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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와 아빠의제주여행#11_목장 카페를방문하다

by 오인환

목장 카페인 '드르쿰다'를 방문했다. 쿰다'라는 제주어의 뜻은 표준어로 하자면 '품는다'라는 뜻이다. '들을 품다'라는 제주어에서 유래한 '드르쿰다'는 말 그대로 '들'을 품고 있는 목장 카페이다.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한 최적의 소풍 장소가 어딘지 고민했었다. 유치원을 가야 하는 아이들을 붙잡아놓고 선생님께 문자를 드린다. 일하는 시간이 규칙적이지 않다 보니, 조금만 더 부지런하자면 아이들과 평일에도 좋은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위치는 표선면으로 분류된 '표선면 번영로 2454'에 위치하고 있다. 표선면은 성산읍과 남원읍에 접해 있는 면으로 행정구역상 서귀포시에 해당한다. 만 명이 조금 넘는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 이 곳은 남쪽의 해안지역보다 북쪽의 중산간 지역이 더 넓다. 제주 4.3 사건 당시 조기 진압을 위해 정부는 1948년 11월 17일 제주에 계엄을 선포하고 중산간 마을을 모두 불태우고 주민들을 해안 마을로 소개하는 초토화 작전을 진행했었다.

이 작전으로 제주 중산간 마을의 95% 이상이 불타 없어지고 많은 인명이 희생되었다. 제주가 말이나 소와 같이 목축으로 유명한 이유는 중산간 지대에 위치하고 있는 이런 초원지대 때문인데, 사실 초원지대는 강수량이 부족하거나 저온으로 수목이 자라기 어려운 지역에 널리 분포하는 특성이 있다. 사실상 해양성 기후이자 온대기후에 속하고 있는 제주는 초원이 자연적으로 형성될 기후는 아닌 듯하다. 그럼에도 제주에 이토록 초원이 많은 이유는 짐작컨데 인위적인 초원이 아닐까 싶다.


앞서 말한 1948년 4.3 사건 당시 정부가 중산간 마을을 태웠던 일도 있지만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몽고가 제주를 점령하던 시기 몽고군이 말을 키울 목초지를 구하기 위해 중산간에 불을 놓으면서부터 시작했다. 또한 근대로 와서는 1939년 일제 강점기에 일본군이 군사용으로 현 제동 목장 지역을 중심으로 성산과 표선 방면을 포함하여 송당과 평대 방면, 교래와 조천 방면에 도로를 개설하면서 중산간을 잇는 도로가 만들어졌다. 이렇게 도로가 개설되면서, 이 지역의 황무지 벌판이 축산용 목장으로 개발되었다.


들어가는 입구는 바치 박물관이나 어떤 시설을 방문하는 느낌이 든다. 매표소부터 있다. 처음에는 주소를 잘못 방문했는지 입구에 있는 간판을 여러 번이나 확인하고서야 겨우 안으로 들어갔다. 다시 보니 목장 체험이라는 말과 큰 말이 입구를 반기고 있다. 다율이는 이때부터 우산을 들고 가겠다고 떼를 쓴다. 한 참을 실랑이를 하다 겨우 우산을 뺏고 차에 넣었다. 우산을 들고 가는 일은 쉽게 어렵지 않지만, 갑자기 우산을 펴면 사람들에게 폐를 끼칠 우려가 있어, 겨우 달래고 안으로 들어간다.


커다란 통유리가 한쪽 면을 시원하게 보여준다. 통유리 에는 큰 목초지들이 있고 여러 조형물들을 포함하여 동물들도 볼 수가 있다. 처음에는 내려가기 위해 입장권을 받는 줄 알았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의자들은 이렇게 목초지를 볼 수 있도록 비치되어 있다. 얼핏 커다란 테마파크를 연상시킨다. 아이들은 들어가는 입구에서 뽀로로 젤리를 발견한다. 애초에 딸기 주스를 사 먹기로 약속하고 들어갔는데 난데없이 뽀로로 젤리를 사달라고 졸라서 난감했다. 뽀로로 젤리는 매장에 하나가 남아 있었는데 잽싼 하율이가 먼저 뽀로로 젤리를 덥석 집자 다율이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공룡 젤리를 집었다.

