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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은 다 서울에 있다

2화: 교육

by 홍그리

최근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2015~2025년 약 십 년간서울 고등학교 소재의 고3 수능성적 1~3등급 평균은 매년 5%에서 많게는 8%까지 지방과 격차가 벌어졌다 한다. 서울의 고등학교 학생들은 계속 공부를 잘하고, 이에 비해 지방은 계속 그대로라는 것. 3등급까지가 전체의 24%밖에 안되니, 이 자리는 매년 서울 학생들로만 메꾼다는 논리다.


이건 단적인 예시일 뿐, 우린 예로부터 말은 제주로 가고 사람은 서울로 가라는 말을 줄곧 들어왔다. 곧 직역해 보면 무언가를 더 배우고 얻고 싶으면 일단 서울로 가라는 말이다. 비교대상인 말도 사실 동일한 범주에 있다. 제주로 가야만 삶의 질이 올라간다.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서 뛰어다니며 그 어떤 제약도 받지 않는다. 동물원에 있는 말과, 제주 평원에서 뛰어다니는 말의 스트레스 지수를 생각해 보면 끝과 끝일 것이 분명하다. 강아지 한 마리도 원룸에서 키우는 강아지와 32평 국민평수에서 키우는 강아지의 스트레스가 천지차이다 .강아지를 기르는 주인마저 원룸에서는 온갖 강아지 냄새에 본인 삶의 질이 더 떨어질 것을 알기 때문에 서로를 위해 포기하는 것.

이런 예시들을 생각해 보면 누구나 사람은 서울에 있을 때 더 큰 물에서 보고 얻는 것이 더 많다고 믿을 수밖에 없다. 젊으면 젊을수록 더더욱. 특히 서울처럼 좁은 면적에 필요한 것들이 모든 게 집약적으로 존재하는 곳은 전 세계 유일무이하기에, 충분히 받아들일 수있는 말이다.


자, 그런데 이게 어디서 유독 더 크게 나타나느냐. 바로교육이다. 자원하나 없는 한국에서 이만큼의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인적자원, 즉 교육에 집중투자해서다. 그에 따른 사교육의 폐해, 경쟁문화, 청소년 자살 등 지울 수 없는 부작용도 상존하나, 교육을 중요시 여겼기 때문에 기술이 발달하고, 경제가 성장해수출로 이 정도까지 먹고살 수 있는 것. 늘 주어진 결괏값은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동전의 양면은 어느 전제에서나 상존한다. 잘한 건 잘한 거다. 그중 한국의 서울은 그야말로 교육의 메카다.

5급공무원 즉 고시를 준비하는 이들은 관악구 신림동에, 입시를 준비하는 이들은 대치동, 취업이나 공무원을 준비하는 이들은 노량진 등 예로부터 미래를 준비하고자 하는 이 지역들은 고착화돼 고유명사가 됐다. 인터넷의 발달로 인강이니 뭐니 요즘은 좀 덜하다 하지만 10년 전까지만 해도 노량진에는 현강을 들으러 새벽 4시부터 수강생들이 줄을 섰다. 온갖 유명 일타강사들은 대치동, 목동에서 수업을 하고, 취업스터디나 취업정보를 공유하는 박람회 등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모든 건 서울에서 개최된다. 미래를 결정짓는 건 오로지 정보의 차인데. 취업스터디 두 시간 하러 지방에서 KTX 타고 서울 갈 순 없지 않나. 모의논술 공짜로한번 치러 부산에서 비행기 타고 김포공항에 내릴까? 서울 사는 사람들은 지하철 두 세정거장이면 갈 수 있는데? 그래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편리성'에 서울은 그렇게 급부상하고, 사람들은 여기에 몰빵투자를 한다. 아니, 선택지가 이것 하나뿐이다.

내놓아라 하는 일류대학의 95%가 서울소재고, 상위 5%의 우수한 학생이 모두 서울에 몰려있다. 지식의 격차, 교육의 격차는 그렇게 갈수록 벌어져간다.

