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너는 롤러스케이트를 사 왔다
미국 십 대가 탈 법한 유치한 색깔
에이블린 라빈이 배경으로 깔릴 것만 같은
그걸 탄 건 한참이 지난 일이었다
현관을 나서다가 너는 발목을 삐었다
롤러스케이트의 짧은 외출은 그렇게 끝이었다
돌이켜보면 내 십 대도 그렇게까지 짧지는 않았지
몇 개월 뒤 롤러스케이트를 당근마켓에 올렸다
너는 미련이 없어 보였지만
나는 어쩐지 몇 미터 그게 자꾸 생각이 났다
혼자서 야무지게 길을 나선 몇 미터
꽃가루가 터지는 플로리다 프로젝트
가지 못한 디즈니랜드, 수천만 미터
그것만 생각하면 자꾸 눈물이 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