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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하 Oct 24. 2021

JLPT 공부 방법, 어학시험 대비

3-1 살아있는 외국어 공부를 통한 언어 시험 대비, 말과 글의 차이점

저는 대화문이 중심이 된 기본서로 하나하나의 단어와 표현을 문장 통 암기를 통해서 직접 발화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이렇게 하나하나 기본적이고 작은 학습들이 쌓이면 여러 레벨이 나뉜 어학 시험의 경우에는 조금 낮은 레벨의 시험부터 대비해가면서 어학 공부를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일본어 능력 시험 JLPT는 훨씬 급수가 나뉘어 있지만 저는 어학 공부를 시작한 후 처음에는 JLPT 구2급을 준비하고 그 다음엔 JLPT 구1급을 준비했습니다. 당시에는 JLPT가 1년에 한번씩 밖에 없었는데, 일 년에 두 번 치러지는 지금도 이런 1년 정도의 준비 텀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요구하는 수준의 어휘나 문법이 하루아침이나 며칠의 공부로 도달할 수 있은 분량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예 일본어에 대한 감각이 0인 상태에서 곧바로 시험 대비를 시작한 것이 아니라, 기본서 공부로 어느 정도 일본어에 대한 감각이 생긴 이후에 시험공부를 병행해서 시작했으며 대화문을 통한 기본적인 언어 공부도 계속 꾸준히 했습니다. 이 부분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시험 대비의 공부로 언어 학습을 시작한다면 ‘언어’그 자체에 도달하기 어렵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험 형식이나 답안 찾기에 집중하는 공부를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학 시험도 단지 점수를 위해서가 아니라 실제로 자신의 언어 능력 자체를 키울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되어야 합니다.


즉 어학 시험에 나오는 문제도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말”이나 “글”이 되어야 합니다. 저는 JLPT시험을 보러 가는 날은 재미있는, 좋은 글을 많이 읽을 수 있는 날로 여기고 갑니다. 실제로 JLPT지문은 에세이부터 좀 더 전문적인 이야기까지 재미있는 목소리들이 담긴 재미있는 글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문제의 답을 찾는데 집중하고 초점을 맞춰서 독해 지문을 읽지 않고 그냥 글 자체를 충분히 음미하면서 읽습니다. 글에 추가된 문제는 덤 같은 느낌입니다. 듣기를 할 때도 성우들의 연기를 즐기기도 하고 대화 속의 인물들의 상황을 그리기도 합니다. 언어는 답안을 찾아야 하는 시험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쓰이는 말이자 글이기 때문에 설사 어학 시험공부를 한다고 해도 초점은 시험이 아니라 언어에 있어야합니다. 그래야 실제 언어 능력이 향상이 되고 더 장기적으로는 어학 시험에서 고득점을 받을 수도 있게 됩니다. 


