 아 너무 복잡하고 심난해...'


세브란스에서 첫 진료를 본게 겨울이었다.

수두증이 의심되나 일단 아이가 어리니까 두돌이 되기 전까지는 뇌가 자라면서 모양이 변하기도 하니,

6개월 후에 다시 한번 검사하는게 좋겠다. 라고 하셔서

6월에 MRI촬영하고 2차 진료를 하니 뇌실 크기는 커지지는 않았다. 또 6개월 후에 보고 그 때 판단해서 션트 수술을 하든지 하자.


그리고 2주 후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데 세브란스에서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여기 세브란스 영상의학과 인데요, 정은우 어머니 되시죠?

저희가 지난번에 찍은 영상 복기하면서 확인하다가 영상에 덩어리가 조금 보여서요, 다시 한번 검사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덩어리요? 무슨 덩어리요? "

" 아, 확실하지는 않은데요 그림자인지 물혹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보여요 어머니..."

".....그럼 뇌종양일 수도 있단 말씀인가요??"

"네...어머니 그럴수도 있어요... 그래서 지금은 MRI 예약이 다 차 있어서, 입원을 하시면 빈자리에 빨리 찍어볼 수 있으니까요, 이번 주말에 입원하실 수 있으실까요?"


보통 불친절하고 느리고 복잡한 큰 병원에서 이렇게 민첩하고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는 것은

.......

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병원에서 잘해준다고 절대 좋아하지 말 것.


같은 건물에서 일하고 있던 남편에게 지하 1층으로 내려오라고 해서

방금 전화받은 내용을 전달하며 나도 모르게 울음이 터졌다.

"여보 어떡하지? 어떡해 뇌종양일수도 있대..."

남편은, '별일 아닐 것이다. 무슨 뇌종양이냐 그냥 물혹일 것이다. 입원을 꼭 해야되는거냐. 병원들은 돈벌라고 무조건 입원하라고 하는거야.' 라고 하고....


결국 복잡하고 심난한 마음으로 입원하고 그 다음날 새벽 5시에 MRI 를 다시 찍고

아침 회진을 약 10명의 전문의들과 우르르 온 교수님은 상세하게 친절하게 명확하게 그리고 빠르게 말씀하셨다.


"소뇌 부분에 종양이 있습니다. 조직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보통 그쪽에 생기는 종양은 나쁜 악성 종양인 경우가 많습니다. 상의세포종 아니면 수모세포종 인데, 수술하고 항암치료를 해야 하구요, 내일 아침 일찍 첫 타임으로 수술합시다."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은 질문이 없다.

너무 아무것도 모르면 궁금한 것이 없게 마련이다.

우리 부부는 꿀먹은 벙어리의 모양새로 의사 무리를 내보내고 병실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내일 뇌수술을 한다고? 이제 돌 지난 아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