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 해룡면 풍기리에 바람이 불면<2부>
6. 오즈의 마법사
by injury time Aug 22. 2023
성인이 되자마자 2년이 후딱 지나고 성규는 곧바로 사회에 버려졌다. 그는 이렇다 할 기술 자격증 하나 따지 못하고 대학을 졸업했었다. 2년제 전문대생은 시간이 너무 짧다. 게다가 중간에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하면 어영부영 졸업이다. 특별히 공부에 재능이 있었던 것도 아닌 성규는 입시 원서도 누구의 도움 없이 그가 알아서 알아보고 지원했고, 그게 기계과였다. 취업이 잘 될 거라고 생각해서 지원했지만 쉽지 않았다. 합격하고 대학생활 1년을 보내다가 운전병으로 군에 들어갔고, 군복무를 마치고 나와 보니 전국이 코로나 19로 발이 묶이는 시절이었다.
학과 동기들 얼굴도 제대로 모르고 대학생활을 하다 졸업을 했다. 그리고 사회에 맨몸으로 던져졌다. 그해 성규의 아버지는 사업을 크게 벌이시다 빚잔치를 하고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다. 어떻게든 부도를 막겠다며 아내와 아들 이름으로 대출을 받았으나 결국 가족 모두 신용불량자가 되어 성규 가족은 어디에도 설 자리가 없었다. 성규는 어머니와 함께 내일모레 재계발이 된다는 13평 아파트에 임시로 들어가 살았었다. 늘 라이온스 클럽이나 주부 자원봉사단 같은 곳에서 재능 기부나 하며 여유롭게 지냈던 성규 어머니는 24시 콩나물국밥집에 주방찬모 일을 시작했고, 성규 역시 일용직으로 하루하루 생활비를 벌어야만 했다. 아버지는 그즈음 물려받은 논밭 몇 마지기를 팔아 빚잔치를 하고는 온다 간다, 없이 사라졌다.
어느 날, 수원시에서 기계 전공자를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성규는 입사 지원을 하여 계약직으로 일을 시작했다. 성규가 맡은 일은 수원시에서 지역 홍보 이벤트로 전격적으로 밀고 있는 사업이었다. 바로 열기구 체험사업이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수원 화성에 열기구를 띄우고 관광객들을 탑승시켜 체험해 보며 수원시 전경을 홍보하는 일이었다. 성규는 열기구를 관리하고 운행하는 팀에서 일을 하며 점점 열기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열기구는 어릴 때 ‘오즈의 마법사’에서나 본 게 전부였다. 세계적으로 열기구 관광 상품이 다양하고, 자격증과 대회까지 열린다니 새롭고 특별한 경험이었다. 수원시에서 운영하는 열기구는 그나마 작은 기구였지만 성규는 세계적인 열기구들을 공부하며 새로운 도전의 꿈을 꾸었다.
제주시 <드론파크>.
제주의 하늘은 장애물이 많지 않고, 바람이 적당히 불어 열기구 비행에 최상의 환경이다. 그래서인지 제주시 <드론파크>는 제주로 여행을 온 해외 관광객들이 빼먹지 않고 찾는 일정 중 하나였다. 몇 해 전‘국제 열기구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던 제주 <드론파크>는 조종사들에게 꿈의 장소였다. 성능 좋은 열기구로 최상의 환경에서 운행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성규 친구 기태는 열기구 조종 자격증을 취득한 후, 경기권에서 여러 번 낮은 비행을 했고, 고향인 제주의 <드론 파크>에 드디어 입성, 국내에서 제일 많은 열기구를 보유하고 있는 이곳에서 조종사의 경력을 쌓고 있다.
어느 날, 수원 열기구 체험장에서 같이 근무했던 옛 친구인 성규가 기태를 보러 불현듯 제주로 찾아왔다. 둘은 열기구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어서 비록 오다가다 직장에서 만났지만 잊지 않고 연락하는 사이다.
오랜만에 재회한 그들은 바람 부는 해변 귀퉁이에 파라솔을 펴고 앉았다. 그리고 그들은 푸른 등빛이 선명하고, 빨간 속살이 먹음직스러운 고등어회 한 접시를 앞에 놓고 술잔을 기울였다. 멀리 얕은 바다 위로 소형 열기구 몇 개가 평화롭게 비행하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