JLPT는 일본국제교육지원협회가 주최하는 일본어능력시험입니다. 일본어 능력을 평가하는 전반적인 문제를 통해서 학생의 능력의 평가하고 당락을 결정합니다. JLPT의 당락은 일정 점수만 넘으면 되기 때문에 더 간단할 수도 있고 각 급수의 고득점은 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시험 자체의 지문이 다양하고 재미있어서 시험을 보는 자체가 덜 지루하고 재미있게 준비할 수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독해 영역은 이를테면 수능의 언어영역과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단순히 일본어 능력 뿐 아니라, 언어 실력, 즉 국어 실력도 중요합니다. 이는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나 글의 요지나 주인공이 말하는 바를 글을 통해서 느끼고 유추하고 찾아내는 능력 등을 포함합니다. 그래서 평소의 폭넓은 독서가 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언어는 듣기와 말하기, 즉 소리 언어로부터 공부를 시작해야한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그렇다고 읽기가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소리 언어 공부를 충분히 하지 않은 채, 글로 먼저 새로운 언어를 익히기 시작하려고 시도한다면 내가 글 속에서 소리 언어정보를 만들어내고 들으며 읽어내는 능력을 키우기는 힘들기 때문에 먼저 소리 언어를 중심으로 언어 공부를 시작해야한다고 강조했던 것입니다. 언어의 시작이 글이 아니고 말이기 때문입니다. 말로 시작해서 글 읽기 학습에 들어가면 이 점을 보완할 수 있고 글줄로 쓰인 것이라도 저자의 생생한 말하기로 읽을 수 있게 됩니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합니다. 언어는 소리와 떨어져 문자로만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말과 글은 비슷하지만 다릅니다. 글에는 글쓰기 자체만의 말하기와는 조금 다른 형식과 규칙도 존재합니다. 저는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만, 만약 제가 친구에게 “언어로서의 외국어공부”라는 주제로 대화를 시작한다면 이 글에 쓰이는 말투로 이야기하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제 말은 좀 더 회화체가 될 것입니다. 이것은 “회화체”, “문어체”가 따로 존재한다고 하기보다, 말은 처음에는 회화로 존재하는데 그것을 글줄로 옮기는 과정에서 문어체가 생겼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입니다. 회화의 특징은 즉각적이고 살아있습니다. 머리로 학습한 언어가 아니라 살아있는 언어를 할 때 우리는 생각이나 발상, 피부에 닿는 느낌, 감정 등과 함께 곧바로 발화를 하기 때문에 말은 굉장히 유기적이고 생동감이 있으며, 즉각적이고 현장성이 있습니다. 연극으로 치면 대본이 없는 즉흥극에 가깝습니다. 발화를 하기 전에 내가 무슨 말을 하고 그 대화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나 자신도 완벽하게 모두는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 현장에 맞게 수정과 변형이 계속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준비한 내용을 말하는 발표 등이 아니라 대화에서는 의사소통의 도구로서 말을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말을 반복하거나 부연설명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즉 나 혼자서 내가 하는 말의 모든 대본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개입에 의해서 그 대화를 함께 생산해냅니다. 말 자체가 이렇게 살아있고 즉각적인 것이기 때문에 이 즉각성은 책이 아니라 실제 발화 연습을 통해서 더 익힐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저의 어휘 능력은 네이티브 외국인 보다 부족합니다. 그러면 저는 제가 아는 쉬운 어휘나 설명들을 엮어서 이야기를 하는데 그러면 상대 네이티브 외국인은 그것에 더 알맞은 단어를 알려주며 대화를 해가기도 합니다. 즉 언어를 쓰는 과정 속에서도 새로운 표현과 단어를 계속 배우기도 하고, 저렇게 쉬운 단어를 엮어서 상대방에게 의사를 전달하는 것은 제가 사용하는 저의 말투나 스타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스타일은 의도해서 생긴 다기 보다는 끊임없이 의사소통의 시도를 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길러지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말하기를 시도하면서 자신의 스타일을 확립하고 찾아가게 됩니다. 그 누구도 완전히 같은 말하기 스타일을 가진 사람은 없습니다. 같은 상황, 비슷한 생각의 표현도 사람에 따라서 어휘 선택도 다를 수 있고, 감정을 싣는 정도나 말투 등도 다릅니다. 그것이 그 사람 고유의 개성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스타일은 네이티브 발화자라고 해도 십인십색일 수 있고 한 가지 정답이 있지 않습니다. 애초에 어학 시험문제는 어학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개발된 시험일 뿐, 언어 자체가 한 가지 정답이 정해진 무엇이 아니고 끊임없이 살아있고, 변화하고, 발전하고 다르게 사용되는 무엇이기 때문입니다. 세종대왕 시대의 언어와 지금의 언어가 다르고, 5년 전의 한국어와 지금의 한국어조차도, 유행어나 유행하는 문장, 단어, 말투 등의 변화가 일어났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생동감 있는 변화가 가장 먼저 드러나는 것이 발화, 말 입니다. 발화가 언어의 출발점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글이 있습니다. 글은 말과는 조금 다릅니다. 글은 이를테면 “한번 정제된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회화에서 생략되는 표현이나 어구가 글에서는 더 드러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왜냐하면 회화는 두 사람이 처한 상황, 말투, 표정 등 무수한 비언어적 요소에 의해서 전달될 수 있는 정보가 글보다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하면 글은 글 자체로 전달할 수 있는 그런 비언어적 정보의 양은 회화보다 한정될 수 있기 때문에 읽는 이가 알기 쉽도록 그런 것들을 전부 풀어서 써 주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래야 읽는 이가 글을 쓴 이가 무엇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지를 더 명확하게 이해하고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말과 글의 차이가 생깁니다. 글은 글의 영역이 있습니다. 그것은 말처럼 살아있고 쉽게 바뀌고 현장성 있는 상호 교환적이고 즉각적인 영역이 아니라 좀 더 설명적이고 일방적이며 정제된 영역입니다. 우리는 산문 책에 쓰인 것처럼 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책만을 읽어서는 말이 가장 기초가 되는 언어 실력 자체가 늘 수 없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우리가 하는 말을 그대로 글로 옮겨 적어서 한편의 완성된 글을 만드는 경우도 드뭅니다. 글은 말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글 한편의 완결성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글의 구조가 존재합니다. 생동감 있게 쭉 살아서 유기적으로 변한다기 보다 글의 구성과 짜임이 존재합니다. 어떤 지면에서 어느 정도의 글자 수로 전달하고자하는 어떤 정보에 대해서 읽는 이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쓰는 이의 노력이 있고, 또 글쓰기 영역 전체가 가진 문화적인 틀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틀은 반복적으로 이용되어왔기 때문에 읽는 이도 더 쉽게 내용을 받아들이며 글을 더 편하게 대할 수 있게 됩니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서론, 본론, 결론의 구성 같은 것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주제문과 부연설명, 두괄식 구성 미괄식 구성, 예시, 강조 등도 있습니다. 그래서 수능 영어를 공부하면 그렇게 글의 구조나 짜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수업이 많은 것 입니다. 수능 영어가 독해 지문을 읽는 것이 중심이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글도 일단은 언어이기 때문에, 소리 언어로서의 기본적인 언어의 특성을 먼저 학습하지 않은 채 글로만 언어를 익힌다면 그 언어는 죽은 언어가 되고 언어의 본질에 다가가기 힘들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소리 언어로서의 말을 충분히 익혔다면, 글의 영역도 익혀 가야합니다. 왜냐하면 두 영역은 이렇게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리영역의 말의 공부가 곧바로 글의 영역의 언어로 완전히 치환되지는 않습니다.


