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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구름 Jun 27. 2023

선생님의 일주일(월요일)

교단일기 13

항상 피곤한 직장인들이 하는 말이 있다.  

왜 그리 쉬는 날인 토요일과 일요일은 시간이 빨리 지나는 것 같고 짧지?   실제로 우린 5일을 일하고 2일간 쉬니 50%도 넘게 더 일하고 쉬는 건 조금인 것이 맞다.  하루 24시간 중에 자는 시간 보통 8시간을 빼고 16시간을 보통 우리가 쓰는 시간인데 그중에서 절반인 8시간을 보통 근무하고 일하는 시간이니 우린 참 많이 일한다.   나머지 8시간은 출퇴근, 밥 먹고, 씻고, 휴대폰 잠깐, 텔레비전 잠깐, 이런저런 준비하다 보면 금세 지나는 시간이니 하루 8시간 일주일 40시간 일하는 우리도 힘이 든다.  최근 정부에서는 일주일 69시간 일하는 정책을 내놓았다고 하는데 너무 많다.  우리나라는 너무 열심히 일하는 나라다.  이제 좀 여유를 갖고 쉬엄쉬엄 워라밸을 찾고 삶의 참 의미를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교사의 일주일은 보통 어떻게 돌아가는가 생각해 보았다.  내가 겪었던 일상들과 생활들에 대하여 쓰는 글이니 내 경험 위주라 나보다 열심히 사시는 다른 분들은 이보다 더 노력하신다는 점을 알아주시라는 점 우선 말씀드린다. 또 약간의 재미를 위해 과장한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이점 참고하시고 보아주시면 감사하겠다.


월요일은 아침 출근시작 전부터 부담스러운 하루이다.  학교에 출근하면 토, 일 집에서 에너지를 충전해 온 우리 아이들이 등교할 때부터 에너지가 넘친다.  안 그래도 에너자이저 백만돌이인 아이들은 아침부터 교실에서 부산하다.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친구,  교실에서 친구들과 뛰어다니며 잡기 놀이하는 친구부터 신나게 주말을 보내고 와서 저마다의 이야기들로 월요일 아침은 시끌벅적한 교실이다.  학급의 모든 학생들이 모두 올 때까지 아침 인사를 나누며 아이들의 컨디션을 체크하고 신나는 에너지 조절에 힘쓴다. 아이들이 다 왔으면 ‘이번 주도 열심히 파이팅 하자!’ 며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고 컴퓨터를 켜고 일주일간의 스케줄을 확인한다.  보통 부장선생님이 작성하는 주간업무계획을 확인하거나 학교별로 쓰는 업무 공용 스케줄러 시스템을 확인하고 새로운 주의 교육활동이나 행사들을 점검한다.   아. 이번주는 학생 설문조사가 2건이나 있고 금요일에 체험학습이 있으니 아이들에게 참가 신청서와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구나. 하며 지난주 나눠준 가정통신문을 수거한다.  항상 그렇듯 아이들은 금요일 나눠준 가정통신문을 가방에 넣었다가 그대로 집에 가져가서 자기 방에 그대로 놓고 토, 일을 잘 보내고 월요일 아침 그 가방 그대로 가져오는 아이들이 많다.  그래도 체크해서 부모님 사인받아온 동의서들을 걷어놓고 다시 한번 안내장에 대한 안내를 한다.  

 첫 시간 수업을 시작한다. 다행히 전담수업이면 여유가 있겠지만 우리의 시간표는 바르고 정확하게 일을 시킨다.   그래도 월요일 1교시는 음, 미, 체는 아니니 

‘교과서 꺼내자 얘들아!’

  그렇게 1교시가 지나고 블록수업으로 진행되는 우리 학교는 바로 2교시 수업시작이다.  아이들의 컨디션을 보니 주말에 쉬었는지 어디를 다녀왔는지가 분간이 된다.  에너지 넘치는 저 녀석!  토, 일 집에서 푹 쉬었구나.  그래. 선생님은 별로 못 쉬었는데 너라도 쉬었으니 그걸로 되었다. 

