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후, 수중 카메라와 스쿠버다이빙을 할 만한 사람 두 명을 섭외 했다. 3D로 촬영되는 수중카메라는 해저 깊이 수장되어 있는 고승호의 실제모습을 찍게 될 것이다. 왕년에 세계 각지에서 산업 잠수사로 일한 경험이 있다는 섭외한 다이버들은 수중 운송이나 해양 작업을 수행하기에 자신감을 보였다. 일이 착착 진행되니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
파도도 살랑살랑 있는 날이었다. 드디어 항구에서 비안도 방향의 어디쯤에 배를 정박시키고 나의 타이타닉을 찾기 시작했다. 작은 배의 나이든 선장과 스쿠버다이버 2명, 그리고 나 이렇게 넷은 작은 배 선실에 모여 수중측정기로 유선형의 음파 감지를 들여다보며 어디쯤에 첫 깃발을 꽂을지 고심했다. 이번 항해는 장항 바닷길이 익숙한 선배 조종사가 함께 하기로 했다. 앞으로의 무수히 많은 항해는 나와 가족들과 마음껏 하리라. 바다 속 해수면 바닥을 헤엄치는 쥐치 떼가 몰려있는 곳에서 우리는 첫 번째 수색을 시작했다.
스쿠버들은 산소통과 수중카메라를 메고 자신감 있게 바다로 뛰어들었다. 고개가 빠질 듯 선미에서 물속을 헤집으며 들여다보고 있는데 까마득한 물속에 하얀 파도가 일렁이며 물고기 떼가 몰려들었다.
“고기 떼가 점점 많이 몰려드는 게 심상찮습니다. 바닥에 산호초가 많나 봅니다. 다이버들 괜찮나 모르겠네요. 산호초가 많으면 위험할 텐데요.”
선장이 혀를 끌끌 차며 물살을 살폈다.
“그런가요? 어쨌든 기다려봐야죠.”
나는 이곳이 어디쯤인지 헤아리며 좌표를 들여다보았다.
잠시 후 다이버들이 하얀 물거품을 일으키며 수면위로 올라왔다. 우리는 얼른 그들의 장비를 받아주고 선상으로 올라올 수 있도록 그들을 끌어당겨주었다.
“시야가 너무 잡히지 않습니다. 우리 다이버 둘 가지고는 어림도 없겠는데요?”
다이버 한명이 입에 달린 호흡기를 빼면서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깜깜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물속에 해일이 일어서 가만히 있어도 떠내려가게 생겼어요.”
다른 다이버는 침을 질질 흘리며 손을 내저었다. 선장이 선실 창가에 팔을 기대고 서서 하품을 하며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그만 다른 곳으로 가봅시다.”
우리는 북쪽으로 1km 정도 더 올라가 다시 배를 멈춰 세우고 다이버들은 바다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한 시간도 안 되서 그들은 숨을 헐떡이며 배로 다시 돌아왔다. 역시 해저의 물 흐름이 매우 좋지 않아 탐색이 쉽지 않다는 결론을 냈다. 나는 그날의 항해를 접어야 했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 이번 첫 출항의 항적을 꼼꼼히 훑어보며 그 옛날 고승호의 뒤를 빠르게 뒤쫓았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난 뒤에서야 그동안 금괴를 찾으려는 사람들의 행적을 찾아보며 내가 뜬구름 잡는 호구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보물선 인양은 단지 바다 밑바닥에 깔린 대왕조개의 진주를 손으로 가뿐히 집어내는 간단한 일만은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최첨단 감지기와 인양선, 잠수함, 잠수 로봇, 수중 카메라로 깊은 바다 속까지 들어가 여럿의 스쿠버다이버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었다. 어떤 이는 평생 보물선을 찾기 위해 몇 십 억씩 돈을 투자했다고 한다. 또 어떤 사람은 타이타닉을 인양했다는 미국 회사에 의뢰까지 해서 금괴를 찾아 나섰다는 등, 여러 가지 작업들을 해오고 있었다. 나처럼 방바닥에서 구들장을 지고 앉아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