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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조 아감벤 『내가 보고 듣고 깨달은 것들』
우리는 구원이 더 이상
우리의 관심사가 아닐 때에만 구원을 받는다.
상황은 마치
우리가 어딘가에 꼭 가고 싶어 하지만
살다가 이를 까마득히 잊어버려
어느새 그곳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누가 알려주더라도
마치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어깨를 으쓱이는 것처럼 펼쳐진다.
- 조르조 아감벤 『내가 보고 듣고 깨달은 것들』 중에서
<나의 단상>
1시간 짜리 요가 수업에 가면
초반부에는 자꾸 시계를 본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몸이 너무 힘드니까 이미 끝을 생각한다.
분침이 어서 정각에 다다르기를 기다린다.
그럴수록 시간은 좀처럼 흐르지 않는다.
그러다 어느 시점이 오면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되고
나는 더 이상 시계를 보지 않는다.
그렇게 시간의 흐름을 까맣게 잊었을 때
이제 더 이상 내 관심사가 아닐 때
그곳에 도달하게 되는 아이러니.
그건 이미 나와 상관없는 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