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음 다잡기

달리기

by 프로성장러 김양

몸을 움직이면 좀 나아질까?



아빠를 하늘나라로 잘 보내드리면서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날이 정말 좋다고. 우리 아빠 따뜻한 봄 날에 잘 떠나셨다고.


그래도 마음이 쉽게 나아지진 않았다.

회사고 육아고 뭐고 다 내려놓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었다.

오로지 아빠 이야기를 맘껏 나눌 수 있는 엄마나 언니, 아빠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만 마음이 조금씩 나아졌다.


마음이 힘들땐 일단 몸을 움직여 보라고 누가 그랬다. 나는 그 기억을 떠올리며 5월부터 아침마다 달리기 시작했다. 매일 일찍 자고 5시부터 6시 사이에 일어나는 습관을 잘 만들어 놓은 덕분에 새벽 기상이 어렵진 않았다. 마침 날도 좋았다. 조깅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나는 아침마다 글을 썼다가 책을 읽었다가 그도 아니면 한참을 멍때리고 있다가 정신이 조금 차려지면 집 밖으로 나갔다. 옷만 갈아입고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나가서 집 앞을 무작정 달렸다. 운동을 싫어했지만, 달리기는 제일 싫어하는 운동이었지만 달리고나면 기분이 조금씩 나아졌다. 땀을 흘리고 찬물로 샤워까지 하면 에너지가 충전되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처음엔 5분도 겨우 달렸지만 점점 달릴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10분, 20분까지 달릴 수 있다는 사실에 묘한 성취감이 들기도 했다.


역시 몸을 움직이는게 효과가 있었네.


Whisk_b609395bbdfad1482c142e7632da0a36dr.jpeg


나는 느리지만 조금씩 기운을 차렸고, 쉬는 동안 아이의 학교도 정했고, 미뤄왔던 잡무들도 처리했다.

내가 다시 회사로 돌아가 아무렇지 않게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었던 생각도 접어두고, 다시 출근도 시작했다.


아빠의 사망신고만큼은 내가 할 자신이 없어 언니와 엄마에게 맡기고.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02화장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