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과 4박 5일 여행을 가기 전날, 나는 치즈의 텐트 안에 먹이를 여러 그릇 만들어 놓고 갔다. 그리고 어젯밤 10시에 돌아오자마자 앞베란다 문을 열었다. 밥그릇은 비어 있고 창문바깥을 둘러봐도 치즈와 아기 고양이 우유가 보이지 않았다. 어디 멀리 갔나 하고 돌아서려고 하다가 그래도 혹시 근처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방충망을 열었다. 그제야 치즈가 방충망 열리는 소리를 듣고 베란다 위로 폴짝 올라왔다. 그러곤 낮은 울음소리로 인사를 했다. 반가웠다.
나는 치즈에게 사료를 부어주고 츄르를 하나 얹어주었다. 치즈가 먹는가 싶더니 곧 아기 고양이 우유도 와서 한 그릇을 다 비웠다. 기특했다. 그러곤 둘은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있었다. 나도 실컷 먹는 두 녀석의 모습에 마음이 좋았다.
새벽 일찍 일어나자마자 또 방충망 앞으로 달려갔다. 치즈와 우유가 집에 그대로 있었다. 나는 또 아침밥을 준비해서 챙겨주었다. 나를 겁내던 아기고양이 우유도 가까이 다가왔다. 둘은 넉넉히 사료를 챙겨 먹은 뒤 잠시 장난을 치다가 어딘가로 갔다. 나는 그 사이, 내가 준 먹이를 얼마나 먹었나 확인했다. 여러 그릇 담아놓은 사료통은 다 비워져 있었고 뒤집어져 있었다. 나는 빈 그릇을 보자 '다행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5일 안 본 사이, 아기 고양이 우유가 제법 컸다. 물론 단풍나무에 똥 싸지 말라고 올려둔 화분 받침대가 떨어져 있고 고양이 집이 옆으로 돌아가 있고 나뭇잎이 유달리 많이 떨어져 있긴 했지만 잘 크는 게 중요한 거니까. 우리 집 나무 베란다를 놀이터 삼아 잘 크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