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빠가 살아 돌아왔다

꿈속에서

by 프로성장러 김양

아빠가 웃는다. 아빠가 행복해한다. 나는 그걸로 충분하다. 그런데도 눈물이 난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난 뒤, 잘 먹지도 못하고, 잠도 잘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운동을 시작해서인지, 애도에도 에너지가 필요해서인지, 평상시보다 더 잘 먹고, 잠도 평상시와 비슷하게 잘 잤다. 가끔씩 감상에 젖어 사진이나 영상을 보다 조금씩 늦게 잠드는 날도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 10시쯤에는 잠이 들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10시쯤 아이와 함께 침대에 누웠고, 금세 잠에 빠져들었다.


꿈속에 아빠가 나왔다. 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렇지 않게 친정집에 들어갔고, 아빠가 집에 계셨다. 아빠가 영원히 퇴원할 수 없을 병원에 들어가기 전 입고 있었던 예쁜 주황색 카디건을 걸치고 계셨다. 나는 약간 어두운 오렌지색이 아빠한테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내 꿈속에 나타난 아빠는 살아생전의 모습과 너무나도 같았다. 나는 아빠를 보자마자 이게 꿈이라는 걸 알면서도 기뻤다. 동시에 꿈이라서 슬프기도 했다.

“아빠.....?”


아빠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본다. 아빠가 나를 보고 웃는다. 이건 분명 아빠다. 나는 펑펑 울면서 아빠를 향해 달려간다. 그리고 아빠를 꼭 껴안아본다.


“아빠..... 아빠........ 정말 아빠야? 아빠 맞아? 아빠가 정말 다시 살아온 거야?”


아빠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나를 꼭 안아준다. 나는 영원히 이 꿈에서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빠는 그 이후에도 두 번이나 더 내 꿈에 나왔다.

모두 살아생전의 모습과 똑같았고, 장소는 우리 집이거나 부모님 댁이었다. 나는 꿈속에서 아빠와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지만, 꿈에서 깨면 또다시 펑펑 울기를 반복했지만, 이렇게라도 아빠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엄마와 언니 꿈에는 한 번도 나타나지 않는 아빠였으니까.


가장 생생했던 꿈은 10월 즈음이었다. 새 일기장을 사면서 아빠 생각을 너무 많이 했나 보다. 아빠도 일기광이었으니까. 햇살이 따스한 어느 날이었고, 아빠가 침대에 누워있는 내게 다가와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왜 이렇게 오래 자?”


나는 기쁘면서도 슬펐다. 아빠를 이렇게 다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절대 사실일 수 없으니까 슬프기도 했다. 그래서 아빠를 부둥켜안고 또다시 엉엉엉 울었다. 잠에서 깬 뒤에도 아빠를 안고 있던 감촉이 남아있었다.


아빠, 오늘도 보고 싶어요.

이렇게 내 꿈에라도 자주 놀러 와줘.


keyword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