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호] 첫째주, 하다 : 연애 안해봤는데요?

봄호 첫번째 주제 : 사랑

by 어느 저자

오늘도 여김 없이 친구들과 연애에 관해서 이야기를 했고, 그 결론은 “하다야 연애하자” 였다. 주변에서 소개팅을 시켜준다는 말은 많았지만 모든 솔로가 그렇듯 자만추를 외치는 나였다. 물론 자만추라서 연애를 안 한 건 아니다. (이쯤 되면 ‘안’이 아니라 ‘못’이지만) 그저 상황이 잘 안 맞았던 거로 생각하고 있다.

어쨌든 잠시 구구절절한 서사를 나열해보자면 여중, 여고라는 두개의 배지를 달고 설렌마음으로 대학교에서는 남초과에 진학했다. 그러나 그 많은 남정네는 결국 모두 친구로 남아 전화번호 용량 차지만 하고 있다. (아쉬워하지마라. 내가 더 잘 아니까.) 내 주변 친구들이 “남자애들이 그렇게 많은데, 왜 연애를 못 하냐” 라는 소리를 백 번 천 번 했지만 실실 웃으면서 "하은아 당구 고?"하는 내 동기들을 바라볼 때면 “양보다 질이지.”라면서 장난스레 대답하곤 했다.


물론 그런 나에게 사랑이 없었던 건 아니다. 짝사랑도 사랑이라면 나름 깊고 절절한 사랑이 많았다. 초중학교 때는 인사만 해도 온종일 기분이 좋았던 귀여운 시절이 있었고, 고등학교 때는 그저 그 사람의 의미 없는 행동의 나름 의미를 부여하며 애를 썼던 시절도 있었다. 기특하게도 대학교 때는 처음 고백을 해봐서 차인 후에 부모님 앞에서 펑펑 울기도 해봤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짝사랑도 없다. 하물며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큰바람이다.


로맨스에 아예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나는 로맨스 영화나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아도, 로맨스 소설과 웹툰을 좋아하다 못해 사랑한다. 여담이지만 한 때 인터넷 소설까페의 스텝으로서 부매니저 권유를 받을 정도로 성실하게 활동했다. 이 성실성과 더불어 수많은 인터넷 소설을 접했고 이를 바탕으로 로맨스를 꿈꿨지만 정작 얻은 건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속독 스킬과 연애 상담 전문가 타이틀이었다. 더불어 우습게도 이제는 웹툰을 보면 꽤 사랑에 대한 시각이 변했음을 느낄 수 있었는데, 웹툰 치인트(치즈인더트랩)를 볼 때만 해도 캠퍼스 연애에 대한 온갖 핑크빛과 낭만에 젖어 종종 상상에 잠겼지만 이제 바른연애길잡이를 볼 때면, 나보다 어린 여자주인공의 나이가 씁쓸하게 느껴져 베스트 댓글인 ‘대학 오면 이런 연애 없어요’에 조용히 추천을 누르곤 했다.


이쯤 되면 주변인들의 도움을 받아서 함께 풀어가야 한다는 소명감으로 한동안 왜 하다는 연애를 못 하는가에 대해서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분석을 해봤다. 그 결과를 잠깐 풀어보자면

첫 번째. 생각보다 자신감이 낮다는 게 문제다.

연애의 공백기가 길면 어쨌든 한번 해봤기 때문에 그 연애의 맛을 알아 외로움을 많이 느끼지만, 공백기가 아닌 그냥 연애의 없음이 지속되면 가장 큰 문제점은 자신감이다. 연애의 자존감이라고 말하는 편이 더 이해가 잘 될 것이다. 이 때문에 이게 썸인가? 라는 의문점부터 이 사람이 나를 왜? 까지 오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을 놓치기 일 수였다.


두 번째. 모든 이를 친구처럼 대한다는 것이다.

많은 친구에게 숱하게 들었던 지적이었는데, 내가 이성과 친구의 구분을 잘 못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변명을 하자면 나는 친한 친구에서 이성으로 넘어가는 걸 좋아한다. 손이 오그라드는 설렘보다는 편하게 쫑알쫑알 대화하는 연애를 더 좋아한다는 뜻이다. 하나, 세상에는 나와 같은 사람이 생각보다 없는 듯했다.


마지막으로 사랑에 대한 완벽성을 너무 꿈꿨다는 것이다.

최근에 깨달은 바가 있다면 사랑도 하나의 감정표현으로서 모든 감정의 총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하자면 좋을 때도 미울 때도 사랑이니까,불완전한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이 사실 완벽한 사랑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점을 간과하여 사랑을 너무 이상화했다. 완벽하게 세팅된 설정값 안에서 완벽한 사람만이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여러 매체에서 그렸던 로맨스는 누가 봐도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적인 만남이었고, 주인공들이 모두 매력이 넘쳐서 당연하게 사귈 거라고 생각을 했기에 나 또한 그래야 한다는 이상한 착각이었다. 마찬가지로 누군가가 내 인생을 위에서 지켜본다면 나 또한 드라마 속의 주인공인데 말이다. 그랬기에 나 같은 사람이 연애를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에서부터 나온 방어기제로 모든 이를 친구로 대하는 상황까지 온 것일 수도 있다. 뭐 아니면 그냥 내가 성격이 특출나게 좋은 탓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확실한 건 가장 큰 문제점은 사랑을 너무 어려운 녀석이라고 생각했다는 점이다.


아름다운 것들을 바라보고 발걸음이 가벼워졌다면 그것 또한 사랑이고 내가 누군가와 연락을 하면서 기분이 좋거나, 함께 했던 시간이 즐겁다면 사랑이고 누군가와 관계에서 고민하고 고쳐보려고 노력을 하면서 힘들었던 시간도 사랑이고 헤어짐과 보냄의 과정에서 추억을 회상하고 가슴이 아팠다면 그것 또한 사랑인데 말이다. 어쩌면 우리는 매일 사랑을 먹고 사랑을 뿜는 삶을 사는데도, 사랑을 어려워한다는 것은 사랑을 문제로 인식했기 때문일 테다. 그러기에 내가 그런 인식을 내려놓고 그저 사랑을 바라봐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나는 지금도 누군가와 연을 맺어 사랑을 나누는 연애를 하고 있지는 않다. 처음 보는 누군가가 가끔은 연애를 해봤느냐는 질문에 아직도 부끄러움을 느끼고 “제대로 된 연애는 안 해봤어요” 라고 대답한다. 연애 앞에 붙은 ‘제대로 된’이라는 수식어를 통해서 작은 변명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어쩌면 이 글이 치졸하고 구차한 변명일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작성해본 이유는 나같은 사람들에게 ‘여기 나도 있어요!’ 라는 작은 공감대와 언젠가 연을 맺은 사람과 웃으면서 볼 추억을 만들기 위함이다.



from.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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