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사투리
독일 내의 여러 지역 출신의 사람들을 만나며 지역차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곤 했다. 우리나라의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 제주도, 다르듯 독일도 각 지역의 특색이 뚜렷했다. 특히나 독일은 지역 분권화가 잘 되어있고, 각 주에 대학과 일자리를 웬만하면 찾을 수 있다. 그래서 그 지역에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라처럼 좋은 건 다 서울에 있는 것과는 좀 다르다.
그들이 살아온 고향에도 유명한 기업들이 있고 비슷한 조건이면 거리가 가까운 집 근처로 지원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아는 친구가 SAP에서 일했다고 하기에 거기 좋은 회사잖아! 어떻게 지원하게 됐어?라고 묻자.. 그냥 뭐 내 전공이 IT이기도 하고 집이랑 가까워서..?
또 예전에 같이 일했던 직원도 유명한 독일기업에 20여 년간 일하고 있는데 그냥 우연히 다니던 대학이랑 가까워서 지원해 봤다 라며 심플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나를 비롯한 많은 젊은 청년들이 학교를 찾아,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오는 것과는 확실히 달랐다.
물론 독일에서도 특정 전공이 유명한 대학을 가기 위해 이사를 가거나 일자리를 찾아 여기저기 이사가 기도 한다. 이렇게 고향을 떠나지 않거나 한 도시에 오랫동안 사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지역문화 또한 잘 보존이 되는 듯하다. 그중에서도 특색 있는 다섯 개의 주를 골라서 소개하고자 한다.
- 주도: 뮌헨(München)
- 문화적 특징:
전통적인 독일 문화를 가장 잘 보존한 지역.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 바이에른 맥주, 전통 의상(레더호젠, 디른들) 등으로 유명.
로마 가톨릭 신자가 많고, 역사적으로 오스트리아와 가깝기 때문에 남독일 특유의 문화를 가짐.
- 사람들의 성향: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고, 지방색이 강함(바이에른 사람들은 자신들을 ‘독일인’보다 ‘바이에른 사람’이라 생각하기도 함).
외부인들에게 처음엔 쌀쌀맞을 수 있지만, 친해지면 정이 많음.
- 언어 차이:
바이에른 방언(Bairisch)은 표준 독일어와 상당히 달라서, 다른 지역 독일인들도 이해하기 어려움.
예시: Guten Tag(안녕하세요) → "Grüß Gott"
한 번은 그 지역으로 출장을 간 적이 있는데, 택시를 타고 역으로 가는 길에 잠깐 기사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여행 왔어요?라고 물어보시기에 잠깐 출장 겸 여행 왔다고 하니 갑자기 호의적이셨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독일의 이민자 문제는 당시에도 큰 이슈 거리였기에 나도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기사님은 그 동네 토박이 셨고, 본인의 고향이 자랑스럽다고 하셨다. 내가 살았던 NRW주에서는 아마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분명 나쁜 것은 아니지만 듣는 상대방의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주도: 베를린(독일의 수도)
- 문화적 특징:
역사적으로 동서독 분단의 상징이었으며, 현재는 다문화적이고 개방적인 도시.
예술, 클럽 문화, 스타트업 산업이 발달함.
베를린 장벽과 역사적인 장소가 많아 정치·역사적 관심이 높은 분위기.
- 사람들의 성향:
자유롭고 개방적인 성향, 개인주의적이며 다양성을 존중함.
독일 내에서도 가장 친절하지 않은(?) 지역으로 꼽히기도 함. (베를리너 특유의 ‘무뚝뚝함’이 있음)
- 언어 차이:
베를린 방언(Berlinerisch)이 존재하지만, 젊은 층은 표준 독일어를 많이 사용.
예시: Ich bin(나는 ~이다) → "Ick bin"
잠시 여행으로만 가서 사실 상점 직원 외에는 찐 Berliner를 만나보지 못했다. 사실 베를린에는 베를린토박이 보다 외부에서 유입된 인구가 더 많다. 그래서 딱히 불친절하다는 느낌은 개인적으로 받지 못했다. 좀 강한 독일어 억양 때문에 그렇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 주도: 드레스덴(Dresden)
- 문화적 특징:
동독 지역에 속했으며, 전통적으로 공업과 예술이 발달한 곳.
드레스덴은 ‘엘베의 피렌체’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바로크 건축물과 미술관이 많음.
라이프치히(Leipzig)는 과거 바흐와 괴테가 활동했던 문화 중심지.
- 사람들의 성향:
동독 출신들이 많아 정치적으로 보수적이며, 반이민 정서가 강한 편.
하지만 라이프치히 같은 도시는 젊고 혁신적인 분위기가 있음.
