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8
어느덧 선배의 안경원에서 경력단절녀였던 주인장이 안경사일을 다시 시작한 지 3년째 접어들었다. 첫째가 4살 때부터 시작했던 일이었다. 하루 5시간 정도 일했다. 선배가 바빠 근무를 요청하면 주말에도 일을 했다. 그렇게 그럭저럭 안경사 경력을 이어가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선배 안경원에 양해를 구하고 2019년 5월에 연휴를 조금 붙여 친정가족들과 함께 싱가포르로 해외가족여행을 떠났다. 친정엄마의 70주년 생신 기념여행이었다. 주말부부로 바쁜 일상을 보내던 주인장은 여행을 핑계로 남편과 함께할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다가 덜컥 둘째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첫째가 다섯 살이 되도록 아무 일이 없기에 늦게 결혼한 주인장 부부는 노산이라 둘째가 생기기 어렵나 보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방심한 사이 어느새 둘째가 찾아왔다. 규칙적이던 생리가 없어서 약국에서 혹시나 하며 사본 임신테스트기에 두 줄이 생겼다. 어느 주말, 임신테스트기의 두 줄을 확인하고 주인장은 바로 남편을 찾아가 그의 등짝을 세게 쳤다.
왜?
내심 기다리기도 했던 둘째이건만 이건 늦어도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남편도 당황했다. 그동안 아. 무. 일 없더니 왜??? 둘 다 의문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둘째는 찾아왔다.
선배의 안경원은 차를 타고 1시간가량 운전해야 하는 거리였다. 처음에는 차가 막히지 않을 때 40분 정도면 이동이 가능했는데 점점 출퇴근시간과 겹치면서 1시간 거리가 되었다. 주인장은 둘째를 임신하면서 배가 점점 불러와 먼 거리 출퇴근이 힘겨워졌다.
둘째는 2020년 1월 말이 출산예정일이라고 했다. 2019년 9월쯤 추석을 맞으며 안경일을 그만두기로 했다. 아쉬웠지만 몸이 우선이었다. 집에서도 누워있는 일이 많았다. 첫째가 놀아달라고 해도 놀아줄 힘이 없었다. 몸이 많이 무거웠다. 살도 많이 붙었다.
(1층 박스매장의 문을 열고 스무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손님이 들어온다.)
남자
엄마~!
주인장
우리 아들 왔구나.
남자
엄마, 나 선글라스 하나 해줘요.
요즘 너무 눈부셔.
주인장
평소에 보안경으로 쓰고 다니면서
햇볕에 나가면 색이 변하는 변색으로 할래?
남자
그럴까 했는데 엄마 변색안경 쓴 거 보고 아빠가 자꾸 놀려서 싫어요
주인장
놀리면 어때, 내가 편하면 그만이지 뭘 신경 써
남자
그냥 쓰다 벗다 할래요. 선글라스 어디 있어요?
주인장
그럼 관리하기 편하게 뿔테에다가 선글라스 렌즈 넣어서 쓰렴
남자
멋진 선글라스 하려고 했는데?
주인장
관리 잘할 자신 있으면 멋진 선글라스도 좋지.
근데 운동하다가 아무 데나 벗어둘 건데 그냥 적당한 걸로 하지.
어디 여행 가거나 하면 새로 맞춰줄게.
넌 운동도 하고 활동량이 많으니 선글라스는 편한 걸로
1년 쓰고 또 새로 맞추는 게 나을 것 같다.
남자
그럴까 그럼
검은테에 어울리는 안경알로 넣어주세요.
주인장
그래, 너는 도수도 없으니 편한 걸로 두세 개 골라보렴.
그중에 골라줄게
남자
엄마 이거랑 이거 어때요?
주인장
처음 거가 더 나은 것 같은데
넌 어떤 게 편해?
남자
그럼 처음 걸로 할까.
아냐, 난 두 번째가 더 나은 것 같아요.
이걸로 해주세요.
주인장
그래, 선글라스 색상은 브라운으로 넣어줄까
그레이로 넣어줄까.
남자
테가 검정인데 그레이로 할까요.
주인장
그래, 너도 안경사 다 됐구나.
남자
하하
30분? 조금만 기다리면 되죠?
편의점에서 커피 좀 사 올게요.
엄마는 뭐 드실래요?
주인장
난 모구모구 리치맛 사주렴
아직도 달달한 게 좋다.
남자
난 예전에 뽀로로 음료 졸업하고 모구모구 마시기 시작했는데
엄마는 아직도 모두모구 마셔요?
주인장
씹히는 맛이랑 그것만 한 음료수가 없어.
남자
그래요, 다녀올게요.
주인장
다녀와, 선글라스 만들어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