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나 자신 불안형 애착장애

"언니는 연애하지 말고 혼자 살아"

by 슈스타

문득. 며칠 전 동생과 이야기하다가

가끔 나보다는 감정에 대해 잘~ 아는 동생과 열띤 토론을 한다.

주로 나에 대한 이야기이다.


"언니는 연애하지 말고 혼자 살아"


오은영 박사님의 프로그램을 잘 챙겨보는 편이다. 라디오처럼 틀어놓고 할 일을 하곤 한다. 이야기를 듣다가


어랏? 나잖아? 불안형 애착장애

전에 만났던 사람들도 다들 질려버리게 했던 나의 행동들. 오죽하면 절대 너는 연애하지 말라고 했던, 그냥 혼자 살아 나는 말. 나는 상대방을 이기고 싶은 마음을, 나의 애착문제에 대해 회피하고 포장했다. 문제는 상대방이라고, 나는 아무 문제없다는 것처럼. 부모님을 탓했다. 가부장적인 아버지 오로지 가족헌신 어머니, 어린눈으로 봤을 때 어머니는 한순간도 행복하지가 않았다. 가끔 내가 상 받았을 때? 칭찬보다도 다음에도 꼭 상 받아와라는 말로, 기쁨을, 나를 기쁘지 않게 했던 그때. 엄마를 보며, 절대로 나는 결혼하지 않을 거야, 절대로. 다짐하고 그때부터였을까 눈뜬 채로 귀는 닫아 버렸다. 그래야 내가 살 수 있었기에.


나이가 드니 모르는 사람을 만나야 하며, 알아가야 한다는 게 정말 힘들었다. 왜 내가 너를 알아야 하는지. 왜 내가 너에 대해 궁금해야 하는지. 자연스러운 생각이지만 나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았다. 그냥 하지 않아야 살 거 같았을지도 모른다. 내가 말하는 게 옳았고, 내가 생각하는 게 옳았다.


예전에 나를 기쁘지 않게 했던, 어머니의 말들을, 나 스스로에게 똑같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다들 너 만큼은 해"

"너는 원래 잘하잖아"


나만의 기대치를 만들어, 도달하지 못하는 나를 보고는 나를 욕하고 나 스스로를 괴롭혔다. 그랬기에 나의 선택에 확신이 들었던 순간은 몇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과정에서 모든 나의 기준들이 송두리 때 흔들렸다. 내가 생각했던 내가 사랑해야만 하는 사람의 기준. 이랬으면 좋겠다. 저랬으면 좋겠다가 아닌. 무조건 이거 아니면 안 돼. 이거여야만 해. 이제 내가 사랑하는 사람마저도 나처럼 불안했으면 했고, 나처럼 확신 없기를 바랐다. 그런 모습을 보일 때면 나는 나를 보는 느낌이었기에 항상 헤어지자고 이야기했다. 회피였다. 나는 나와 마주하기가 싫은 것. 사랑한다고 이야기해 주면, 왜 사랑하는지? 어디가 사랑스러운지? 매일 매시간 매분 매초 이야기해 주기를 바랐다. 항상 내 생각을 하기를 바랐다. 내가 바라는 것들을 해주기 일보직전, 나는 어? 뭐야 진짜 나 사랑하는 거야? 하고는. 또 다른 바람을 만들어 사랑하는 사람을 괴롭힌다. 결국 나를 괴롭히는 거.


나는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또 있을까. 단 한 번이라도, 자연스러운 사랑을 해보고 싶다. 결국 고치지 못하면 나는 아마 혼자이지 않을까 무섭다. 차라리 혼자가 좋아 편해라는 말도 다 회피가 아닐까. 모든 것에 의문이 든다. 내가 나를 모르면 아무도 나를 모르는 것처럼. 이때쯤 한번 말해주는 '나는 나 자신을 먼저 사랑해 보기로 했다.' '나는 나를 마주하기로 했다.'


문득, 나를 마주하기 위한 시간 약 2년. 정신병원에 갔다면 조금은 더 빨리 나를 마주할 수 있었을 수도. 나는 아직도 내가 낯설고, 어색하다. 일단 나에게 바라는 것을 하나씩 지워가기로 했다. 하나씩. 내가 지금 딛고 있는 이 땅, 그리고 내 코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숨. 딱 두 개만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어떻게 지내?

죽지 못해 산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

행복하게

아, 아니 그냥 괜찮다.

이전 02화지금. 어느 날 생명선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