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합니다.
독서모임 사이비 포교, 저도 무섭습니다.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 주목받았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사이비 종교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다. 이름만 알고 있던 사이비 실체는 깜짝 놀랄만했다. 그들은 온갖 방법으로 사람을 파괴하고 유린했다. 법에 따라 처벌을 받은 이도, 빠저 나간 이들도 있다. 피해자가 여전히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저린다.
영상을 다 보고 나니 불쾌했다. 하지만, 외면할 수 없다. 피해자가 여전히 있으니 말이다. 생각이 영상과 함께 재생되다가 현실로 돌아왔다. 어젠다 키핑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책갈피로 표시를 해두었다. 우연히 기사를 만났다. 사이비 종교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는 사실이 나를 일깨웠다.
<"운동 같이해요 "취미는?"... 교묘해진 사이비 포교, 청춘들 노린다> -한국일보-
<"출판사 직원인데 독서 모임 해볼래요?"... 위험한 유혹> -독서신문-
사이비 종교 포교는 날로 진화한다. 혁신과 개혁으로 온갖 방법으로 접근한다고 한다. 처음부터 자신이 사이비 종교인임을 알리지 않는다. 은근한 방법으로 접근한다고 한다.
"성경 공부 하실래요?"
"공짜 연극 볼래요?"
"친구가 되고 싶어요."
"심리테스트 해드릴게요."
"취업 스터디 같이 해요."
이들은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까지 침투해 들어와 있다고 한다. 취미 부분에 말이다. 내 마음을 멈춰 세운 단어가 바로 "독서모임". 심리 테스트를 한다는 명목으로 이야기하고, 불안한 심리를 알기 위해서는 인문학 강의, 독서모임이 좋다고 말하며 끌어드린다고 한다. 한발 한발 사이비 종교로 끌고 들어간다. 참 정교하고, 교활하다.
우리 모임에 들어온 책 친구들이 겪었을 걱정이 겹쳤다. 그들도 우리 모임에 처음 왔을 때, 고민을 했으리라. 또, 독서모임에 관심이 있는 많은 분들도 걱정이 되는 부분이리라. 난 독서모임 공동모임장으로 모임을 열고 있다. 최근 수요일에도 독서모임을 새롭게 열었다.
사실 고백하자면 나도 두렵다. 동생과 내가 연 독서모임에 사이비 종교 포교자가 오면 어쩌나 하고 말이다. 오시는 분도, 여는 분도 모두 같은 마음이리라.
그래도 합니다.
독서 모임을 하며 일주일을 버텨나간다. 두려움 없이 시작했다. 사이비 포교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 보니 운이 좋았다. 모두 책에 진심인 분들이 오셨기 때문이다. 독서모임에 사이비 포교자가 있으면 어쩌나 하고 두려움을 가지고 오시는 분도 있지만, 모임을 여는 입장에서도 혹시 사이비 포교자가 오면 어쩌나 하는 고충도 있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냐"라는 말이 있지만, 참 어렵고 무섭다. '장치가 필요한데...' 고민이 쌓여간다. 우선 모임을 만든 우리는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어 장소를 카페로 했으니 믿음이 충분하리라 믿고 싶다. 거기다, 매주 하나씩 글로 우리 독서모임이 책을 말하는 모임이 되는 증거가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하곤 한다. 독서모임을 가고 싶은 분들을 안심이 될까 고민된다.
모임을 여는 우리는 확인할 길이 없다. 모임에 오시는 분이 사이비 종교 포교자가 아니라는 확신이 없다. 그들은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나타날 테니. 또, 용기를 내어 오시는 분도 모임을 여는 사람들이 사이비 종교 포교자가 아닐까 고민이 이해된다. 그래도 한다. 책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 나누는 일이 무척 재미나고 신나는 일이니까.
상상을 해본다. 그러한 사람이 오면 어쩌나 하고. 대책은 있을까? 이제는 이미 오신 회원의 추천을 받은 사람만, 받아야 하나? 온갖 고민이 오간다. 하지만 하리라. 두려움을 이겨내고. 인터스텔라에 대사가 떠오른다.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건강한 모임을 만들고 싶다. 그런 미꾸라지 같은 사람 때문에 독서모임이 위축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한 줄 요약: 오시는 분도, 모임 문을 여는 분도 안전할 방법이 있을까요?
P.S.
우리 책 친구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