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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인경 Sep 04. 2024

롤러스케이트

어느 날 너는 롤러스케이트를 사 왔다

미국 십 대가 탈 법한 유치한 색깔

에이블린 라빈이 배경으로 깔릴 것만 같은

그걸 탄 건 한참이 지난 일이었다


현관을 나서다가 너는 발목을 삐었다

롤러스케이트의 짧은 외출은 그렇게 끝이었다

돌이켜보면 내 십 대도 그렇게까지 짧지는 않았지


몇 개월 뒤 롤러스케이트를 당근마켓에 올렸다

너는 미련이 없어 보였지만

나는 어쩐지 몇 미터 그게 자꾸 생각이 났다

혼자서 야무지게 길을 나선 몇 미터

꽃가루가 터지는 플로리다 프로젝트

가지 못한 디즈니랜드, 수천만 미터

그것만 생각하면 자꾸 눈물이 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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