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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Jul 24. 2023

관계에서 나를 지키는 법

가족, 연인 편 - 온전히 받아들이기

우리는 태어나면서 환경에 큰 영향을 받으며 자란다. 특히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이 그렇다. 요즘 나온 TV는 자녀보호기능이 따로 있으며, 어린아이의 교육문제로 TV를 일부러 구매하지 않는 집도 상당수다. 무엇을 먹고, 어떤 친구들을 가까이하고, 집에서는 어떤 말과 행동을 배워야 하며, 잠은 언제 자야 하며, 얼마나 집에서 사랑을 받고 자랐냐 등 수많은 외적변수에 따라 그 아이의 인생이 달라진다.

 그렇게 바른 길을 걸어가며 자란 아이는 연인을 만나게 되고 만남과 이별을 거듭하며 결혼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가족과는 한 발짝 떨어져 그 연인과 평생을 함께하게 된다.

 이렇게 인생에서 평생을 함께 할 연인과 가족 간의 관계 속에서 나를 지키는 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서로의 삶을 지켜주는 것이다. 결핍을 받고 자란 아이는 늘 사랑과 관심을 갈구한다. SNS에 집착하는 사람은 현실에서 받지 못하는 관심을 인터넷상으로 채우려는 결핍에 늘 시달리며 지금을 즐기지 못하고 웹과 현실의 괴리에 좌절한다. 이처럼 마음이 건강하고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상대방에 대해 집착하지 않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지 않는다. 가족 혹은 연인과의 관계에서 서로에 대해 집착을 하면 그것이 곧 마마보이가 되는 것이고, 이별이라는 파국을 맞게 되는 것이다.

 서로의 삶을 지켜주며 처음부터 혼자만의 시간을 가꿀 줄 알아야 온전한 나를 만날 수 있고, 건강한 멘탈을 가진 누군가와 함께 하는 계기가 된다.

 연인끼리 헤어짐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집착이다. 연인이라면 당연히 나에게 이 정도의 사랑을 늘 주어야 하고 항상 함께 해야 하며 개인시간을 허용하지 않는 커플들을 주변에서 참 많이 봤다. 말 못 할 고충은 서로 쌓여만 간다. 나 혼자 있는 시간이 소중하듯 상대방의 시간도 내 시간처럼 존중할 수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그러면 역설적으로 같이 있는 시간도 혼자 있는 시간처럼 더 편안하고 소중히 여겨질 것이다.

 가족사이에 서로의 삶을 지켜주는 유일한 방법은 독립이다. 특히 20대가 지나면 무조건 독립해야 한다. 금전적으로 뿐만 아니라 집이라는 물리적 장소에서 완전히 떨어져야 한다.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관계가 되어야 그 관계도 건강히 성립될 수 있다. 20대에 나만의 자아가 형성되면 부모와 의견갈등이 분명 생기기에 같은 공간에서 살지 않되, 한 발짝 물러나서 관조하는 자세로 지켜보는 것이다. 익숙함에 젖어 알지 못했던 애틋함을 느낄 것이다. 독립을 하면 나로서도 많은 것을 느끼는데 휴지 하나 사는 것, 라면 하나 사는 것도 이제 모두 내 돈으로 해야 하기에 매 순간이 검소해지고 부모의 사랑을 몸소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내가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하루를 주도적으로 살 수 있는 강한 동기부여가 생긴다.


 다음으로는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가족이든 연인이든 상대방에 바라는 태도나 관념들이 각자 있기 마련이다.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연인의 모습, 가족의 모습이 있을지언정 서로에게 그것을 강요하지 않는다. 30년 평생을 각자의 환경에서 살아온 한 사람은 그 어떤 상대방이 뭐라고 해도 잘 바뀌지 않는다. 그것이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살아가며 나와 다른 부분이 당연히 같은 부분보다 더 많을 수밖에 없는데 이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기대하지 않는 것. 이 세상 그 어떤 관계에서도 당연한 것은 없다. 내가 1이라고 생각했는데 상대방은 2일 수 있다. ‘당연히 이 정도는 해야지’와 같은 기대는 서로의 관계에게 실망만을 안겨준다. ‘누구는 뭘 했다던데’와 같이 남과 비교하며 사는 것도 마찬가지다. 호의는 스스로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기에 서로에게 기대하지 않고 비교 않는 마음가짐이 절실히 요구된다. 내가 태어나서 이 부모를 만나고 이 연인을 만나는 것은 온 우주의 몇백만 분의 1보다 작은 확률로 만난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오늘 아침 탄 버스에서도 알 수 있다. 버스를 타면 내가 타는 정류장에서 몇 명이 타고, 이미 그 버스에는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다. 어떤 이는 나보다 더 일찍 목적지에 도착해 내려버리고, 또 다른 이는 내가 내릴 때까지 계속 앉아 있다. 나보다 목적지가 더 긴 탓이다. 이처럼 우리 인생도 우리를 거쳐가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어떻게 축복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여기서 연결되는 것은 늘 그들을 버팀목이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며 느끼는 것은 하루에 기분 좋은 일들은 대체로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간간히 일어나는 짧은 행복과 지속적인 고통의 순환이다. 짧은 행복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 지속적인 고통을 감내하며 사는 것이다. 그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이 세상 유일한 버팀목이 연인과 가족이 아닐까 한다. 우리 모두는 늘 우리 본인의 인생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데, 결국에는 우리를 관심 가져 줄 사람은 이들밖에 없다. 친구도 본인이 힘들면 우리를 신경 써 줄 여력이 없다.


 마지막으로는 후회하지 않는다. 후회하지 않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저 늘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 방법 밖에 없다. 무리하지 않고 내가 가진 환경에서 여력이 되는 만큼 최선을 다하면 된다. 이것이 오히려 이 관계 속에서 내가 행복하고 죄책감 없이 나를 지키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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