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몸을 움직이면 좀 나아질까?
아빠를 하늘나라로 잘 보내드리면서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날이 정말 좋다고. 우리 아빠 따뜻한 봄 날에 잘 떠나셨다고.
그래도 마음이 쉽게 나아지진 않았다.
회사고 육아고 뭐고 다 내려놓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었다.
오로지 아빠 이야기를 맘껏 나눌 수 있는 엄마나 언니, 아빠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만 마음이 조금씩 나아졌다.
마음이 힘들땐 일단 몸을 움직여 보라고 누가 그랬다. 나는 그 기억을 떠올리며 5월부터 아침마다 달리기 시작했다. 매일 일찍 자고 5시부터 6시 사이에 일어나는 습관을 잘 만들어 놓은 덕분에 새벽 기상이 어렵진 않았다. 마침 날도 좋았다. 조깅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나는 아침마다 글을 썼다가 책을 읽었다가 그도 아니면 한참을 멍때리고 있다가 정신이 조금 차려지면 집 밖으로 나갔다. 옷만 갈아입고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나가서 집 앞을 무작정 달렸다. 운동을 싫어했지만, 달리기는 제일 싫어하는 운동이었지만 달리고나면 기분이 조금씩 나아졌다. 땀을 흘리고 찬물로 샤워까지 하면 에너지가 충전되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처음엔 5분도 겨우 달렸지만 점점 달릴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10분, 20분까지 달릴 수 있다는 사실에 묘한 성취감이 들기도 했다.
역시 몸을 움직이는게 효과가 있었네.
나는 느리지만 조금씩 기운을 차렸고, 쉬는 동안 아이의 학교도 정했고, 미뤄왔던 잡무들도 처리했다.
내가 다시 회사로 돌아가 아무렇지 않게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었던 생각도 접어두고, 다시 출근도 시작했다.
아빠의 사망신고만큼은 내가 할 자신이 없어 언니와 엄마에게 맡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