  ‘2교시 수학책 펴자!’  수학이란 말이야 스토리가 있어야 하지라며 나름대로 재밌게 이야기하면서 수학의 개념에 대하여 이야기하는데 도통 선생님의 말씀을 못 알아듣는 우리의 애제자들이 있다.  활동 1은 개념 위주이니 설명하는 대로 함께 이야기해보고 활동 2,3은 우리 친구들이 힘으로 해보자 하고 궤간 순시(책상 줄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확인하는 일)에 들어간다.  어허. 우리 철수는 아직 활동 2 시작을 못하고 초롱초롱한 눈을 끔뻑거리고 있네.  자.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한참 개별 설명을 하고 그렇게 두 세명의 학생들을 돌아보고 자리로 돌아와 컴퓨터를 이용해 활동에 대한 내용을 다시 확인한다.   

“앞의 화면을 보면서 선생님과 하나하나 체크해 보자.”  

“ 네! ”

 대답은 참 잘하는 우리 반이다.  

 “선생님과 확인하면서 잘못되거나 바르지 않은 부분은 수정하고 고쳐 놓자!”

“ 네!”

 그래 대답은 참 잘해. 

 교과서 활동을 다 정리했으면 수학 익힘책 꺼내서 

“00쪽에서 00쪽까지 풀어보자. 다 푼 친구는 앞으로 가지고 오세요!”

아이들의 수학익힘책을 채점하고 확인하면서 2교시를 마친다.  

아이들의 충분한 놀이시간을 주기 위해 30분의 중간놀이시간은 아이들에게도 선생님들에게도 소중하다.  아이들은 저마다 친구들과 교실, 복도, 운동장에서 신나게 놀고 선생님들은 부장님의 전달사항들과 월요일 아침부터 뭘 그리 전달할게 많은지 쌓여있는 업무용 메신저를 확인한다.  자료집계보고,  행사 일정, 연수 안내, 이번주 회의 안내, 공문 확인 안내등 모두 확인하면 차 한잔 할 시간이 빠듯하다.  정수기에서 따뜻한 물 한잔 받아 믹스커피를 휘휘 젓는다.  

자 3교시 시작이다.  오늘 3교시는 그나마 감사하게 사회시간이네.  경기도의 생활과 사회책을 펴자!  사회성이 떨어지는 아이들과 함께 사회 공부를 열심히 한다. 사회는 자료가 많이 필요하니 온라인 영상, 홈페이지, 자료사이트 등을 수없이 드나들며 공부한다.   경기도가 이렇게 넓으니 공부할게 많구나 하면서.

4교시 도덕이다!  도덕 시간은 중요한 인성 덕목들을 배운다.  우리 친구들은 아직 미성숙한 단계의 초등학생들이니 배울 것이 많지.  암만.  오늘 배울 덕목들에 대한 영상자료들과 이야기들을 보고 읽으며 아이들의 경험과 함께 실천할 수 있는 행동까지 완성시켜야 비로소 완벽한 도덕적 아이들로 완성!!

폭풍과 같이 월요일 4교시를 끝내고 즐거운 급식시간.  보통의 학교들은 4교시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을 교실 앞뒤나 복도공간에 줄을 맞춰 서게 해 주고 교사가 인솔하여 급식실로 이동한다. 지금은 아주 작은 학교의 분교라서 교사들은 아이들이 손 씻고 밥 먹을 준비할 동안 급식 배식 준비까지 해야 해서 더 많이 바쁘다.   식판, 수저, 반찬통, 국통, 밥통, 각종 배식도구까지 배치하면 배식 시작. 맛있게 먹자, 많이 먹자, 나물 먹자, 콩 먹자, 남기지 말자를 외치며 배식하고 마지막에 선생님들의 배식.  동방예의지국인 우리나라에서 어른인 선생님이 먼저 먹어야 하거늘.  학교에서는 우리 학생들의 안전과 배식이 우선이니 아이들 먼저 먹고 선생님은 맨 뒤에 배식을 받는다.  식판을 들고 아이들과 함께 자리에 앉아 감사인사를 하고 식사를 한다. 보통은 조용히 식사를 하도록 지도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할 이야기가 많은가!  조잘조잘 재잘재잘. 급식실은 항상 시끌벅적하다.   어느 학교는 급식실에 소음측정기까지 달아놓고 조용히 하게 시켰다고 하니 그런 시도를 한 학교 선생님들도 이해가 되기는 한다.   급식은 나에겐 너무 맛있는 한 끼지만 보통 유치원부터 초등학생과 교직원까지 식사를 하다 보니 식단은 항상 비슷비슷하다.  교직원 우선이 아니고 학생위주의 식단이기에 초등학생 입맛으로 길들여진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항상 급식은 맛있다.  개인적으로 급식 생선튀김은 별로야!

