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05년 2월부터 2006년 5월 초까지 주로 중학교 1학년 반들에 초빙을 받아 프랑스의 여러 도시들 및 시골을 순례했다. 그때 학생들 및 교사들과 나눈 아름다운 추억들은 아직도 기억 속에 생생하다.
첫 초빙을 받아간 곳은 스위스와 인접해 있는 에비앙 레뱅이라는 작은 읍이었는데, 도착하자마자 바다처럼 넓은 레만호가 가슴을 탁 트이게 해 주었다. 게다가 여교사 세 분이 내가 마치 중요한 귀빈이라도 되는 것처럼 친절하고 정중하게 나를 맞아 호숫가에 있는 멋진 호텔과 식당으로 안내해 주었으니 나는 그저 몸 둘 바를 몰라했다. 그다음 날 나는 오전에 두 반, 오후에 한 반 들어가서 학생 독자들과의 만남을 가졌는데, 학생들은 이미 교사와 « 고양이 학교 »에 대해서 공부를 했고 내게 물을 질문들을 미리 준비해 놓은 상태였다. 그들은 작품에 대한 질문들 이외에도 한국과 김진경 작가와 김재홍 화가 그리고 번역가인 나에 대해서도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문득 한 남학생이 손을 들고일어나더니 내가 어제저녁 몇 시쯤에 기차역에 도착했는지 알고 있다면서, 사실은 한국인인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너무도 궁금해서 내 도착 시간에 맞추어 역으로 나가 숨어서 나를 지켜보았다고 고백했다. 나는 그런 그가 너무 귀여워서 « 그래, 학생이 상상한 것과 비슷하냐 아니면 많이 다르냐 »라고 물으니 그의 대답인즉슨,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고 해서 학생들과 수업에 참관한 교사들이 웃음을 터뜨렸고 나는 좀 민망해서 얼굴을 붉혔다.
사실 외국인들이라고는 거의 없는 그 시골 아이들에게는 한국인, 한국이라는 나라가 마치 외계인이나 외계 행성이라도 되는 것처럼 낯설고 멀게 느껴졌을지도 몰랐다. 선생님들의 말에 따르면, 그 지역 사람들은 자신들이 사는 곳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다른 외지에 대해 관심도 없고 휴가 기간에도 자신들의 고향을 잘 떠나지 않는다고 했다. 상당히 보수적인 그런 학부모들 밑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정신적으로 열린 마인드를 심어주는 게 쉽지 않은 과제라고 걱정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날 내가 본 아이들의 눈은 호기심으로 반짝거렸고 내가 이야기하는 것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양 관심을 집중해서 듣는 그들의 모습에 나는 기쁘고 신이 나서 더욱 열정적으로 질의응답에 임했다. 그날 그들의 뇌리에는 한국인인 나와 한국이라는 나라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새겨져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이었다.
교사들의 평가도 극찬이었다. 지금껏 학생들이 그토록 주의 집중해서 수업에 임하는 태도는 처음이었다면서 나의 초대는 백퍼센터 효과와 만족이었다고 이야기했다. 나 역시 학생들과 함께한 시간이 행복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나의 방문이 상당히 인상 깊었는지 내가 파리로 돌아온 이후에도 교사들과 학생들은 감사의 메시지들을 듬뿍 담은 편지를 내게 보내왔다.
또 어떤 중학교들은 내가 방문하는 날을 마치 한국의 날로 정한 것처럼 복도와 온 교실을 인터넷에서 찾아서 인쇄한 태극기 이미지며 한글 알파벳, 한복 사진, 한국 지도 등으로 장식해 놓고 나를 맞았다. 학생들은 작품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을 중심으로 시나리오를 만들어서 연극을 하기도 했고, 각자 좋아하는 등장인물들을 그려서 내게 선물하기도 했다. 내가 칠판에 그들의 이름을 한글로 쓰자 그들은 너무도 신기해하며 자신들의 노트에 베껴 쓰기까지 했다. 책을 산 아이들은 수업이 끝나자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섰고, 책이 없는 아이들은 노트 한 장을 찢어서 줄을 서기도 했다.
만남은 반드시 작은 교실에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떤 학교에서는 중학생과 고등학생을 합친 백여 명이 넘는 학생들과 교사들 그리고 심지어는 교장 선생님까지 참여한 대강당에서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또 어떤 곳에서는 시청의 대강당을 빌려서 도에 있는 여러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합쳐 거의 800여 명에 이르는 학생들을 모아놓고 작가들도 나를 포함해 다섯 명 정도 초빙해서 작가 소개 및 작품 소개 그리고 질의응답의 시간을 가졌는데, 이날도 어떤 중학교 학생 여러 명이 « 고양이 학교 »작품의 일부를 발췌해서 등장인물들의 역할을 분담해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말이지 가는 곳마다 나는 학생들의 대환영과 교사들의 찬사를 받았고 « 고양이 학교 »와 한국에 대한 그들의 열정적인 관심은 내게 기쁨과 자부심을 안겨 주었다. 이렇게 여러 지방을 돌며 승승장구한 내 순례 여행은 결국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5월 중순 드디어 학생들이 투표했고, 다섯 권의 후보작 중에서 « 고양이 학교 »가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비록 상금이 없는 상이지만 도서 판매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고양이 학교 시리즈와 이 앵코럽티블 문학상은 나와 필립 피키에 출판사와의 인연을 돈독하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앵코럽티블 문학상과 나와의 인연도 가볍지만은 아닌 게, 2008년 여전히 필립 피키에 출판사에서 나온 이영경 작가의 그림 앨범 "넉점 반"이 또한 이 상 후보작에 올라 "고양이 학교"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몇몇 도시들에 초대받아서 유치원생이나 만 6세의 초등학교 1학년생들과 만남을 가졌다. 어느 초등학교 1학년 남학생인 걸로 기억하는데, 내가 초대되어 간 날, 그는 "넉점 반" 텍스트 전체를 완벽하게 외워서 모두의 앞에서 발표해 갈채를 받았다. 그 텍스트가 너무도 마음에 들어서 저절로 암기가 되었다고 말하는 그의 귀여운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고 아직도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다.
2021년에는 고혜진 작가의 "곰 아저씨의 선물" 역시 앵코럽티블상 후보작으로 올랐는데, 여전히 코로나가 판을 치던 시기인지라 작가 초청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고, 비록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나는 파리에서 열리는 시상식에는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