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9
수요일. 굵은 비가 살짝씩 내리는 상쾌한 아침이었다. 요가원으로 향하는 30분 거리에는 작고 낡았지만 귀여운 스토어들이 즐비하고, 그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조금 더 걸으면 Better Things라는 꽤나 모던한 까페가 나타난다. 요가 코스가 시작하기 전 주말 이 까페에 들른 적이 있었는데, 집시 느낌의 손님들이 많아 모던한 느낌과 상반된 손님들 덕분에 신기한 바이브가 흐른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꽤나 오가닉한 재료로 만들어진 달짝지근한 도넛을 먹었고, 스툴 바에 앉아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여튼, 이 까페를 지나서는 황량한 들길을 꽤 걸어야 요가원이 보인다. 오늘 오전에는 카르믹 요가를 시작으로, 오늘은 Shakta와 함께 근처 바다로 가서 명상과 만트라 수업을 했다. 모래가 희고 부드러워 발바닥에 닿는 느낌이 너무 포근했다. 햇빛은 강렬했지만 나무 그늘 사이로 이동했고 꽤나 그늘이 잘 드리운 곳에 자리를 잡고 수업을 했다. 해변을 조깅하거나 큰 개를 산책시키는 수영복 차림의 사람들 때문에 이따금씩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동그랗게 원을 만들어 비치 타월을 깔고 앉은 우리는 Shakta의 가르침 하에 척추를 곧게 세우고 명상 자세를 잡았다. 이렇게 척추를 곧게 세운 자세를 산스크리트어로 편안한 자세라 부르는데 정확한 명칭은 다시 책을 찾아봐야 한다. 깊은 호흡을 몇번 반복하고 “옴” 만트라를 함께 챈팅하니 어느새 세상과 동떨어진 우주에 놓인 느낌으로 빠져들었다. 새로운 만트라 몇가지를 함께 챈팅했는데, 굉장히 음이 아름답게 느껴졌고 영혼이 맑아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오후에 티칭 숙제가 있어, 챈팅을 할 때 Shakta의 티칭 순서를 관찰했다. 먼저 배울 만트라의 발음을 알려주고, 의미를 알려준다. 그 후에 선생님이 먼저 챈팅을 하고, 그 후 다 같이 3번 가량 함께 챈팅하는 순서였다. 가장 클래식한 요가 버전인 아쉬탕가 요가에 대한 짧은 설명을 들었고, 8가지 요가의 요소에 대해서도 공부했다. 아사나, 프라나야마, 디야나 등이 있고, 요가의 마스터가 되면 사마디의 상태를 경험한다고 하는데, 이것은 노력하지 않고도 요가의 상태를 경험하는 상태이다.
오전 Rianne의 요가 수업에서는 시작을 할 때는 집중이 어려웠지만, 끝으로 갈수록 어려운 동작에 집중하다보니 마음도 저절로 집중의 상태로 들어섰다. 아침에는 아이스커피를 주문해서 마셨다. 아주 심플한 jar과 같은 유리컵에 얼음을 띄운 커피인데 커피맛을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약간의 산도가 있고 쓴맛이 덜 느껴지는 내 취향의 커피였다. 함께 준 알이 살짝 굵은 흑설탕을 넣어 마셔보고 싶어 티스푼으로 반스푼 넣어 마셨다. 달다기 보다는 좀 더 쓴맛을 줄이는 느낌이랄까.
이어서 진행된 Rianne의 수업에서는 각 동작들을 좀 더 세분화해서 세심하게 배웠다. 이를 테면, 스탠딩 포지션에서는 발을 발 뒤꿈치부터 누른 후에 새끼발가락부터 엄지발가락의 순서로 차례차례 땅에 고정하듯 누르고, 무릎부터 허벅지를 엉덩이 쪽으로 끌어올린다는 느낌으로 힘을 주는 것 등이나, 손으로 갈비뼈부터 겨드랑이까지 위로 올려 배 주변의 공간을 더 만들어 주는 등의 자세를 조금 더 바르게 만들 수 있는 팁들을 세심하게 배웠다. 실제로 내가 필요한 부분들을 배운 느낌이라 뿌듯함이 느껴졌다. 또한 다운워드 페이싱 독 자세에서는 엉덩이뼈를 하늘 위로 끌어올리는 느낌을 취하니 어깨에 무리가 덜 가는 느낌이라 굉장히 유용했다.
점심은 쵸콜렛 보울을 주문했다. 건강하지만 달고 쵸콜렛 맛의 아사이 볼 느낌이었다. 오후의 매들린의 수업에서는 만트라 챈팅 수업을 한명씩 돌아가며 짧게 진행했다. 다들 어색해하며 수업을 진행하니 나도 어색해도 괜찮다는 생각에 긴장이 다소 풀렸다. 이 후에는 다음 시간에 진행할 공동 티칭 수업을 준비했다. 조지와 함께 팀이 되었고, 와이프를 따라 온 조지는 요가 자체에는 큰 소질이 없다고 하여 나에게 대부분을 맡겨줬다. 오히려 편하게 플로우를 디자인할 수 있었고, 우리의 요가 플로우의 주제는 디톡스와 트위스트로 하기로 했다.
오늘은 특별히 수업이 일찍 끝나 해피아워를 찾아나섰다. 오늘은 Paia Bay Coffee & Bar라는 까페겸 바에 도전했다. $6의 Moscow Mule Trails를 주문했고, 청동색의 앤티크한 컵에 담겨온 칵테일에는 얼음과 블루베리와 말린 라임이 띄워져 있었다. 신선하고 상쾌한 맛이었다. (my cup of tea**) 하지만 오늘의 클라이막스는 4시경부터 시작된 라이브뮤직이었다. 컨트리송 느낌의 노래들이 싱어의 기타음과 아름다운 음색에 어우러졌고, 캐쥬얼하면서도 너무나 이국적인 바의 분위기와 영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싱어의 모습에 마치 꿈꾸는 듯한 기분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