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명랑한김작가 Apr 28. 2022

사랑이 오는 글

지금 도수리에는

도수리에도 꽃이 피었다.
이미 사라진 줄 알았던 꽃이, 다시 피어서 수근수근...

같은 지붕 아래 살고 있지만 한동안 소식을 모르고 지낼 정도로 사이가 좀 그랬던, 아주 조금 어린데 착실히 언니라고 부르는 동생이 있다.

이웃끼리 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것도 그럴만한 소통을 해왔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현상이라고 본다. 퇴촌에 들어오기 전에는 그럴 일이 없었다. 이웃에 누가 사는지 알지 못했고 관계하는 게 귀잖다. 

사람이건 사건에 관해서건 관심과 무관심의 정도가 극명한 나는 주변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게 편했다.

퇴촌에 살면서 이런 일을 겪는 게 지나고 나서는 그리 나쁘지 않다고 느낀다.

그만큼 가치 있는 열매를 얻었고 떨어진 열매 또한 나를 키울 것이다.

어쩌면 아팠던 시간에 비해 회복되는 속도가 빨라서 깊은 상처는 그대로 일지 모르지만 꽃을 보고 웃지 않을 수는 없다.

지난 모든 생각은 사라지고 꽃을 감상할 뿐이다.

처음 보는 꽃이지만 알 것 같은 꽃.

그녀는 남편과의 사랑을 포기했었다. 


믿지 않겠지만 남편과 다시 사랑하게 되었다. 
천년에 한번 피는 꽃, 정도로 해두자.

가족이 된 남편과 설렘을 다시 찾는다는 것은 굳이 말을 안 하지만 어려운 일이다.

그녀는 정말 외로웠었다. 견디기 힘들 만큼.

얼마 전 그녀가 말했다.

"언니, 그 사람이 미안하대."

그 말 한마디가 어려워서 이십 년을 원망했는데 그 한마디로 꽃이 피었다.

20대에 만났던 사랑보다 더 애틋해 보이는 간절한 모습이 주변 사람들을 손뼉 치게 하고 있다.

그 사랑을 보는데 나조차 행복해지더라.

앞으로도 매년 꽃이 피기를 바라는 마음에 미니어처로 선물을 만들었다.

창작소에서 미니어처 설치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어서 쇼핑몰을 검색하다가 우리 모두 마음에 품고 있을 모습일 것 같은 20대의 남녀 커플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것은 도수리의 사랑을 떠올리게 했다.

여행에서 돌아오는 남녀는 곧 재회할 것이고 많이 보고 싶었다는 고백을 하겠지.

꽃이 피는 날 도수리에서 만나자던 약속을 잊지 않았다.

남자의 발에 접착제를 발라 계단에 붙이는데 가슴이 뭉클하다. 

돌아올 사람이라도 있는 건가.

한 해 한 해 살아갈수록 사람들과 관계할수록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은 더 쌓여가겠지. 



오지 않을 것 같던 어쩌면 영영 떠나버렸던 것 같던 사랑이 돌아오던 날 그녀는 믿지 않았을 것이다.

어렴풋이 보이던 남자의 모습을 차마 그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고 생각했었으니까.

그대로였다. 이상하게도...

아니, 모든 게 새로 태어났다. 

지난해 피던 꽃과 같지만 다른 꽃을 피우는 것처럼.


다시 꿈을 꾸기 시작하란 의미일까?



이전 10화 글은 신선해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