무난하게 넘어가는 듯하더니, 다율이가 뽀로로 젤리를 갖고 싶다고 조른다. 뽀로로 젤리는 하나밖에 없다고 말해도 막무가내로 조르는 다율이를 가만히 쳐다보는 하율이는 몇 번을 혀로 급하게 핥더니 못내 아쉬운 듯 자기가 들고 있는 젤리를 다율이에게 양보한다. 싸울 때는 무섭게 싸우지만, 서로 이렇게 챙기는 모습도 있다. 주문한 음료를 기다리면서 아이들과 바깥을 멍하니 바라봤다. 이미 나의 손에는 아이들의 애착 이불과 우산과 다율이가 먹다 말았던 공룡 젤리가 들려있었다. 음료를 받으면 다 먹고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음료는 곰돌이 인형 모양의 딸기 주스와 돼지바 음료를 주문했다. 아이들에게 건강한 딸기 주스를 주고 나는 달달한 음료를 먹을 생각이었다. 워낙 입맛이 어린이 입맛이라 아무래도 커피보다는 단 것을 더 좋아한다. 때문이 아이들과 입맛이 겹치는데 참으로 전쟁이나 다름없다. 이미 딸기 주스는 관심 밖으로 멀어졌다. 돼지바 음료에만 빨대가 세 개가 꽂혀 있다. 아이들은 무섭게 머리를 박고 먹는다. 음료는 매우 괜찮았다. 딸기는 다 먹지 못해 결국 가지고 나갔지만, 아무것도 첨가되지 않은 생과일 주스인듯했다. 아이들에게 목초지를 보여주면서 먹이기에는 너무 좋은 주스였다. 돼지바 음료도 너무 맛있다.



내부에서는 여러 가지 기념품들을 판매한다. 아이들이 발견하지 못해 다행인 듯하다. 밖으로 나오니 슈렉과 피오나 공주가 서 있다. 아이들은 슈렉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몰라서 그러는지 괴물이라며 한참을 근처에서 소리 지르고 서성였다. 원래 30개월 된 아이들이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딜 가도 비슷한 또래 아이들에 비해 유독 소리를 많이 지른다. 장거리 운전을 하는 아빠와 항상 다니면서 노래를 불러서 그런지 노래 부르거나 소리 지르는 일이 종종 있다.

아이들이 3살 경에는 함께 외출을 하면 아이들이 소리를 지를 때가 있었다. 그럴 때는 나 또한 같이 크게 소리를 지르곤 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다.


아이들은 피아노를 몹시 좋아한다. 우리 집에는 피아노가 없다. 세계적인 수학자였던, 아인슈타인이나 피타고라스, 오일러, 메르센 등은 음악을 몹시 좋아했다. 초등학생을 기준으로 주 2회 피아노 레슨을 받은 그룹은 받지 않는 그룹에 비해 15~41% 더 많은 소수와 분수 문제를 풀 수 있었다고 하는데 이는 음악가와 일반인의 뇌 구조가 다른 근거도 된다. 보통 대뇌는 좌반구와 우반구로 나눠지는데, 뇌량은 이 두 부분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양손을 다 써야 하는 피아노라는 악기의 특성상 좌뇌와 우뇌를 동시에 활용해야 하고 때문에 남들에 비해서 이를 연결하는 기관이 더 길어진다고 한다. 얼른 우리 아이들에게도 피아노를 사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드르쿰다'라는 말에 맞게 여러 가지 동물들이 있다. 양은 내가 뉴질랜드에 있을 때 정말 많이 본 동물이기도 하다. 순진하게 생긴 이 귀여운 양에게는 독재자 같은 근성이 있기도 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양은 민감한 동물이다 하지만 양은 가장 높은 세력을 가진 수컷만이 암컷과 짝짓기를 할 수 있다고 한다.