급식시간이 끝나면 학생들도 하나 둘 식판을 들고 잔반처리 후 점심시간이 시작된다.  예전에는 잔반 남기는 것까지 하나하나 교사가 확인하고 이거 하나 더 먹어라, 나물 한 젓가락 더 해라 잔소리가 많았지만 코로나 이후 거리두기 및 개인 식사취향 및 인권 존중을 위해 잔반에 대한 잔소리는 그리 하지 않게 되었다. 나도 싫어하는 나물과 깍두기 조금 남겼어. 미안.

아이들이 저마다 점심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이. 선생님은 뭘 할까?  우선 자리로 돌아와 양치 후 따뜻한 차 한잔에 휴식을 가지는 것도 잠시.  운동장에서 신나게 놀다가 넘어진 친구 몇 명이 들어온다.  ‘선생님! 00가 다쳤어요!’  울며 들어오는 아이를 확인하니 약간의 찰과상 정도다.  상처부위를 잘 씻기고 보건실로 인솔하여 보건선생님께 상처 치료를 부탁한다.  가벼운 상처는 교실에서 연고와 밴드로 처리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크게 다친 친구들을 병원에 까지 보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학부모와의 연락도 필수다.  또 점심시간엔 잘 놀다가 싸우는 친구들도 생긴다.  그 친구들에게 솔로몬과 같은 현명한 중재를 선물하고 나면 점심시간도 끝이다.  

5교시는 체육시간.  미리부터 점심시간에 체육복으로 환복 후 체육관 이동 준비를 한다.  체육 전담교사가 있는 학교가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담임체육을 하게 된다.  체육에 진심인 나는 항상 선생님이 바른 체육복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서 한 시간 체육을 하더라도 체육복을 갈아입는다.  학교 현장은 실제 체육복 갈아입을 공간이 없다.  그래서 항상 화장실 좁은 칸에서 갈아입거나 숙직실이 가까우면 숙직실을 이용했는데 교사 탈의실도 학교에서는 비치해 주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내가 중고등학교 때에는 체육시간 환복을 위해서 남자들은 교실에서, 여학생들은 화장실에서 갈아입는 일이 많았는데 요즘엔 학교복도에 학생용 간이 탈의실이 준비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행이고 꼭 필요한 일이다.

 운동장에서 체육수업은 봄, 가을은 괜찮지만 여름, 겨울은 곤욕을 겪는다.  나는 다행히 체육관이 있는 학교에서 근무를 오래 하였기 때문에 체육관 덕을 톡톡히 봤지만 체육관이 없는 학교에서는 나무 그늘을 찾아서,  학교 작은 조회대나 정자를 찾아서 수업했던 기억이 있다.   학교라면 체육관 시설은 꼭 필요한 것 같다.  비가 오거나 미세먼지 거나 아이들이 기후에 영향을 받지 않고 몸을 움직일 체육시간은 꼭 필요하니까.

 체육시간은 신나고 재밌지만 안전사고가 제일 많이 일어나는 과목이기도 하다. 학생들을 질서 있게 유지시키고 준비운동부터 실시한다.  스트레칭을 하거나 다양한 근육 풀기 동작들을 학생들과 하다 보면 나도 운동이 된다.  한참 새천년 건강체조가 붐이었을 때 6분 정도 되는 그 체조 한번 하면 온몸이 다 풀렸던 생각이 난다.  국민건강진흥공단에서 새천년 체조는 참 잘 만들었다.  국민체조 이후의 최고의 체조이다.  