더 재밌는 건 이미 서울 내에서도 티어가 다 정해져 있다. 대학교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서강대 줄을 세우듯, 자녀 입시를 책임질 곳도 대치동, 목동, 노원구 중계동, 송파구 잠실동 이렇게 다 순위가 짜여있다. 일반화할 순 없지만 우스갯소리로 그 순위 속에서 공부한 아이들이 그 순위에 맞는 대학을 간다고 농담을 할 정도다. 그들은 왜 비싼 돈 들여가며 여기서 자녀를 공부시킬까. 단순히 대학의 네임벨류 이상으로, 그런 대학들은 지방에 대체로 없는 학과들이나, 특수과, 대기업과 연계되는 계약학과 등 미래를 탄탄하게 준비할 수 있는 기회가 온사방에 널렸다는 것. 실제로 질적으로도 교수진, 교육환경 모든 것이 다 우수하다.


물론 단순히 경제적 격차를 교육과 연관 지으면 집에 여유가 있고 부자인 사람들이 자녀에게 공부를 많이 시켜 좋은 대학교에서 훌륭한 대를 잇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근데 우리가 간과하는 것은 대체로 서울에 이렇게 자녀를 공부시키려는 대부분의 가정은 그저 평범한 가정이라는 것. 평범한 돈을 모아 자녀의 교육에 몰빵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본인은 이런 평범한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자녀의 교육에 투자해 줌으로써 자녀만큼은 의사, 변호사, 등 남부럽지 않은 직업을 가져 인생이 바뀌도록 투자하기 위함이다. 만약에 진짜 돈이 많고, 아무런 걱정 없는 삶을 내 아들 딸에게 그대로 다 물려줄 수 있다고 하자. 그럼 굳이 내 자녀에게 하기 싫은 공부를 시킬까? 본인도 싫어했는데? 그걸 알면서 자녀에게 지금만 참으면 된다며 똑같이 그 삶을 가르칠까? 당연히 아니지. 그냥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라고 다그친다. 이 거대한 서울의 교육문화를 만든 것은 어쩌면 평범한 사람들의 거대한 바람일지도.


전체 개체수가 많으면 분류되는 개체수 자체도 많아진다. 파이가 크면 잘라도 크다. 이처럼 그 안에는 물론 정상인 범주 외 비정상도 많다. 서울에도 물론 공부 못하고 엇나가는 친구들도 많겠지. 지방에도 공부 잘하는 수재들 많겠지. 근데 중요한 건? 이 지방교육격차를꼬집는 언론도 본사가 더 서울에 있다. 그 현실을 꼬집는 직원이 서울 본사 사무실에서 그 글을 쓰고, 인터뷰를 따고 있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지방에 수재가 있든 서울에 엇나가는 일진들이 있든 중요한 건 환경이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 논린데, 공부하는 친구가 옆에 있으면 당연히 본인도 따라 공부하게 된다. 그럼 공부만 하는 집단이 있는 곳에 내 아이가 들어간다면?

부모들은 그걸 노린 것이다. 공부만 하겠지. 맨날 노는 학생이라도 개과천선하겠지. 그 집단이 대치동이고 목동이고 중계동이고 잠실이다. 당장 수능 잘 보고 좋은 대학 가는 걸 원치 않는다. 하루라도 빨리 어릴 때 지금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내 아이가 공부를 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 마음들이 지금의 서울을 만들었다. 이들은 서울을 벗어나면 공부도 못하고, 학원도 못 다니고, 배우고 싶은 걸 할 수 없는 곳이라 여긴다. 실제로 그렇다. 영어유치원이 지방에도 많이 있는데 서울 사람들은 본인만이 최고의 교육을 받고 있다고 스스로 자부한다. 그 어떤 이유를 갖다 붙여서라도.


이런 서울 포화현상, 교육격차는 사실 우리가 다 만든 것이다. 지금 와서 대기업들에 막대한 지원을 하고, 행정 및 공공기관을 막대한 세금을 부어 지방으로 옮긴 들 이 교육격차가 해소될까? 서울대학교를 지방으로 옮긴 들 이 격차가 없어지나? 답은 딱 하나. 실질적 취업연계와 사회적 인식개선뿐이다. 본인이 현재 사는 곳이 삶에 도움이 된다고 여겨야 지방에 살지, 말만 번지르르하면 뭐 하나. 다 도망가지. 지방에 살아도 더 잘살 수 있다고 모두가 믿는 사회, 지방에서 서울 같은 치열한 경쟁 없이도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사회.

그 인식개선이 선행되어야만이 지방은 서울과의 교육격차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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