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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연 Apr 29. 2021

영어 몰라도 주눅 들지 말아요.

영어 모범생의 학습유형

영어를 배운다는 것은 우리가 살아보지 않은 생활 문화와 그 문화가 내포된 언어를 배운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언어 중 수많은 어휘들이 하루에도 생성되고 사라지고 있지요. 과연, 영어가 모국어인 내 아이의 원어민 선생님은 모르는 단어 하나 없으실까요? 제가 본 바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모르는 단어를 만났을 때 어떻게 대처하고 위기를 넘기는 걸까요?



오늘은  모르는, 낯선 언어구조나, 어휘를 만났을 때, 영어 모범생들이 사용하는 기술, 모호함에 대한 인내(Ambiguity Tolerance)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우리 아이들도 이미 영어 모범생의 그 기술을 사용하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그렇지 않다면, 지금부터 우리 엄마들이 내 아이의 관용을 키울 수 없는지에 대해도 함께 고민해보겠습니다. 





영어를 이야기하기 위해 일단, 우리의 한국어 사용에서 난처한 상황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사실 영어를 배울 때의 곤란함과 똑같은 상황이거든요. 간혹, 순수 우리말로 되어 있는 단어, 혹은 한자음으로 되어있는 낯선 단어를 만나게 될 때, 우리가 어떻게 하는지 기억해 볼까요? 



맨 먼저, 우리는 당황합니다. "앗! 이건 또 무슨 말이지? 우리나라 말인데도 내가 모르는 게 있다는 말인가?"



그다음, 정신을 부여잡고, 단어의 음절 하나하나 분석합니다. 한자어였다면, 내가 알고 있는 한자음을 모두 자체 검색해 낼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음들이 구성하고 있는 다른 단어들도 끄집어낼 테고요. 



셋째, 맥락을 살펴보겠지요. 이 단어가 지금 어떤 상황에 사용되고 있는지를 알아보고 유추해 보려고 할 것입니다.



넷째, 이제 결정되죠. 여기에서 낯선 그 단어 혹은 문장을 이해했느냐. 이해하지 못했느냐



여기에서, 우리가 이야기해 볼 것은, 마지막 아이가 성공했느냐의 성과 여부가 아닙니다. 모르는 그것들을 알기 위해 아이가 의연하게 대처하고 넘겼느냐 이지요.  이때, 애매모호한 이 언어에 좌절하지 않고 다음 문장으로 의연하게 넘어갈 수 있는 관용을 가져야 한다는 말씀을 오늘은 드리고 싶습니다. 





이것이 애매모호함에 대한 관용(ambiguity Tolerance)이지요.


영어를 배울 때 한국어와 다른 언어 규칙이나 문화에 대해 관용적인 태도를 가져야 더 성공적으로 배울 수 있습니다. 영어는 한국어와 문장을 이루는 어순(단어 배열의 순서)부터 다릅니다. 우리는 "난 친구 집에서 친구와 함께 공부했다."라는 표현을 영어로 옮길 때, "나는, 공부했다, 함께, 친구, 에서, 친구 집" 이 되는 것이겠죠. 



또한 어순뿐 아니라 언어가 표현되는 그 문화부터 완전히 다릅니다. 가령, 길을 지나다 옛 친구를 만나 연락처를 주고받는다고 가정해봐요. 우리나라 표현대로 라면 "너 전화번호 뭐야?"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영어는 주체가 다릅니다. " May I have your number?"로 표현해야 자연스럽습니다. 



이러한 언어에 내포된 문화의 차이도 큰 것이죠. 그래서 때로는 영어를 공부하다 보면, 갑자기 왜 이런 말을 하지? 와 같은 표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애매모호함을 잘 견디지 못하는 아이들이라면 이러한 상황에서 당황함을 감출 수 없을 테고요. 이러한 경험은 계속되는 영어문장에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애매모호한 것을 잘 견디고 넘길 수 있는 그러한 강인함이 필요한 셈이죠. 이처럼 성공적인 영어학습을 위해서는 반드시 애매모호함을 참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앞에서도 간단히 말씀드린 대로, 언어 학습에서 애매모호한 상황은 흔하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아이들이 새로운 어휘나 문법 구조를 만나게 될 때가 가장 대표적인 상황이죠. 우리 한국어의 가정법은 크게 현재, 과거, 미래로 나뉩니다. (제가 정확히 한국어 교육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해 반박하신다면  답할 방안은 없지만, 크게 일반적인 선에서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영어는 가정법에도 완료 시제가 들어갈 수 있습니다. "If"라는  단어를 배웠다고 하지만, 아이는 가정법 과거완료 시제와 같은 낯선 영어문법 구조를 만나게 되면, 뒤이어 나오는 영어는 더 이상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을지 모릅니다. 아이는 오로지 본인이 모르는 가정법 과거완료 구문에 모든 뇌가 멈춰져 있다는 말이죠. 이렇게 이 아이는 아직 애매모호성에 대한 관용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영어를 배울 때 중립적이거나 개방된 방식으로 언어정보 애매모호함을 인지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아이는 두려움 없이 더 효과적으로 영어를 배울 것 같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다른 친구들의 영어에도 관용적이기 때문에 친구들의 영어를 잘 관찰하고 집중할 줄 알며,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애매모호성에 대한 관용을 가진 친구들은 두려움 없이 새로운 언어 자극을 견뎌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애매모호함을 잘 이겨내는 학생들에 대해 다시 한번 더 정리해보겠습니다. 

