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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Aug 19. 2023

독서모임의 새로운 운영 방법?

새롭게 하니 재미있습니다. 

독서모임의 새로운 운영 방법?


  책과 사람이 모이는 독서모임을 늘 기다린다. 책이라는 공통분모를 아래에 두고 위에서 자유롭게 이야기하니, 가까운 친구에게도 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가족에게는 말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안정감이 있는 관계로 단단해지다 보니, 새로운 운영방법에 도전하고 싶었다.


  독서모임은 사람이 모이다 보니, 참 다양한 모양이 있다. 심야 책방인 우리 모임은 시간은 두 시간이다. 시작은 아이스 브레이킹을 하고, 일주일 동안 읽었던 책과 오늘 가져온 책을 간단히 소개한다. 다음은 1시간가량 책을 읽는다. 다음으로는 마음에 남는 문장을 나누고,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한 달 동안 3주는 이 방법으로 모임을 진행하고, 1주는 지정 독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심야 책방 기본 모드
  아이스 브레이킹 → 읽은 책 소개, 가져온 책 소개 → 독서 (1 시간) → 문장 나누기, 질문하기

심야 책방 지정독서 모드
  아이스 브레이킹 → 지정 독서 소개 → 독서 (1 시간) → 문장 나누기, 질문하기


  새로운 방법을 도입했는 데, 두 가지다. 

  하나는 키워드를 주고 책을 미리 읽어 오는 것. 

  다른 하나는 책 읽는 시간을 들어내고 이야기로만 채우는 것.


  무더운 여름. '여름'이라는 키워드를 가진 책을 선택하고, 미리 읽어 오기로 했다. 다른 하나는 이야기로만 모임을 채우려 했다. 말을 하다 보면 출출하니, 먹을거리를 준비했다. 모임장인 나와 동생은 지코바 치킨을 시켰다. 밤에 무거운 튀김보다는 가벼운 구운 치킨이 선택되었다. 


  여름 키워드를 담은 책은 미리 이야기하지 않고, 와서 나누자고 비밀로 해두었다. 모임 당일. 책 친구들이 시작 시간보다 조금 이르게 도착했다. 각자의 책을 가방에 넣어둔 채로. '여름'이라는 키워드를 담은 어떤 책이 올까? 다들 어떤 선책을 했을까? 궁금증은 커졌다. 모임에 놓인 책은 다음 4 권이다.


'여름'이라는 키워드가 담긴 책

  

  <여름의 빌라>, <너무나 많은 여름이>, <너와 나의 여름이 닿을 때>, <하쿠다 사진관>. 책에 담긴 여름을 나눴고, 자신이 생각하는 여름을 공유했다. 제주도 대왕문어 마을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사진을 찍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에는 BCD 카페에서 새로운 여름을 마주하기도 했다. 


  키워드를 받아 든 책 친구 한 명은 즐거운 고민을 했다고 한다. 너른 서점에서 하나의 키워드를 따라 산책을 했다. 눈에 띈 책을 따라 깊은 숲으로 들어간 기분이라고 했다. 다른 책친구는 마음에 늘 여름과 함께 놓인 책을 가져오셨다고 한다.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옮아 간다. 책이 가진 상황을 질문으로 만나 던지고 받기를 반복했다. 


독서모임에 등장한 치킨과 아이스크림.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 입은 쉬지 않았다. 치킨을 한 조각, 한 조각 사라지더니 바닥을 보였고, 우리 이야기는 잠시 멈췄다. 책 친구 한 분이 동생과 깜짝 준비한 아이스크림까지, 마음에 당이 충천되고 마음이 스르륵 녹았다. 


  키워드를 품은 책을 읽는 일은 주어진 단어를 마음에 오래도록 관찰할 기회가 된다. 내가 여름을 좋아했던가에서부터 시작한 생각은 여름과 함께 잘 비벼진 추억을 떠오르게 했고, 자연스럽게 이야기와 글로 만들어졌다. 거기다, 책친구들의 이야기가 더해지니 풍요로워졌다.


  한 달 동안 한 번 정도는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키워드를 마음에 오래도록 품고 있던 이야기를 나누는 새로운 방식은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되었다. 앞으로 몇 번은 이 방법으로 할 수 있겠다. 끈끈한 연대로 묶인 심야책방은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이 모임을 이끌어갈까? 새로운 도전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다음 달 맛난 음식은 무엇으로 할지 그것부터 고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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