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모순의 삶

by 오인환

우리는 그런 세상을 살고 있다. 적은 급여로 일을 많이 시키고 싶은 사장과 많은 급여로 일은 조금 하고 싶은 직원이 공존하는 세상 말이다. 착실한 아들이기를 바라는 어머니와 내 남편은 본인의 가정에 충실한 사람이기를 바라는 이중적인 마음 말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여러 페르소나가 어디까지 나의 것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세상 너무 착한 남편이란 이름을 갖고 있는 누군가는 또다시 회사에서 형편없는 직원에 불과하고 밖에서는 능력 있는 남편이 안에서는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다. 좋은 아버지이자, 좋은 아들이고 동시에 좋은 상사이자 좋은 부하이며 좋은 형이자 좋은 동생인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빨간색 고춧가루를 뿌린 국이 맑은 국이길 바라는 것은 욕심을 넘은 허상이다. 공존하지 않는 모순된 여러 가지 모습의 복합체인 자신을 하나로 규정하기엔 쉽지 않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안다는 것은 조금 고차원 적인 일을 필요로 한다. 예의 있는 사장 일 수도 있고 무례한 손님일 수도 있다. 내가 상대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의 상을 남기며 살아간다.

이런 모순을 모두 만족하는 하나의 자아상을 만들어 내는 일, 과연 가능할까.

누구나 자기 인생에 비참한 순간이 존재하고 자랑스러운 순간도 존재한다. 예전 의지력이 아주 강력한 한 사람의 다큐멘터리를 보며 생각했다. '저런 정신력이면 모든지 다 잘할 수 있겠다.' 역시나 그는 그가 열정을 발휘하는 분야에 선구자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지금의 자신을 보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인생에 어느 분야에 가장 열정적인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우연하게 누군가에게 찾아온 그 열정의 모습을 캐치해 내어, 아직 그 시기가 오지 않는 지금의 나를 비교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의 게으른 하루와 열정적인 나의 하루를 비교해 본다면, 분명 그 또한 커다란 격차가 있을 것이다. 따지고 보자면 굳이 열등감을 가질 필요도 우월감을 가질 이유도 없다. 함께 둘러앉은 식탁에서 누구 입에 먼저 밥 숟가락이 들어갔는지를 부러워하는 것만큼이나 의미 없는 시기와 질투를 해가며 인생을 낭비하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결국 모든 것은 순서의 차이일 뿐이다.

남들과의 비교에서 우열을 가리는 일은 분명 무의미하다. 또한 자신이 갖고 있는 모순된 욕심도 잘 다스려야 한다. 얻고 싶은 마음과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을 동시에 내는 것은 욕심이다. 공부에 시간과 노력은 조금만 쓰면서 결과는 크게 바라는 욕심, 운동을 덜하고 건강한 음식은 덜 먹지만 다이어트는 빠르게 성공하고 싶다는 욕심. 일은 조금만 하지만 돈은 많이 벌고 싶은 욕심. 연습은 조금만 하지만 운동은 잘하고 싶은 욕심. 공존할 수 없는 두 가지를 모두 취하고 싶은 욕심. 남들과의 우월감에 해방하는 것은 외부적인 자유를 얻는 것이도 스스로의 욕심을 다스릴 줄 안다는 것은 내부적인 자유를 얻는 것이다. 조금 먹어서 조금만 빠지길 바라는 마음, 많이 공부해서 공부를 많이 잘하게 되는 마음, 일은 조금만 하면서 조금만 벌겠다는 마음. 이런 것이 일반적이다 생각될 때, 마음은 비로소 편해진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사람을 평가할 때, 무엇 하나를 빼고 싶어 한다. 술 먹는 것만 빼면, 완벽한 남편. 사치하는 것만 줄이면 완벽한 아내. 공부만 잘하면 다 좋은 아들. 거칠게 말하는 남자 친구. 연락이 잘 되지 않는 여자 친구 등

"너는 그것만 고치면 다 좋은데~"

사실은 그런 것들을 빼고 나면 본질은 사라진다. 기둥은 없이 지붕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이루어질 수 없다. 높고 멋진 지붕을 갖기 위해선 불필요한 기둥도 취해야 한다. 자석에 N극과 S극 중, N극이 싫다고 N극만 빼버릴 수 있을까? 자석을 반으로 조개도 또 다른 N극이 만들 진다. 모든 것을 취하거나 모든 것을 잃어야 한다. 내성적인 성격이면 내성적인대로 장점과 단점이 있고 외향적이다면 외향적 인대로 장점과 단점이 있다. 자석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는 양극이 있다. '그것만 뺄 수 있다면...'이라는 작은 소망은 결코 작은 소망이 아니다. 어쩌면 인류가 이 세상에 존재하고 난 뒤에 단 한 번도 이루어진 적 없던 커다란 소원일지도 모른다.

모두 잃거나 모두 갖거나.

외부에서의 모순은 받아들이되, 내부에서의 모순은 철저하게 경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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