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닥투닥, 재잘재잘...
사람마다 사는 방식이 다를 테고 또 그래서
각자의 경험치도 다를 것이다.
이것을 이해하는데 몇십 년이 걸렸고,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예정이다.
살면서 남, 녀 관계가 아니어도 우연이든
필연이든 사람을 참 많이 만나기도 하고
떠나보내기도 한다.
S는 대학교 동창이다, 서로 지방에서
대학을 다녀서 우리 둘 다 자취를 했다.
낯가리는 나의 성격에 낯선 도시에서 혼자서
지낸 그 시간이 나에겐 너무 힘든 시기였고,
처음엔 학교고 뭐고 매일 집에만 가고 싶었다.
그래서 집에 하루라도 더 있고 싶어 나는 입학식도
가지 않았는데, 첫 전공 수업을 들어가니 애들은
이미 입학식에서 만나 서로 다 안면이 트여있는
상태였다.
나도 다행히도 O,T 때 잠시 만난 친구들이 있어,
학교 생활에 적응하는데 크게 어려움은 없었지만
학교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이 다들 각자 집으로
가고 나면 나는 다시 텅 빈 집에서 혼자가 되었고,
서울 집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어떡하다가 S를 알게 되었고,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이 각자 집으로 가도 S와 나는
서로 각자 집을 번갈아 가면서 같이 생활을
하다시피 했다.
거기다 S한테 고마운 일이 내가 학기 중에 몸이 너무
아파서 새벽에 엠뷸런스에 실려간 적이 있었는데
병명은 영양실조와 폐렴으로 인한 고열로 토도
심하게 하고 입원을 했었야 해서, 그녀가 와서
나의 병간호를 해줬고 나는 좀 장기간 입원 치료가
필요해서 서울 집으로 올라와 한참을 입원을 했었다.
아무튼 S와 나는 4년을 그렇게 붙어 생활을 하면서
서로 삐지고 싸운 적도 많았지만, 졸업을 하고
서울에 올라와서 각자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주말에 서로 집을 번갈아 가면서 자고, 만나고
하다가도 또 여느 때처럼 싸우면 연락이 끊기기도
하고 서로 틀어져 지내기도 했다.
학교 다닐 땐 매일 얼굴을 보니 싸워도 며칠 가지
않던 게 이젠 서로 각자 다른 곳에서 일을 하다 보니
한 번 틀어지게 되면 그 간극을 메우는데도 시간이
꽤 많이 필요했고, 그 시간이 몇 년이 되기도 해서
그러는 중에 S는 결혼을 했고, 나는 그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사실 대부분 다툼의 발단은 늘 S가 제공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큰일 날 일도 아닌데, 왜 그때 나는
이해심을 좀 더 발휘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과,
심지어 나는 몸이 아파 학교를 늦게 가서 나이가
한 살이 더 많았었데도 말이다.
아무튼 요즘은 이런 것도 시간이 지나니 추억거리가
되어 싸운 일로 서로 한바탕 웃기도 한다.
나: “나 그때 너 때문에 진짜 열 받았어”
S: ‘그랬어..?! 내가 그랬나.. 근데 뭘.. ‘
서로 마주 보며 깔깔 배를 잡고 웃고
사실 S는 연락이 닿지 않는 순간에도 삐져있진
않았을 테고 나 혼자 삐져 속을 끓였을 것이다.
뭔가 문제가 있을 때 S는 그런 친구니까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넘어갔더라면 서로 삐져 연락
안 하는 횟수를, 시간을 줄였으면 좋았겠다란
생각이 S가 주재원 남편을 따라 인도네시아로
떠난 이 시기에 깨닫게 된다.
어린 시절에 만난 소꿉놀이 친구도 아닌데
이렇게 지내는 거 보면 고맙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친구 얘기를 하면 참 신기해 한다.
이런 걸 보면 좋은 사람 만나는데 나이나, 시기가
뭐가 중요한가 싶고 좋은 사람과 가까이 지내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지금도 죽마고우 버금가는
친구를 얼마든지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한다.
사람마다 친구에 대한 생각이 다 다르겠고,
감사하게도 나에게 S 버금가는 친구가 몇 명 더
있지만 S는 힘들 때 함께 먹고, 자고 해서 그런지
투닥투닥 싸우면서 미운 정, 고운 정이 들다 보니
서로를 더 잘 알게 된 거 같다.
무엇보다 S와 나는 먹는 취향이나 삶의 대한
가치관적인 면에서도 비슷한 점이 많고, 그리고
참 검소하게 지내는 그녀의 생활력이 늘 나에게
본보기가 되기도 하는데, 그녀가 떠나기 전 임팩트 있게
그녀의 집과, 짐 정리를 하면서 알게된 사실이 그녀가
살았던 넓은 아파트 말고도 따로 건물이 더 있다는
걸 알게 되어 나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란 큰 깨달음을(?)
남겨주고 떠났다.
그리고 물을 엄청 무서워하는 내가 S 때문에
처음으로 수영장도 가게 됐다, 서로 집이 멀어서
자주 가진 못했지만 갈 때마다 나를 떠 받치고,
밀고하면 주변 할머니들이 우리 둘의 관계를 물어
친구라고 하자 놀라시기까지 했다, 그 할머니들
눈에는 내가 무슨 고액 레슨이라도 받는 거처럼
보였었나 보다...
요즘처럼 각박한 시대에 서로를 위해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나눠 주는 그녀가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