 준비 운동 후 본 운동에 들어간다.  체육 교과서에 있는 내용에 대한 안내와 설명, 운동기능에 대한 설명, 안전교육 등을 하다 보면 교사가 설명할 내용이 많지만 아이들이 실제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을 많이 주기 위해 바로 학생들과 본 운동 활동에 들어간다.  오늘은 농구형 경기를 배운다.  공을 튕기는 방법, 공을 잡는 방법, 공을 던지는 방법, 앞으로 공을 보내주는 방법 등 그날의 수업과정에 있는 내용들을 익숙해질 때까지 안내하고 해 보도록 한다.  작은 학교는 별로 그런 친구가 없지만 간혹 큰 학교에서는 유난히 체육시간 배가 아프고 머리가 아프고 건강이 허락지 않는 약골 학생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학생의 컨디션을 체크하고 수업 참관을 하거나 우선 수업에 참여하고 힘들면 쉬라는 처방을 내리고 수업을 진행한다.   학생을 지도하는 교사는 학생들의 건강상태와 관련 질병의 여부도 잘 확인해야 한다.   항상 학생 안전이 먼저이다.

 본 운동을 즐겁게 잘 마쳤으면 마무리 정리와 느낌 나누기활동, 정리 운동 순으로 수업을 정리한다.   오늘은 체육이었으니 교실로 이동해서 안내하고 종례 하면 끝이다.  

 체육시간을 했으니 아이들은 열이 난다.  화장실에서 손 씻고 교실로 들어와 하루를 정리한다.  하루 쓰기를 정리하거나 학급에 나눠줄 안내장이 와 있으면 확인하고 나눠준다.  그리고 알림장을 써서 하루 안내를 정리하고 알림장 확인 도장까지 찍어 주면 하루 수업 일정은 마무리가 된다.

알림장 쓰는 시간도 학생마다 정리하는 시간이 달라 하나 둘 확인하다 보면 10분, 20분이 금세 지난다.  교실청소는 주변의 쓰레기 줍기부터 하고 방과 후 수업과 하교 지도를 한다.  도시의 학교들의 학생들은 정규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 보통 학원으로 이동하거나 학교 방과 후 활동에 참여한다.  학생들이 안전하게 하교하는지까지 확인하고 업무를 위해 자리에 앉는다.  


이제부터 업무 파티다!

교육부 업무포털 사이트에 접속한다.  공람된 공문과 결재할 공문이 쌓여 있다. 하나하나 클릭해서 내용을 파악한다.  음. 이건 내 거 아닌데 왜 나에게 왔지?  교무실무사님이나 교감선생님에게 확인 후 재지정 요청한다.   내 공문은 우선 저장부터 해보자.  어차피 파일 봐야 할 시간이 부족하니 집에서 볼 수도 있도록 말이지.  슬쩍 내려받은 파일의 양을 보고 출력을 할지도 결정한다.  몇 장 안 되는 계획과 공문은 뽑아서 확인하고 10장이 넘는 계획서나 안내자료는 파일로 저장하고 시간 날 때마다 체크해 봐야 한다.   

 이번 주 해야 할 업무는 기안을 처리한다.  내부결재 문서든 외부발송 문서 등 내용을 충분히 확인해서 계획서를 쓰거나 보고문서를 작성하여 결재 올린다.   또 실무사님들이 처리해 주는 경우도 있지만 지금처럼 분교에서는 교사가 일일이 작은 물건 하나하나 물품선정하고 품의까지 해야 해서 더 바쁘다.  누가 분교 선생님 편하다고 했어!!

 업무처리를 하고 있다 보면 부장님의 호출이 있다. 오늘 회의다.   바쁘지만 회의를 위해 협의회실에 모여 이런저런 일들에 대한 회의와 협의가 하루에 몇 건씩 있다.  물론 필요한 회의들이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줌 회의로 하는 경우도 있어 장소의 제약을 조금 덜 받기도 해서 다행이기도 하다.  교육청으로, 본교로 회의하러 출장 다니다 보면 하루의 시간은 더 빨리 지나가고 수업과 업무를 할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그러면 그날은 퇴근 후 재택업무 추가다!

 회의를 마치고 교실로 돌아와 내일 수업 시간표를 보며 수업준비를 해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하다.  몇 가지 자료들과 지도서를 챙겨 들고 겨우 시간 맞춰 퇴근한다. 

휴~. 이제 월요일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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