내가 글을 읽으며 정확한 발음과 문장의 말투가 머릿속에 스쳐갈 정도가 되면, 글을 통한 학습은 더욱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글로 쓰인 언어도 살아있는 소리 언어로서도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상태에서의 충분한 독서는 언어 능력 향상에 엄청난 시너지를 불러일으킵니다.


우리는 말로 무언가를 전달하는데 한계도 존재합니다. 말이 현장성이 있고 즉각적이기도 하고, 앞에 한 말이 기록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인류가 조상들의 노력과, 지혜와 시도를 계속 배우고 이어받으며 발전시킬 수 있었던 이유도 인류의 선조가 문자를 발명하여 그들의 경험을 글로 남겨주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들을 직접 만날 수 없지만 글을 통해 그들을 알고, 소통하고 배울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글은 지식의 보고이자 원천이기 합니다. 우리가 어떤 아이디어나 생각이 있을 때 그것을 글로 풀어 적으면 그 생각이 발전되고 정리될 수도 있습니다. 글쓰기 자체에는 그러한 힘도 있습니다. 글은 내 안의 어떤 추상적인 무엇을 한번 언어라는 것을 통해서 정제해주는 특성, 나아가 그것을 기록으로 남겨주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언어에 있어서 글이 가진 힘도 중요합니다. 제가 아무리 언어를 말로 출발하는 도구로서 강조한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글이 가진 고유한 기능을 무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말로 먼저 출발하지 않은 글은 살아있는 언어로서 가치를 잃을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글은 더 정확히는 발화자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옮겨서 시각적인 도구인 글로 옮겨 적은 도구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비언어적인 정보들은 유실되지만 글이기 때문에 더 구조화되고 명확해지며, 길게 전달할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우리는 몇 시간 동안 앉아서 강의를 직접 듣는 것은 불가능 할 수 있어도, 그 내용이 적힌 책을 조금씩 시간이 날 때 읽어나가는 것은 가능합니다. 글은 굉장히 많은 경험이나 내용을 함축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책 한권이 담고 있는 내용이 어떤 이의 평생의 노력의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직접적으로 체험하지 않고 글로 그것을 접하는 것이 그 글쓴이의 경험 전부를 내 것으로 만들 수는 없다 하더라도 그런 글로 영감을 받고, 배우고, 익히고, 나의 경험 속에 그 글에서 느끼고 배운 바를 적용해가면서 실천해가는 것은 가능합니다. 이것이 글이 가진 거대한 힘입니다.


그리고 글은 그렇게 말하기 영역과는 조금 다른 고유한 영역이 있기 때문에 그 글 자체의 방식과 형식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다독입니다. 실제로 수능 언어영역도 특히 따로 외부지식이 필요하거나 암기를 요하지 않는 비문학 영역은 어릴 때부터 평소에 독서를 많이 했던 사람들이 더 쉽게 접하고 고득점을 올리는 것을 많이 목격했습니다. 글 자체에 친숙하고 익숙해져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글 자체에 익숙해지면 글을 읽고 이해하는 속도,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파악하는 능력 등도 자연스럽게 향상이 되고 글 자체를 많이 읽었기 때문에 서론, 본론, 결론 등의 자주 쓰이는 글의 형식 등도 자연스럽게 익숙해집니다. 역시 이 경험이나 감각도 하루아침에 쌓이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모국어 책이든, 외국어 책이든 독서 자체를 생활화하고 습관화한 사람이 어학시험의 독해 시험을 접하거나 공부하기 시작할 때,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이미 어느 정도 글 영역에 대한 근육이 생성이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나아가서는 쓰기를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좋은 글쓰기도 읽기가 병행이 되었을 때 더 잘 이루어질 수 있으며 많은 작가들은 단순히 글만 쓰는 것이 아니라 다독가이기도 합니다.


