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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토마토 Dec 21. 2024

고양이 치즈에게 주는 선물, 새 방석

  치즈의 방석은 비좁았다. 사실 방석도 아니었지. 집을 뭉개어 방석처럼 앉은 것이다. 하지만 고양이 치즈와 아기 우유의 애착방석이 되어버렸다. 그런 치즈를 위해 좀 두꺼운 방석을 샀다. 방석을 깔러 나갈 때, 치즈는 어색했던지 비닐하우스 주변만 맴돌았다. 나는 물이 올라오지 않을 발판을 놓고 그 위에 방석접어 올렸다. 혹시 비가 와서 방석이 많이 젖거나 불편하면 그 때는 비닐하우스를 좀 큰걸로 바꿔야  같았다.

그런데 어느새 치즈가 새로운 방석 위에 앉아 있었다. 사람으로 치면 집 평수가 넓어진 것에 비유할 수 있을까. 여하튼 치즈와 우유가 좀 편안해보였다.

요즘은 겨울날씨가 따뜻해서 단풍도 늦게 들었다.  치즈는 가끔 단풍나무 아래에 있는  안에도 들어가 있기도 했고 집 위에도 올라가 있기도 했다. 나는 집이 무너질까봐 걱정이 되었지만 치즈는 그런 내 마음은 아랑곳없이 집 위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거나 햇살을 쬐었다.

집 위에는 치즈, 그리고 그 뒤 단풍나무 아래에는 우유가 있었다. 치즈는 내가 밖에 나가면 아주 가까이 와주었다. 하지만 우유는 치즈보다 좀더 멀리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물론 그 거리도 많이 좁혀진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가 있듯 동물과 나와의 경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치즈는 내가 조금 돌봐주긴 해도 길 위의 삶을 살아갈 고양이이다. 우유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의 바깥 삶에 내가 조금 도움을 줄 뿐이다.


  우리들의 거리는 멀어도 나는 치즈를 보며 많은 위안을 받는다. 내가 주는 사료를 맛있게 먹는 모습, 담요 하나에 편안함을 느끼는 모습, 내가 떠주는 새 물을 먹는 모습, 비닐하우스에서 햇볕을 받으며 낮잠을 자는 모습,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아기인 우유를 챙기는 모습 등이 나를 기분좋게 했다.


  고맙다! 치즈야. 너 덕분에 오늘 하루도 더 소중하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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