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정오의 희망곡

by 황인경

부글거리는 거리

열기에 취한 머리는 자꾸만 몸을 잃어버린다

몸은 묻지만 머리는 말이 없다

지난밤의 달콤한 몰락은

이미 알콜처럼 증발했다

시간은 정오

태양과 땅 사이에 덩그라니 놓였다

나무의 짙은 녹색이 밉다

갑작스런 핀조명에 눈이 부신 배우처럼

팔 하나 들어 올리지 못하는

부글거리는 거리

숨겨줄 그림자 하나 허락하지 않는다

꿈틀거리며 관자놀이에 흐르는

생각함의 비루함

끝과 시작은 맞닿아 있다는

시시한 중얼거림처럼



화요일 연재
이전 09화분명한 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