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이 많아지다 보니, 아이들과 외출하는 날이 줄어든다. 워낙, 기운 넘치는 녀석들이기 때문에 실내에서는 그 기운을 다 소모시키지는 못한다. 차를 타고 40분 정도 달려서, 서귀포 강정 마을로 도착한다. 강정마을은 행정적으로는 대천동에 속한다. 동쪽으로 법환동이 있고, 서쪽으로는 월평동에 접하여 있는 이곳은 흔히 제주도에서 '신시가지'로 불린다. 예전에는 이곳을 가래현이라고 부르다가, 물이 많은 곳이라는 특징을 따서, 강정마을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마을 동쪽에는 강정천이 있다. 평소에는 말라버리는 다른 제주의 하천과는 다르게 가정천은 사계절 맑은 물이 흐른다. 이 하천이 서귀포시 식수의 70%를 공급하고 있다고 하니, 물이 많은 마을이라는 '강정'은 참 잘 지은 이름이기도 하다.
지금은 아주 깨끗한 도심이지만, 사실 이 곳은 60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촌락이 형성되지 않았다. 세종 21년인 1439년,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동해방호소라는 감시소를 설치했는데, 그 감시소의 주변으로 촌락이 형성되어 이 마을의 기초가 되었다고 한다. 작년, 이맘때쯤, 아이들과 강정천을 놀러 갔었다. 아마 8월이었다. 숨쉬기 힘들 정도의 땡볕과 기온에 차에서 내리기 끔찍한 여름날, 빵빵한 에어컨을 켜고 차에서 수 분을 대기했다. 엄두가 나지 않는 여름의 기온은 아마 올해보단 덜하다는 생각을 곧 할지도 모르겠다. 빨간색 코나 ev를 주차장에 대략 주차해 놓는다. 이미 빽빽한 차들 사이로 겨우 주차한 후, 하천으로 들어간다. 가면 평상들이 놓여 있다. 평상을 빌리려면 하천 근처의 음식을 주문해야 했다. 백숙 한 마리를 먹으면 평상을 대여해 준다. 우리는 그냥 놀기로 했다.
여러 사람들이 평상에 앉아 수박도 먹고, 백숙도 먹었다. 우리는 그 옆에 앉아 웅덩이 같은 곳을 찾았다. 평상 위를 가리고 있는 가림막 안으로만 들어가도 시원한 공기가 맴돌았다. 대충 아이들이 놀만한 공간을 찾아 앉았다. 대충 신발을 벗고, 바지를 종아리 위까지 걷어 올린다. 아이들과 물가에 앉았다. 아이들은 '우와' 소리만 내고, 소심하게 쳐다보았다. 발을 담가 봤다. 얼음장 같은 차가운 물의 감촉이 발 속의 모세혈관의 혈액을 타고 온 몸을 휘감는다. 심장까지 차가워지는 하천물은 차가운 만큼 깨끗하기도 했다. 물살의 속도는 매우 빨랐다. 아이들을 잡고 있지 않다가는 큰 사고가 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물이 빠르게 빠져나가는 구간에 살포시 머무는 웅덩이를 찾는데 한참이 걸렸다. 아이들에게 손을 넣어보라고 했다. 아이들은 눈으로만 보면서 연신 '우와'를 할 뿐 건들지 못했다. 내 손에 물을 적혀, 아이들의 얼굴이 손가락을 튕겨 물을 뿌렸다.
쌍둥이의 성격은 몹시 다르다. 하율이는 장난꾸러기이자 밝고 긍정적인 아이이고, 다율이는 장난을 심하게 치면 정색을 할 만큼 똑 부러진 아이이다. 역시, 성격이다. 물을 얼굴에 뿌리자. 다율이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한다.
'안돼!'
가끔은 어린아이의 정색에 무안할 때도 있을 만큼 다율이의 성격은 똑 부러진다. 만 1년이 지나, 이 근처의 아파트 단지로 걸어왔다. 이 곳은 계획 도심답게 도시가 잘 정리되어있다. 이마트도 바로 앞에 있어 살기는 매우 좋다. 가끔은 정말 살벌하게 싸우기도 하지만, 항상 쫑알쫑알 이야기하고, 챙겨주는 서로가 있어 더욱 즐거운 하루였다. 아이들이 지금과 오늘을 기억하지는 못할 지라도, 무의식의 아주 깊은 곳에 행복이라는 감정만 묻혀 있도록 부모로서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