- 언어 차이:
작센 방언(Sächsisch)은 독일 내에서도 가장 ‘귀여운’ 방언으로 여겨짐.
예시: Guten Tag → "Guddn Dach"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도시다. 많은 독일인들이 추천하는 여행지 중에 한 곳이기도 하고 동독지역을 제대로 여행한 적이 없다. 하지만 지금은 반이민 세력이 많아 여행 갈 때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예전에 같이 일했던 나이가 지긋하시고 콧수염을 한껏 기르신 직장 상사 중 한 분이 이쪽 지방 출신 이셨다. 독일통일의 역사적 순간을 직접 겪으신 그분은 매우 부지런하고 성실히 맡은 일을 수행하셨다. 일하는 시간에는 정말 딱 일만 하시는 분이었다. 그리고 한국어도 열심히 배우셨다. (결과와 상관없이..) 아마 독일 통일 전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동독시절을 기억하며 몸에 습관처럼 성실이 배어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 주도: 뒤셀도르프(Düsseldorf)
- 문화적 특징:
독일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주이며, 루르 산업지대(Ruhrgebiet)가 있음.
다문화적인 지역으로, 터키, 폴란드, 이탈리아 이민자가 많음.
쾰른(Cologne)은 독일 최대의 카니발 축제로 유명.
- 사람들의 성향:
외국인과 다양한 문화에 개방적이며 친근한 성격.
루르 지역(Ruhrgebiet) 사람들은 직설적이고 서민적인 분위기.
- 언어 차이:
지역별로 방언이 다르지만, 라인란트 방언(Rheinisch)이 대표적.
예시: 표준 독일어에서 "Ich habe" → "Isch hab"
잠시 살았던 지역이라 추억이 많은 곳이다. 외국인에 대해서도 친근하게 인사해 주며 다문화에 대해 적대적이지 않다. 독일어를 잘 못했지만 그래도 내가 살도시는 운 좋게 잘 고른 것 같았다. 내가 일했던 독일 회사 직원들은 대부분 남부지방 사람들이 많았는데 쾰른에 살았다고 하자 다들 쾰른 사람들은 친절하고 살기 좋은 곳이라고 인정해 주었다. 그러면서 꼭 따라붙는 이상한 독일어, 또는 사투리가 너무 심하다는 말이 따라붙는다. 하지만 남부도 만만치 않은 사투리라서 누가 누구보고 그러는지 라는 생각을 하긴 했다.
- 주도: 슈투트가르트(Stuttgart)
- 문화적 특징:
독일의 자동차 산업 중심지(벤츠, 포르셰 본사가 있음).
하이델베르크 같은 대학 도시가 있어 교육 수준이 높은 지역.
바덴과 슈바벤 지역으로 나뉘며,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음.
- 사람들의 성향:
검소하고 근면하며 실용적인 사고방식을 가짐.
자부심이 강하고, 특히 슈바벤 지역은 절약 정신이 강하기로 유명.
- 언어 차이:
슈바벤 방언(Schwäbisch)은 독특한 억양과 단어 사용이 특징.
예시: "Das ist gut" (좋다) → "Des isch guat"
친한 지인이 여기 출신인데 일단 매우 답답하다. 독일 사람들은 직설적인 것으로 유명하지만 이쪽 사람들은 절대 정확히 좋고 싫음을 표현하지 않는다. 정~말 좋은 최고의 표현이 "괜찮네.." 이 정도이다.. 그리고 유명한 세계적 기업이 많다 보니 전반적으로 부자동네지만 사람들이 참 검소하다!
이런 많은 문화와 언어의 차이는 지형의 영향도 큰 것 같다. 비교적 평지가 많은 서쪽은 사람들의 교류가 많았을 것이고 그래서 외부인에게 좀 더 친근하게 대할 수 있고, 남쪽으로 갈수록 알프스산맥에서 이어져 나와 골짜기 골짜기 산으로 나눠져 있으면서 각 골짜기 동네마다의 특색이 좀 더 두드러지고 외지인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았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외에도 많은 방언들이 있지만 난 그냥 표준독일어(Hochdeutsch)를 구사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
- 오늘의 독일 이야기는 여기까지 -
바이에른(Bayern)
☞Guten Tag(안녕하세요) → "Grüß Gott" 또는 "Servus"
베를린(Berlin)
☞Ich bin(나는 ~이다) → "Ick bin"
작센(Sachsen)
☞Guten Tag (안녕하세요) → "Guddn Dach"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ordrhein-Westfalen)
☞"Ich habe"(나는... 있다) → "Isch hab"
바덴뷔르템베르크(Baden-Württemberg)
☞"Das ist gut" (좋다) → "Des isch gu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