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젠가> 2화
“연하남! 연하남!”
“누나! 누나!”
라미와 찬솔의 러브샷에 사람들이 환호했다. 그때 시윤의 눈에 한 남자애가 들어왔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응원하는 사람들과 같은 테이블에 있으면서도 별 반응이 없었다. 친구 따라 묻어온 듯했다. 남자애는 깔끔한 얼굴에 키도 적당했다. 바키에게 물었다.
“쟤. 알아?”
“어디? 쟤? 아니 잘 몰라. 소문은 들었는데, 좀 더럽데. 끝이 별로라더라.”
“완내스. 나 오늘 쟤랑 잘래.”
“니가? 잘도 하겠다.”
“할 거야.”
“너 아빠 빤스 머리에 써봤냐? 하던 데로 살아.”
마침 남자애가 시윤 쪽을 돌아봤다. 시윤이 재빨리 술잔을 들며 있는 힘껏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남자애는 본체만체 고개를 돌렸다. 시윤이 중얼거렸다.
“저 새끼가?”
딸랑~ 벨 소리와 함께 시윤이 편의점으로 들어왔다. 사람들이 2차로 자리를 옮기는 사이, 시윤은 남자애를 따라왔다. 냉장고 앞에서 남자애가 음료수를 고르고 있었다. 시윤이 물건을 고르는 척하며 뒤로 다가갔다. 시윤은 조금 전 술집에서 봤다며 가볍게 말을 걸 작정이었다. 하지만 막상 다가가자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남자애가 돌아보자 갑자기 오늘 입은 팬티가 떠올랐다. 색바랜 베이지색 팬티였다. 시윤은 재빨리 물건을 고르는 척 딴청을 피웠다. 남자애가 계산하고 나가자 시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때 핸드폰이 울리며 톡이 왔다. 도경이었다. “뭐 해?”
“킹 받네….”
시윤은 쓴 약을 삼키듯 마른침을 삼키고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야. 저기. 야. 너.”
“?”
“그냥 가냐?”
“응?”
“너 이제 뭐 할 거임?”
“왜, 뭔데?”
시윤은 자기도 모르게 이상한 말투를 쓰고 있었다. 정말 아빠 팬티를 머리에 쓰고 있는 기분이었다. 남자애가 돌아보자 시윤은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남자애가 웃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석 달 전 도경은 시윤을 버리고 잠수를 탔다. 분명 라미 언니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도경을 버리고 찬솔을 택했다. 그리고 방금 도경은 시윤에게 톡을 보냈다. “뭐 해?” 시윤은 톡을 보내는 도경의 표정이 궁금했다. 웃고 있었을까, 볼펜 끄트머리라도 깨물고 있었을까?
“나랑 같이 있을래?”
시윤은 긴장 때문에 목소리가 갈라졌다. 시윤은 대뜸 그렇게 말한 걸 조금 후회했다. 누가 봐도 이 시간에 같이 있자는 뜻은 뻔했다. 남자애가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
“같이 있자고? 어디서?”
“너 편한데 아무 데나 괜찮.”
하나도 괜찮지 않았다. 어느새 시윤은 싫어하는 여자애들 말투까지 끌어다 쓰고 있었다. 시윤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남자애가 말했다.
“아무데나?”
“맥주 사갈까? 맥주 마실래?”
그러자 남자애는 시윤을 빤히 바라봤다. 시윤은 너무 속 보이는 말을 했다고 후회했다. 빤히 바라보던 남자애가 물었다.
“너 꽃뱀이냐?”
“진짜 이 새끼….”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거절당할 수는 없었다. 이제는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시윤은 이를 악물고 웃으며 말했다.
“왜. 나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