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일 년에 한 바퀴를 돌면서...

by 아트필러

작년 여름, 2022년 7월 25일 나는 영국 자연사박물관에 있었다. 아마 이 시간이면 개장하고 한 시간쯤 흘렀을 시간이니 공룡 뼈 전시실에 있었을 것이다. 묘한 기분이다. 작년의 내가 지금 여기로부터 아주 먼 곳에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물론 작년의 나도 내년 이날에 영국 여행에 대한 글을 쓰고 있을 것이라고도 전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여행 에세이는 무려 1년 전의 영국 여행에 관한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여행을 다녀온 뒤 6개월 정도 시간이 흐른 뒤 관련 에세이를 쓰는 것이 자신에게 가장 알맞다고 한다. (그는 언제나 자신의 기준을 남에게 권하지 않아서 좋다. 본받고 싶은 점이다.) 기억이 너무 많이 휘발되지도, 너무 강렬하지도 않아서. 그걸 읽고 나서 나도 멋대로 합리화하며 이래저래 미루다가 1년이나 흘렀다. 결국 지난해 여름 영국의 이야기를 이번 해 여름에 쓰게 되었다.


나의 영국 여행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돌아다니며 구경한다는 의미의 ‘유람’이라고 할 수 있다. 정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한 것이 전부였다. 박물관, 미술관, 공연장, 영화관은 물론 거리, 카페, 해변, 공원 등 발이 닿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갔다. (지하철과 버스를 타기도 했지만 돈을 아끼기 위해 3~40분 거리는 거의 다 걸어 다녔다.) 한 달이라는 넉넉한 여행 기간 덕에 규모가 큰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여러 번 방문해서 둘러볼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여유롭지는 않을 만큼 큰 규모이긴 했다. 게다가 사시사철 관광객이 많다 보니 항상 줄이 길었다. 하루에 일정이 하나뿐인 여유 넘치는 여행객이었기 때문에 오픈런으로 입장해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늦어질수록 줄이 길어지고 대기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조금 일찍 가서 들어가는 편이 낫다. 안 그러면 들어가는 과정에서 이미 지쳐버린다.) 감성보다 감상에 초점을 두어서 그렇게 멋진 사진은 없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순간이나 작품은 열심히 찍고 그려두었다. 그 순간들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기쁘다.


이 글을 읽기 좋은 사람은 영국에 가본 사람, 영국에 가보고 싶은 사람, 영국에 갈 사람, 영국은 생각해보지도 못한 사람 전부이다. (즉, 모든 사람이 읽기를 바란다) 아주 사적인 여행기지만, 누군가의 사적인 글을 사랑하는 한 명의 독자로서 이 글이 세상의 또 다른 즐거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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