제가 강조하는 다독은 소리 언어와 완전히 동떨어진 다독은 아닙니다. 특히 네이티브의 발음이나 단어의 발음방법, 문장의 인토네이션 등이 완전히 익숙해지지 않은 외국어 학습자는 그저 글만 읽을 경우에는 위의 요소들을 스스로 창조해내서 글을 읽게 되거나 그 부분의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그것은 언어로서의 글의 기능을 크게 상실하게 됩니다. 그래서 언어를 익히는 처음에는 발음 교정을 해줄 수 있는 이가 있다면 시범읽기와 따라 읽기, 혹은 발음 교정을 통해서 소리 내서 글을 읽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단계를 무시하면 언어를 글자를 보고 뜻을 마음속으로 번역하는 그림처럼 익히게 됩니다. 언어는 소리와도 반드시 연결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시범 읽기 등을 해줄 수 있는 교사 등이 없다면 어학 오디오 교재를 활용하거나 하는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책을 읽는다고 해도 그냥 글줄로 된 책이 아니라 음성이 함께 수록된 오디오북을 동시에 구입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는 저도 외국어로 된 텍스트를 읽을 경우에 꼭 활용하는 방법이고, 오디오 자료가 없다면 차선책으로 약간 더 부자연스러울지라도 TTS(Text-To-Speech)를 활용해서 듣는 편입니다. 어학은 귀가 좋아야하며, 소리와 함께 익혀야합니다. 그래야 나도 그 들렸던 소리를 기억하고 말을 할 수 있습니다. 그 단어의 발음을 내가 정확히 들어본 적도 없이 내가 음소만으로 추측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한국어조차도 문자는 단어의 원형을 최대한 드러내는 방식으로 맞춤법이 다듬어졌기 때문에, 쓰여 있는 각 음소와 실제 발음이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를 구개음화니 연음이니 하는 문법 설명으로 이해하고 바른 발음을 상상해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의 네이티브 발음을 듣고 그 발음을 글로 쓸 때는 어떻게 쓰기로 약속했는지를 확인하는 방향으로 나가야합니다. 어떤 한국인도 “닭”은 혼자 쓸 때는 [닥]이라고 읽고 “닭을”같은 때는 “달글”이라고 읽는 거야.’하는 식으로 생각하며 말하지 않습니다. 그저 닭을 [닥]이라고 말하고 “닭을”이 [달글]이라고 말해지는 발화를 꾸준히 접함으로서 나 스스로도 그러한 발음이 자연스럽게 익숙해진 것에 가깝습니다. 언어는 이렇게, 내가 문법 규칙들을 외워서 발음 방법을 창조하고 생각해내는 것이 아니라, 네이티브 그 자체의 발화에 익숙해져서 나도 그것을 생산해 낼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글을 읽을 때도 동일하며 내가 발음을 상상해가거나 발음을 내 안에서 창조해가며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글을 읽어주는 네이티브의 소리를 들으며 그것의 문자를 파악해나가는 것이 더 좋습니다. 네이티브의 소리가 완전히 익숙하지 않은 초급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어린 아이가 동화책을 스스로 읽기 보다는 엄마가 읽어주는 동화책을 듣는 것에서 부터 시작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러면 아이는 나중에 엄마가 읽어주었던 소리 기억에 의존하여 스스로도 점점 동화책을 소리 내어 읽을 수 있게 됩니다. 네이티브가 읽어 준 소리 정보 없이 아이가 동화책을 바르게 발화하며 읽을 수 있는 확률은 희박합니다.


그래서 어학의 독해 공부를 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설사 독해라고 해서 그 지문의 소리정보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 지문을 읽어주거나 읽은 지문의 발음을 체크하고 교정해 줄 수 있는 선생님이 있으면 더욱 좋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TTS등으로라도 발음을 들을 수 있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일본어는 한자어가 많은 언어이고, 한자 읽기가 큰 관문이 됩니다. 한자를 많이 알면 한자를 보고 그 뜻을 파악하기는 쉬워도 그 한자의 정확한 일본어 발음이 항상 후리가나로 표시되지 않기 때문에, 그냥 단어의 뜻만 알고 넘어가는 것이 습관화가 되면 정확한 일본어를 알 수 없게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자 읽기를 포함해서 음성으로 문장을 들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는 단어만 보고 단어의 읽는 방식을 모두 유추하기 어려운 영어의 경우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언어에 적용됩니다. 심지어 프랑스어 같은 언어는 단어 뒷부분의 음소가 발음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발음과 단어의 쓰는 법을 함께 익혀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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