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봄이 사라졌다-
오늘따라 엄마 몸에 자주 시선이 머물게 되네. 엄마는 안 그런 척 움직이고 있지만. 요즘 엄마는 몸을 움직이는 데 부쩍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아서 말이지.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집 안을 오고 가는 발걸음 소리가 거슬리지 않았었던 것 같은데. 현재 내 귀에 전달되는 소리는 엄마가 한쪽 방향으로 쏠린 몸을 균형 잡으려 안간힘이 들어간 것 같거든.
불균형 자세에서 들려오는 불편함이 불쾌할 지경이야. 엄마 몸이 걱정이 되면서도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동시에 드는 게 사실이야. 자꾸 신경이 쓰이거든.
그리고 증상을 방치하고 불편한 몸을 무리하게 움직이는 엄마에게 화도 나고 말이지. 그런 데다가 어디에서 듣고 왔는지 전혀 근거 없는 오히려 독이 될 것 같은 동작을 반복하면서 나아지고 있다는 엄마 궤변이 기가 막혀. 게다가 내가 아무리 말해도 엄마는 전혀 들으려 하지 않고 하던 행동을 멈추지도 않으니 내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 엄마. 다시 말하지만 엄마 바람대로 해결될 리 없어요! 빠른 길이 좋은 방법이 될 리 없으니까! 엄마가 지금 하고 있는 짓은 허리 디스크로 불편한 몸에 킬 힐 신고 걸어 다니면 효과가 있다고 확신하는 것과 같아. 전혀 맞지 않는 치료 방법인데도 엄마는 기어코 힐에서 내려오지 않고 버티고 있으니 내 두뇌는 엄마를 적군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 같아. 그러다 보니 자주 공격적인 말이 나가게 되나 봐. 그런데 그뿐이 아니야. 엄마가 내놓는 해결책들은 대체로 발생한 문제와는 전혀 연관 없이 주술 같은 행동을 요구할 때가 있어. 너무 어이없게도 가뭄에 콩 나듯 보이는 진지함까지 갖추고 말이지. 그리고 과학적 원리가 자명한데도 ‘희한하다 ‘, ’신기하다’와 같은 불투명하고 불안한 용어들로 마무리 지어버리는 것. 그런데 그 원리에 대해 내가 이미 수차례 설명했었다는 것. 엄마는 부러 그러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모함을 하게 만들어. 내가 자극받도록 해서 얻을 이익이 있나 싶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말이야. 작전상 바보처럼 느껴지게 만들고 방심한 틈을 타서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려는 수작. 이미 그 유전자에 중독된 내 모습마저 사라져서 엄마 유전자는 멸종됐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앞으로 엄마를 닮은 호모 사피엔스는 삶이 고단할 것 같으니까. 그러니까 엄마가 포기해. 그리고 이제 그만 런웨이에서 내려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