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사한 생각 no.1]
나는 너무 쉽게 지친다.
인생의 모든 면에서 그렇다.
그리고 삶은 허약함에 자비가 없다.
사람이든 일이든 한 번 감정을 쏟아붓고 나면 한동안은 모든 것이 바닥나고 텅 빈 기분이다. 더 이상 끌어 다 쓸 힘이 없다. 놀라울 정도로 무심하고 무감각하다. 이때 자신을 몰아붙이면 상황은 악화된다. 재충전의 의지조차 사라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방전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인류의 멸종 과정을 목격하고 있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나부터도 하기 싫은 일은 인공 지능에게 맡겨버리고 싶으니까.
모든 인간의 인생을 평균으로 생각한다면
나 하나쯤은 조금 덜 떨어진 수준의 삶을 선택해도 별문제 없을 것 같다.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
(팝니다: 아기 신발. 한 번도 신은 적 없음.)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6 단어로 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소설.
하지만 당근마켓이 있는 한국 사회에서는 감동을 일부 잃어버리는 문장.
조금 과장된 표현을 쓰는 혹은 과소비가 습관인 부모의 멘트 같달까.
정말 운 좋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 약간의 불운은 다 참을 수 있다.
인생에서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게 되는 사람,
도저히 떨쳐낼 수가 없어 전전긍긍하게 되는 사람이 하나쯤은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라고 생각했다.
도서관에서 시험공부를 할 때면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이 꽂혀있는 서가 근처에 자리를 잡곤 했다.
여차하면 달려갈 수 있도록.
신과 삶의 득실에 관해 흥정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예를 들어 단명하는 대신 엄청난 부와 명예를 가질 수 있다든지.
‘나는 수학을 못 한다.’가 아니라
‘나는 수학에 서투르다.’라는 근사한 표현을 배웠다.
이상 그럴싸하게 괜찮은,
근사한 생각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