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작가의 [내 마음, ㅅ ㅅ ㅎ] 리뷰
최근 닳고 닳도록 읽는 중인 그림책이 있습니다. 김지영 작가의 [내 마음 ㅅ ㅅ ㅎ]인데요, 사계절그림책상 대상 수상작이어요. 통통 튀는 핫핑크와 블루 바이올렛의 색 대조가 눈길을 끌고, 단순한 듯하면서도 디자인 감각 넘치는 삽화, 한글 자음 'ㅅ'과 'ㅎ'의 시각적 효과와 언어놀이, 상황과 매치되는 감정 표현 단어까지... 매력 포인트가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마치 정서교육과 오감교육을 위한 종합 선물세트 같습니다. 특히 부정적인 정서 처리방법에 대한 훌륭한 안내서 역할을 하는 작품이라 생각되는군요. 김지영 작가가 소개하는 내면으로의 여정 따라가 보실까요?
이 책의 화자는 표지에 자리 잡고 있는 아이입니다. "이상해... 갑자기 다 너무 시시해"라는 첫 서술부터 독자를 강하게 끄는 힘이 느껴집니다. 아이들 키우시는 분들이라면 모두 공감하실 거예요. 거리 두기 4단계 기간이 장기화되며 딸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심심해"
"시시해"
"놀아줘"
놀아주고 있는데도 심심하니 놀아달랍니다. 미치고 펄쩍 뛰겠는데 이 상황이, 다른 분들도 저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러니, 아이들이라면 '어? 나랑 같네? 나도 그런데.' 하는 마음에 첫 문장부터 집중할 수밖에 없지요. 내 마음이 왜 이러나 싶은 때가 아이들에게만 찾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이유 모를 짜증이 치솟을 때는, 당혹스럽기까지 해요.
책의 주인공도 "내 마음에 무슨 짓을 한 거지?"라고 생각하며 방문을 닫고 틀어박힙니다. 마치 상자처럼 표현된 아이의 방은, 언뜻 거대한 자음 'ㅁ'과 같이 보입니다. 토라져 방에 틀어박혀버린 아이의 모습은, 아집과 피해의식 탓에 타자와의 교류를 거부하는 어른의 모습과도 겹치네요. 이런 순간이 찾아오면, 저는 순수하게 저의 감정에 집중해 보곤 합니다. 나를 자극한 누군가나 그의 언동을 곱씹기보다는, 내 감정 이면의 좌절된 욕구가 뭔지 탐색하다 보면 이외의 결과가 나오곤 해서요. 여러분도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 또는 불안과 긴장감에 압도될 때에는 잠시 멈추고 내면과 접촉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기를 권합니다. 알아차릴 수 있고, 녀석의 정체에 대하여 이야기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제 그 감정의 주인이 되어 고삐를 틀어쥐고 컨트롤할 수 있을 겁니다.
'ㅁ' 안에서 버티자니 따분해진 아이는 자연스레 다른 방향으로 통하는 문을 열게 됩니다. 상상의 문을 열고 의식의 내면으로, '내 마음'의 내면세계로 나들이를 나서고, 별세계로 뚝 떨어지지요. '내 마음'이라는 소우주, '나'의 일부이나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수많은 나의 조각들이 흩어져 있는 행성으로요. 이렇듯 내면으로 침잠하며 관조하는 경험은 특별한 '알아차림'의 기회를 줍니다.
온전하여지는 과정
"다 함께 놀고 나면 생생해"
우리 모두에게는 자신의 감정과 상태를 알아차릴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번잡하고 빠르게 전환되는 경쟁구도 안에서 늘 긴장한 상태로 달려가고 있는 현대인에게 이만큼 어려운 일도 없을 겁니다. 알아차림은 긴장하지 않은 상태, 편안하고 이완된 상태에서 내면과 접촉하는 순간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진정한 자신과 접촉하게 되는 경험은 이 자체만으로도 치유적이기도 합니다. 긴장과 스트레스, 불안과 공포와 같은 부정적 정서를 다루기에 특히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주지요.
나와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치유의 효과가 있지만 '진정한 나'로 온전하여지는 일은 단편소설로 맺을 수 없는 긴 과정을 필요로 합니다. 이 대장정에서 '알아차림'의 단계는 모험의 에필로그를 막 읽은 정도에 불과 하달 까요. 그림책의 화자인 아이 역시 처음 자신의 세계에 접촉하고서는, 'ㅅ ㅅ ㅎ' 정도로 완성되지 못한 내면의 소리 때문에 어리둥절해합니다. 그래서 이리 보고 저리 보며 마음으로 대변되는 정방형의 상자를 돌리고, 다시 또 돌려보며 흩어진 조각들을 하나로 모으고, 한 줄로 세워 기차에 태운답니다.
그러한 과정이 마치 끊어지고 제각각으로 흩어져 있던 내적 세계를 알아차려 통합하고, '나다운'모습, 진정한 자기로 거듭나는 '개성화'과정을 떠올리게 하네요.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 1875.07.26~1961.06.06)은 한 인격체가 완성체로 성숙해져 가는 과정을 '개성화'로 칭했는데요. 다르게는 '자기실현'이라고도 합니다. 그는 인간의 혼의 여러 겹의 층으로 이루어진 의식과 무의식이 층위를 이루고 있는 형태라고 보았답니다. 내면세계의 핵에 해당하는 중심에는 '자기(self)'가 자리하고 있는데 내적 세계의 모든 것들을 아우르는 원형이라 하였죠. 그는 자기실현에 가깝게 다가갈수록 성숙한 인간, 온전하여지는 인간의 완성형으로 보았어요. 의식과 무의식의 통합, 전인적인 인간이 되는 것은 크리스천이 성화를 위해 삶을 단장하며 생을 달려가지만 결코 끝이 없는 것처럼 죽는 순간까지 지속되는 과정입니다.
의식의 껍질 밑에서 깔려 있는 콤플렉스 하나하나를 품습니다. 사회생활을 위해 뒤집어쓰고 있던 가면 '페르소나'와 가면 뒷면의 '그림자'를 직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수술하는 듯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당혹감, 부정, 수긍의 파노라마가 펼쳐지겠지요. '바닥을 다 보았다, 이제 끝인가.' 싶다 맞닥뜨리는 담이 있을 겁니다. 긴 세월 당위적으로 유지해왔던 신념들 즉 사회 문화적 관습과 나의 존재하는 방식 그리고 내적 욕구 사이의 균열을 인식하게 됩니다. 그렇게 내적 충돌이 생기고, 줄다리기 끝에 존재론적 방식과 인식까지... 내면의 가장 깊은 곳의 '자기'에 가까운 결을 찾아 결국 융이 칭하는 '전체성'에 가깝게 다가가지요. 이러한 여정 가운데 현실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자아가 갈수록 단단하여질 때, 여러분은 결국 이 그림책 주인공처럼 누구보다 생생하고 홀가분해져서 이렇게 외치게 될 겁니다.
내 마음도 다시 쌩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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