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술과 담배를 못 끊는 이유

무엇을 멀리해야 하는가

by 홍그리

현대인 2대 허언이 있다.


1. 살을 뺄 것이다. 2. 금주할 것이다.


전제는 늘 앞에 (오늘부터)가 붙는다. 그만큼 금주가 힘들다. 다이어트만큼 힘들다는 건 진짜 힘든 거 맞다.

대기업 회장들 아니, 멀리 갈 것도 없다. 세계를 휘어잡는 전 세계 일인자 미국대통령 트럼프도 다이어트에는실패했다. 풍채를 보면 된다. 마음 가는 대로 세계 전체를 움직이는 그도 다이어트는 엄두도 못 낸다. 그의 곁엔 늘 햄버거와 콜라가 있으니.

그와 동급인 것이 바로 현대인에겐 술담배다. 트럼프 그조차 본인이 술담배를 하지 않고, 손자에게 도박과 술은 절대 하지 마라고 어릴 적부터 가정교육을 시킨다. 마약, 술, 담배, 문신 이 네 가지는 손자손녀에게 귀에 못이 박힐정도로 강하게 교육시킨다. 그만큼 인생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절대 득 될 게 없다는 것. 이 얘기를 왜 하냐. 나 또한 현재 술을 마시지 않은지 벌써 한 달이 지났고, 담배도 이런 식으로 5년 전 끊었다. 한번 다짐한 것은 끝까지 지킨다.


술담배를 하지 않고서 도대체 무슨 재미로 인생을 사냐고 누군가 말하지만, 재미는 없을지언정 쓸데없는 곳에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니 내 하루를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다는 점이 새로 남는다. 이 점은 술담배를 하는 쾌락을 상쇄하고도 훨씬 더 큰 이득이다.

대개 무언가를 확실히 끊지 못하는 사람은 현재 중독된 무언가에 근사한 의미를 부여하는데, 그 의미로 부족하다 싶으면 낭만을 갖다 붙인다. 그러면 꽤 그럴싸해지거든. 오늘 하루를 알차게 일하고, 한여름 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마시는 맥주 한잔, 담배 한 모금. 캬. 이만한 낭만이 없다. 스트레스를 한 번에 날려버리고 마치 내가 영화나 뮤직비디오 속 주인공이 된듯하다. 특히 담배는 무언가를 함에 있어 생기를 불어넣는다거나, 영감을 불러일으킨다거나, 생각정리를 한다거나, 자의식과잉에 젖어 육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지금 하지않으면 본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듯한 강박을 섞는다. 그리고 아무도 묻지 않은 그럴싸한 이유를 가슴에 새기고 다음날 또 술담배를 반복한다. 그냥 본인이 좋아서 마시는 거고 피는 거면서.


맥주 한잔 들이켤 때의 청량함과 시원함, 담배 한 모금 목으로 넘길 때의 그 니코틴의 충만함. 한 번이라도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워봤던 사람이라면 왜 모르겠는가. 이처럼 술과 담배는 자연스러운 짝을 이룬다. 예측가능한 그 쾌락을 알면서도 참을 수 있는 이유는 그 쾌락이 그 순간만 지나면 별 거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잠시 스쳐 지나가는 유희와 쾌락은 절대 낭만으로 치환될 수 없다. 낭만은 내가 언제 어디서 어떤 내 소중한사람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느냐에 있지, 술, 담배처럼 몸과 건강을 해치는 기호식품에 있는 것이 아니다. 담배를 완전히 끊기 전, 폈다 끊었다를 반복하다 한대 다시 물고 불을 붙이는 순간 이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고작 이거 때문에 참아왔던걸 포기하고 다시 불을 붙였나?

결국 의지의 문제다. 술담배를 멀리하면 같은 경험에도 깊이가 더 생기고, 느끼는 것이 많아진다.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것에 더 몰입하고, 더 생산성 있는 또 다른 무언가를 찾게 된다. 담배 피운다 해서 새로운 영감이 막 떠오르고, 창작의 고통이 완화된다는 건 담배연기가 뇌로 들어갈 때 본인이 고의적으로 그렇게 믿고 싶은 것뿐이다. 그럴싸한 명분을 스스로 찾아야만 자기 합리화가 되거든. 술을 마시면 담배가 함께 생각나는 이유는 술이 뇌를 속여 더 강한 자극을 뇌에 불어넣고자 함이다. 또 담배 피우면 술로 칼칼한 목을 적셔주고. 이 둘의 시너지 효과는 그야말로 미쳤다. 이처럼, 이 둘을 끊으면 아니, 줄이기만 해도 알코올과 니코틴이 차지할 자리를 다른 것으로 채움으로써 무언가에 더 몰입할 기회를 준다.


전 세계 담배회사는 한 달에만 신제품을 2개 이상낸다.많을 땐 3개까지. 요즘은 멘솔맛에도 복숭아맛, 딸기맛, 바나나맛없는 맛이 없을 정도다. 다양한 맛의 담배를 즐기는 헤비스모커에게 나는 묻고 싶다. 그냥 이럴 거면 아이스크림을 드셔라. 술도 마찬가지. 제로슈거부터, 낮은 도수부터 소비자들이 혹할만한걸 끊임없이생산한다. 왜 그렇게까지 만드냐 생각해 보면 어차피 건강이나 의지 등을 이유로 흡연, 음주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는 사실을 회사 측에서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이탈을 방지해 소비자를 묶어놓기위함이다. 이게 상술 아니고 뭐겠나.


술담배가 없으면 삶에 위안이 없다고? 술담배를 해야 위안이 된다고? 본인의 뇌가 결국 그렇게 믿고 싶었던 게 아니고? 위안은 술담배 따위의 기호품이 아니라 확실한 결과에서 찾아야 한다. 일단 건강해야 지금 내게 불만족스러운 걸 만족스럽게 바꿀 수 있다.

keyword
월, 수, 금 연재