말은 제주로 보낸다는 말처럼, 제주는 말로 매우 유명한 곳이다. 제주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말은 가장 중요한 가축 중 하나로 전 세계 곳곳에서 사육된다. 11세기쯤 지구의 기온과 기후가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스텝 기후라고 부르는 기후가 지구에 띠를 길게 형성한 적이 있었다. 덕분에 지구의 곳곳에는 이와 같은 목초지가 길게 형성이 되었고, 유목민들이 말을 키울 수 있는 활동영역이 넓어졌다. 이런 기후 변화 때문에 몽골은 세계의 대부분을 정복하는 역사를 갖게 되었다. 우리가 조랑말을 제주말이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왜소한 말을 보통 조랑말이라고 부르고 그 속에 제주말이 있다. 제주말은 다른 말들에 비해 지구력이 좋기 때문에 왜소하지만 인기 있는 말이었다고 한다. 특히 제주말은 명령에 잘 순종하고 온순하며 사람을 좋아하여 기르기 쉽다는 특성이 있다.

한때는 2만 마리가 넘었던 제주말이 지금은 1000마리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1986년 2월 8일에는 혈통 보존 및 종 보존을 위해 천염기념물 제347호가 되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자전거를 참 좋아한다. 이렇게 생긴 자전거는 처음 봤었는데 아무리 페달을 밟아도 앞으로 나가지 않고 빙글빙글 돌게 되니 위험하지도 않고 참 좋은 것 같았다. 아이들이 시간이 조금 더 많았으면 더 많이 놀 수 있었을 텐데, 유치원 선생님과 약속한 시간이 있어,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했다. 풍경은 정말 외국에 온 것만 같다. 어쩔 때 보면, 제주에 사는 일이 감사하기도 하다. 조금만 발품을 팔고 움직이면 제주는 얼마든지 새로운 곳 천국이다. 지금껏 발견하지 못한 제주의 아름 다운 곳들이 얼마나 더 있을까 기대가 되기도 한다.


공원 중간에 움직이지 않는 기차가 서 있었다. 아이들이 처음으로 애니메이션의 이름을 기억할 정도로 팬이었던 건 '뽀로로'가 아니라 '띠띠뽀'였다. 어느 날 갑자기 '띠띠뽀'를 보고 싶다고 울던 다율이 의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띠띠뽀는 아마 칙칙폭폭에서 유래하지 않았을까 싶다.

워낙 영어를 가르치기도 하고 글을 쓰고 읽는 걸 좋아하다 보니, 어떤 단어를 만날 때마다 어원을 고민해보는 이 몹쓸 습관은 고쳐지지가 않는다. 자전거를 타는 곳이 나온다.


여기서는 자전거 또한 마음 것 탈 수 있었는데 일반적인 자전거가 아니라, 희한한 자전거들이 많았다. 페달이 없고 손으로 돌려서 앞으로 가는 자전거와 바퀴 모양이 이상한 자전거 등 여러 형태의 자전거들이 있었다. 하율이는 깡통 모양이 된 자전거에 꽂혀 있고 다율이는 그 한참 뒤에 있는 토끼에게 꽂혀 있다. 토끼에게 가면, 하율이가 울고, 자전거로 가면 다율이가 운다.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왔다 갔다 하면서 어렵게 사진을 찍는다. 하율이와 다율이는 집중력이 좋은 것 같다. 특히나 하율이 같은 경우는 하나에 너무 심하게 몰입하는 경향이 있어서, 일부러 그 집중력을 깨려고 했던 적도 있었다.


자리를 따로 잡고 있을 필요가 없어서 여기저기 거닐다가 빈자리를 앉으며 이야기하고 놀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웬만한 키즈 카페보다 좋은 듯하고 에버랜드를 갔을 때보다 아이들이 신나 했던 기억이 있다.

어린 시절 종이 하나만 있어도 종이를 이렇게 저렇게 접는 일을 30개월도 안된 아이가 1시간을 넘게 하는 걸 보면서. 혹시나 자폐 증상으로 빠지진 않을까 걱정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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