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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성의 척도

Arthur Schopenhauer

by Rainsonata

2022년 7월 25일 월요일


Arthur Schopenhauer(1788 - 1860)는 나의 지적 호기심과 심리적 호기심 모두를 자극하는 아주 흥미로운 인물이다. 쇼펜하우어가 매일 정오 프랑크푸르트의 같은 식당에서 2인용 테이블에 앉아, 사랑하는 푸들 아트만(Atman)과 식사를 하고, 산책을 즐겼다는 이야기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각양각색의 뼈 때리는 말을 남겼는데, 그중에서도 이 문구는 언제 읽어도 수긍하게 된다.


"Since compassion for animals is so intimately associated with goodness of character, it may be confidently asserted that whoever is cruel to animals cannot be a good man."


"동물과의 교감은 품성의 선함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동물에게 잔인한 사람은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확인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미국에서 심리치료사 공인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석사 이상의 학위와 3000시간의 임상 경험 그리고 200시간의 슈퍼비전을 받은 뒤, 서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이 절차가 무사히 끝나야만 시험을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고, 최종적으로 국가시험(National Exam)을 치르고 합격하면 비로소 자격증서를 발행받는다. 단 캘리포니아에서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국가시험이 아닌 주정부시험(CA State Exam)에 합격해야 한다. 여하튼 긴 시간을 요구하는 이 길을 걷기 위해 공부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DSM: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rs(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을 꼼꼼하게 훑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앞서 소개한 쇼펜하우어의 발언이 과장이 아니라고 믿는 이유가 바로 이 DSM-5에 있다.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은 질환의 범주를 각 묶음으로 분류해서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파괴적, 충동조절 및 풍행 장애> 단원 아래 소개된 <품행 장애>에 대한 진단기준의 첫머리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품행장애: Conduct Disorder

A. 다른 사람의 기본적 권리를 침해하고 연령에 적절한 사회적 규범 및 규칙을 위반하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행동 양상으로, 지난 12개월 동안 다음의 15개 기준 중 적어도 3개 이상에 해당되고, 지난 6개월 동안 적어도 한 개 이상의 기준에 해당된다.


사람과 동물에 대한 공격성

1. 자주 다른 사람을 괴롭히거나, 위협하거나, 협박함

2. 자주 신체적인 싸움을 검

3. 다른 사람에게 심각한 신체적 손상을 입힐 수 있는 무기 사용(예, 방망이, 벽돌, 깨진 병, 칼, 총)

4. 다른 사람에게 신체적으로 잔인하게 대함

5. 동물에게 신체적으로 잔인하게 대함

6. 피해자가 보는 앞에서 도둑질을 함(예, 노상강도, 소매치기, 강탈, 무장강도)

7. 다른 사람에게 성적 활동을 강요함


더 나아가 '품행장애'는 '반사회성 성격장애'와 같은 선상에 놓여있다. DSM-5의 내용을 다시 인용하자면 <반사회성 성격장애>의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환자가 최소 18세 이상 이어야 하고, 15세 이전에 <품행장애>가 시작된 증거가 있어야 한다. 이렇듯 두 장애는 비슷한 증상이 심화되는 과정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즉 사람과 동물에 대한 공격은 재산 파괴, 사기 또는 절도, 중대한 규칙 위반이라는 '품행장애' 진단의 골조를 이룰 뿐만 아니라, 적절한 개입과 치료가 없을 경우 점차 '반사회성 성격장애'로 악화되는 비극의 초기 징후 이기기도 한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DSM-5의 이 항목을 펼쳐 볼 때마다 "동물과의 교감은 인간의 품성의 선함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라는 쇼펜하우어의 주장을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괴짜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우리에게 제시한 품성의 척도는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빛나는 통찰력을 신랄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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