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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진 May 14. 2024

글쓰기의 시작점




© brett_jordan, 출처 Unsplash


글은 특별한 사람만 쓰는 줄 알았다. 특히 책이란, 그 분야의 전문가이거나 큰 사건을 겪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만 쓸 수 있다고 여겼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고 힘을 받는 것은 일상 에세이였다. 특별한 것 없는 일상 이야기가, 우리가 살아가는 평범한 이야기가 오히려 일상을 살아가는 데에 큰 힘을 주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도 글을 쓰고 싶었다. 내가 책에서 받은 위로와 공감만큼 나도 그런 글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고 싶다는 꿈이 안에서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맘때 지역 독서 감상문 공모전과 카페에서 주최한 문예전에 글을 냈었다. 수상 욕심이나 기대 없이 낸 글이었는데 두 곳에서 모두 상을 받았다. ‘아, 내 글이 나쁘지만은 않구나!’ 그때 처음 글에 대한 자신감이 조금 생겨났다.      


관심이 글에 가 있으니 당연하게도 글쓰기와 관련된 내용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데 두려움이 큰 편이다. 생각이 많고 행동이 느리다. 예전 같았으면 할까 말까 망설이다 안 했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꾸준히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이 높아지는 때여서 내 행동에도 적극성을 띠었다. 할까 말까 할 때는 해보는 게 낫다고 했다. 글쓰기 수업을 들으면서 본격적으로 글쓰기의 세계에 들어서게 되었다.           



© supersnapper27, 출처 Unsplash


처음에는 글을 쓰면서도 내 글에 자신이 없었다. 상을 받으면서 생겨났던 작은 자신감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이렇게 써도 될까? 이런 평범한 일상을 글로 써도 되는 걸까? 그래도 매일 한 꼭지씩 차곡차곡 써 나갔다. 

한 권 분량의 원고를 완성하고 투고하던 날, 얼마나 떨리던지 심장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하루, 이틀, 일주일, 이주일, 한 달, 몇 달… 시간이 지날수록 아무런 연락이 없어 초조했다. 내 글이 별로인가, 책으로 만들어지기엔 아직 부족한 글인가… 또다시 글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첫 책 원고를 계속 투고하고 기다리는 동안 두 번째 원고를 써 나갔다. 막연히 소식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글을 계속 썼다. 쓰는 과정이 힘들어도 한 편 한 편 마침표를 찍을 때마다 보람과 성취감이 크게 일었다. 그 힘으로 다음 날 또 글을 쓸 수 있었다.

첫 원고를 완성하고 투고한 지 1년 만에 계약이 이뤄졌다. 그리고 몇 달 후 내 생애 첫 책을 손에 쥐게 되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A4 용지로 퇴고하던 글이 예쁜 옷을 입고 세상에 나왔다. 그때 기분은 비현실적이면서도 생각했던 것만큼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내 안에선 분명 무언가 달라져 있었다. 계속 글을 쓸 거라는 확신만큼은 강하게 들었다.     

 

책이라는 결과물만 보고 글을 쓰면 힘들다. 쓰는 과정까지 즐길 수 있어야 계속할 수 있다. 책이 나오는 것보다 무언가에 열중하여 온 에너지를 쏟고, 글자 하나라도 더 고치려 하고, 맞춤법‧띄어쓰기 하나라도 틀리지 않으려고 집중하던 그 시간이 보람되었다. 힘들어도 즐거웠다. 

 

저마다 쓸 수 있는 글이 다르다. 내가 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자고 생각하니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육아 전문가는 아니지만 연년생 아들을 키우며 경험하고 느낀 감정은 공유할 수 있지 않는가. 내 글을 읽고 공감하고 위로받았다는 얘기를 들으면 힘이 났다. 

장미와 민들레는 모양도 향도 다르다. 다른 꽃끼리 비교하는 게 의미 없듯이 각자가 살아온 삶이 다른데 글을 비교한다는 것 또한 의미 없다. 


글에는 완성형이 없다. 어느 정도 실력이 갖춰지면 써야지가 아니라 쓰면서 실력을 키워가는 것이다. 나도 이전에 쓴 내 글보다 더 나아지고 싶다. 다음 글이 기대되는 작가가 되고 싶다. 

          



© diegojimenez, 출처 Unsplash


2023년 여름, 글쓰기의 초심을 되찾고 싶어서 다시 한번 독서 감상문 공모전에 도전했다. 이번에도 수상에 대한 기대는 하지 않고, 글쓰기의 시작점이 되어 준 그 첫 마음을 떠올려 보고 싶어서 응모했던 거였다. 선정 도서 중 가장 읽고 싶은 책을 읽고, 마음을 담아 글을 쓰고, 그걸 고치고 고쳐서 원고지에 옮겨 적는 과정. 그 과정에서 내가 글을 대하던 진심과 즐거움을 느끼고 싶었다. 진심이 통했던 것일까. 지역과 도를 대표해 가장 큰 상을 받으면서 새로운 쓰기 동력이 되어 주었다. 

 

미루지 말고 지금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내가 어떻게 책을 내….’ 하며 머뭇거리고만 있었다면 네 권의 책을 낸 지금의 나는 없었을 테니 말이다. 

글이 잘 써지는 날은 거의 없다. 안 써지고 막막해도 그저 쓸 뿐이다. 쓴 나와 안 쓴 나만 있다. 백지를 채워 나가는 데에는 괴로움과 즐거움이 공존한다. 괴로움보다는 즐거움이 훨씬 크기에 오늘도 쓰고 내일도 쓰고 앞으로도 계속 써 나갈 것이다. 글쓰기의 시작점은 있었지만, 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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