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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될까

by 황인경

영화가 끝나고 우리는

봄밤의 검은 스크린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걷는 속도에 맞춰

나무가 자라나고

개울은 불어났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가물가물했다

길의 모든 모서리가 뭉툭했다

밤공기의 리듬이 우리를 안고 있다

비포 선라이즈의 그것처럼

우리의 걸음도 영화가 될까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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