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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Year of Magical Thinking

Joan Didion

by Rainsonata

2022년 7월 26일 화요일


대학원 때부터 가깝게 지내온 친구가 유산을 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러 연락이 왔다. 친구는 이틀 동안 열리는 Grief Summit에 자신과 함께 참석할 수 있는지 물었다. 나는 물론이라고 대답했다. 평소에도 학구열이 높았던 친구는 나에게 미리 몇몇 발표자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그들이 어떤 이론을 토대로 '상실과 애도'를 바라보고 있는지 알려주었다. 우리는 열심히 경청했고, 틈틈이 서로가 겪은 경험을 나눴다. 휴식시간에는 인상 깊었던 진행자로부터 배워야 할 점과 아직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어떻게 보충할 수 있을지 토론했다. 하지만 친구는 단 한 번도 유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친구는 David Kessler의 발표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고, 나는 Leanne Campbell의 따뜻한 시선이 좋았다. 이틀 동안 우리는 심리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상실과 애도'에 대한 다양한 접근 방식을 배웠고, 개인적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열 명의 발표자 중에 두 명이 Joan Didion (1934 - 2021)의 <The Years of Magical Thinking>을 추천도서로 소개했다. 이 책에 대한 소감을 이야기하는 두 발표자의 눈망울에서 깊이가 느껴졌기에, 나는 꼭 읽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읽기 시작했다.


"Life changes in the instant. The ordinary instant." - Joan Didion


존 디디온은 몹시 개성이 뚜렷한 사람이었고, 그에 어울리는 삶을 살았다. 그녀가 다루는 상실의 기록에는 세련된 거리감이 느껴진다. 40년을 함께 해온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담은 <The Year of Magical Thinking>에서도 그녀가 지향해온 '뉴저널리즘'에 기반한 묘사의 미학은 단정하게 기록되어있다. 그러므로 팩트와 스토리텔링의 요소를 골고루 갖춘 디디온의 문체는 독자의 감정선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덕분에 우리는 나의 상실과 그녀의 상실에 대해 모두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적 여유를 갖게 된다. 특히 이전에 한 번이라도 상실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정돈된 글이 주는 울림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소중한 사람을 잃는다는 것, 익숙한 무언가와 영원히 헤어진다는 것은 몹시 비현실적인 동시에 더할 나위 없는 현실 그 자체이다. 남겨진 자는 애통함을 표현할 길을 찾지 못해 오랜 세월을 헤매기도 하고, 어느 날 홀연히 마침표 하나에 모든 것이 담기기도 한다. <The Year of Magical Thinking>에서 만나는 디디온은 이미 마주한 남편의 죽음과 곧 마주하게 될 딸의 죽음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간다. 그리고 기억의 밀물과 망각의 썰물에 자신을 맡긴 채 주어진 삶을 살아간다. 그 작은 체구로 삶과 죽음의 무게를 오롯이 짊어지고, 끝까지 꼿꼿하게 그리고 자신답게 버텨내려고 애쓰는 그녀의 모습에서 나는 또 다른 무늬의 애도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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