첫째, 이들은 위험 감수를 잘하는 도전적인 자세(risk taking)를 가지고 있으며, 변화에 열린 자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지난번 이야기해보았습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참조하세요)



둘째, 영어 과제를 할 때에도 좀 더 많은 인내를 보여주며, 더 높은 학업 성취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더 잘 견뎌내려고 할 것입니다. "왜 이리 우리 애는 꾸준하지를 못하지? 잘할 때는 잘하던데... 좀 모르는 게 나오니 자세도 다 흐트러지고...." 이젠 이 아이들이 왜 그러는지 아시겠지요. 



셋째, 영어공부가 아닌 그 외 다양한 새롭고 복잡한 상황에서도 잘 수행하려고 합니다. 모든 배움은 하나의 장 속에 유기체처럼 이어져있습니다. 이러한 아이들은 복잡하고 도전적인 과업일수록 더 재미있어합니다. 영어공부 그 자체가 재미있는 진정한 모범생이 되겠지요. 



넷째, 자유롭게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기회들을 즐기려고 합니다. 모든 창의성은 모르는 것 투성이에서 시작됩니다. 이러한 모르는 것들에 대해 받아들이는 힘이 창의적 교육에 얼마나 중요한지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섯째, 불확실성으로 인해 정서적으로, 인지적으로  방해를 받지 않습니다. 즉, 내가 모른다는 불확실함에 정서적으로 불안감을 느낀다거나, 그 이후 다른 영어공부 내용 역시 부저적인 영향을 받을 일은 없다는 뜻입니다. 오히려 다음에 나오는 문장들을 통해 맥락을 이해하고, 이러한 맥락을 통해 어려움을 느낀 영어 표현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더 집중할 것입니다. 



물음표가 거듭되어도 당황하지 않는 관용을 가진다면 깨달음을 발견할 것입니다. 



자, 반대의 아이들, 애매모호함에 두려움을 느끼는 아이들은 앞에서 언급한 반대가 되겠지요. 그들은 혼돈과 두려움의 근원을 자신으로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정서적 경험은 그들의 부정적 자아개념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고요.



그들은 자유롭고 혁신적인 활동을 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 자체를 스트레스받을 것입니다. 이러한 애매모호함 투성이 활동을 가장 싫어합니다 ^^ 이 친구들은 백지상태의 학습과정을 두려워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모르는 단어, 문법 구조 하나 때문에 다음에 노출되는 영어문장에 집중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애매모호함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렇죠?

지금 내 아이가 어떤 상황인지 확인하셨나요?

다행히도 내 아이가 애매모호함을 즐기는 아이라면, 정말 다행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 내 아이는 그 반대의 경우에 해당된다면, 지금부터 노력합시다.



애매모호함의 원리는 영어가 아닌 일상에서도 습득되는 "태도"입니다. 성격이 아닙니다. 따라서 후천적으로 쉽게 습득된다는 뜻입니다.



 그림책을 읽을 때, 수학을 풀 때, 드라마, 영화를 볼 때, 그 외 다양한 정보를 접할 때 노력해보세요. 모든 정보를 한 번에 다 노출하지 말라고 예전에도 말씀드렸습니다. 아이와 모르는 한국어 단어의 의미를 함께 유추해보세요. 한자어를 통한 의미 유추도 가능할 테고, 맥락을 통한 단어의 의미 유추도 가능하겠죠. 



일상적인 환경에서 어머님과 항상 함께 고민하고 무언가를 유추해보는 과정의 힘을 습관화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고민하는 과정, 유추하는 과정, 비교하는 과정이 지루하고 답답하다고 여기지 않도록 함께 그 과정을 습관화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영어는 배움의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항상 독자님들께, 혹은 주변 어머님들께 말씀드리는 내용이지요. 영어 우수생이 아니라 영어 모범생을 지향점으로 두시고 키우셔야 평화로울 거라고요. 영어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은 어쩌면 간단할 수 있습니다. 하루에 영단어 50개씩 외우세요.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한 권씩 달달 외우듯이 읽어 모두 다 흡수시켜버리세요. 매체를 통해 영어 듣기를 할 때, shadowing(쉐도잉)을 해보세요. 최대한 많은 말을 할 수 있도록 많은 발언의 경험을 가지게 사교육으로 도와주시면 됩니다. 



하지만, 영어만 하다 다른 공부는 손 놓을 수는 없잖아요. 영어공부에 돈을 다 쓸 수는 없잖아요. 영어 하나에 내 아이 하루 에너지를 다 소비할 수는 없잖아요. 엄마도 아이도 자신의 인생을 주도적으로 꾸려나갈 권리가 있어요. 적은 에너지와 적은 시간을 투자해 아이가 공부하여 영어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엄마와 아이가 평화로운 하루가 되시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아이들 영어공부에 대한 고민과 정보를 교환하는 공간입니다

http://instagram.com/jade81jiyeon


오늘 글과 연관성이 깊어 참조하 시기 위해 링크를 걸어두었습니다.

http://brunch.co.kr/@jade81jiyeon/6/


http://brunch.co.kr/@jade81jiyeon/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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